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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느끼는 프랑스 감성, 푸조·시트로엥 자동차 박물관

dakipos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26 16: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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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내리는 비, 자욱하게 낀 바다안개, 간만에 찾아간 제주도의 날씨는 생각과 영 딴판이었다. 주변에서도 “제주도를 가는데 어떻게 일정을 그렇게 잡았냐”라는 말을 넌지시 던졌다.


하지만 제주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 덕분인지, 이런 날씨가 마냥 아쉽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맑은 제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운전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틀어둔 라디오에서는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와 절묘하리만큼 어울리는 감미로운 샹송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아스팔트를 낭만으로 적시며 달린지 어느덧 1시간이 지났을 무렵, 굉장히 익숙한 모양의 철제 구조물이 시야에 들어왔고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프랑스 감성이 물씬 풍기는 거대한 에펠탑을 마주하는 순간, 방금 전까지 제주공항에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갓 구운 바게트와 신선한 와인의 향기가 나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내비게이션 화면에 표시된 주소는 ‘서귀포시 중문동’이었다.


서귀포시 중문동에 위치한 <푸조·시트로엥 박물관>은 2018년 12월에 개관한 국내 최초 브랜드 박물관이다. 푸조·시트로엥의 수입사인 한불모터스가 140억여 원을 투자해 세운 이곳은 PSA 본사로부터 장기 임대한 클래식카 7대와 한불모터스의 소장 모델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박물관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모델은 에펠탑 앞에 세워진 ‘시트로엥 트락숑 아방’이었다. 1934년에 만들어진 클래식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트락숑 아방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해온 푸조와 시트로엥의 헤리티지를 대표하기에 가장 완벽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 앞바퀴 굴림 자동차이자, 세계 최초로 모노코크 차체를 채택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트로엥의 창업주인 ‘앙드레 시트로엥’의 유작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입구에서부터 잔뜩 부푼 기대감을 안고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6,000원을 내고 성인 티켓을 구매했지만, 마음만은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평소 그렇게나 싫어하던 계단 오르기가 그날만큼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200년이 넘는 푸조의 유구한 역사가 눈앞에 펼쳐졌다. 생산된 지 100년이 넘은 ‘푸조 타입 139 A 토르피토’를 시작으로, 영화 <택시>를 통해 유명해진 ‘푸조 406’, 최초로 DPF 시스템을 장착했던 ‘푸조 607’ 등, 지금의 푸조를 있게 한 여러 모델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게다가 전시관 한가운데에는 푸조에서 생산한 주방용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덕분에 철강회사에서 시작해 자동차 회사로 거듭난 푸조의 200년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더불어, 푸조에 대한 한불모터스의 진심 어린 애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모든 전시품을 하나하나씩 소개하고 싶으나 아직 시트로엥 전시관이 남아있기에, 놓쳐서는 안 될 가장 매력적인 푸조 모델을 엄선해보았다.


푸조 604


당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직선적인 기조의 스타일링,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가 빚어낸 단정하고도 중후한 세련미, 얼핏 보기에도 만만치 않은 위용을 자랑하는 이 모델은 70~80년대 푸조의 기함을 담당한 ‘604’이다.



604는 푸조에게 있어 여러모로 큰 의미를 가지는 모델이다. ‘601’ 이후 40년 만에 부활한 ‘고급 대형 세단’이자, 지금의 푸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후륜구동 세단’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었던 몇 안 되는 푸조의 모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독일제 고급 대형 세단을 겨냥한 모델답게, 604의 체구는 꽤나 큼직하다. 전장은 4,720mm, 전폭은 1,770mm, 전고는 1,430mm이며, 축간거리는 2,800mm에 달한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중형 세단에 불과한 크기지만, 당시에는 ‘기함’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대형 세단에 속했다.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604는 기아자동차와도 인연을 가지고 있다. 1970년대 말, 늘어난 고급 자동차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기아자동차에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604를 생산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시 직전에 불어닥친 오일쇼크와 비싼 차량 가격으로 인해, 기아자동차의 604는 판매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당시 604의 국내 출시 가격은 2,400만 원으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분양가보다 400만 원이나 더 비쌌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자동차공업 통합조치>가 발표되면서, 기아자동차는 더 이상 승용차를 생산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기아자동차의 604는 1981년을 끝으로 단종을 맞이하게 된다. 1985년까지 153,252대가 판매된 유럽시장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604는 원주에 전시된 최규하 전 대통령의 관용차와 이곳 제주에 전시된 모델이 유이하다.


푸조 206 CC


푸조와 한국의 본격적인 인연은 2003년 ‘한불모터스’가 출범하면서부터이다. 1997년 IMF 위기로 당초 수입원이었던 ‘동부 푸조’가 사업을 철수한 지 약 6년 만의 재진출이었다.


206 CC는 한불모터스가 한국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였던 모델이었다. 당시 206 CC는 하드탑 컨버터블을 2천만 원대(2,970만 원)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젊은 층 소비자를 단번에 사로잡았고, 이는 푸조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206 CC는 지금의 푸조 디자인을 논하는 데 있어 빠지지 않는 모델이다. 20년 넘게 이어져온 푸조의 핵심 디자인 철학, ‘펠린 룩’을 처음으로 선보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바로 전 세대 모델인 ‘205’의 디자인이 상당히 투박했던 것을 고려하면, 푸조의 디자인은 206 CC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206 CC는 세계 최초의 하드톱 컨버터블인 ‘푸조 402 이클립스’를 계승하는 모델이기도 해, 기술적인 면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층에서의 관람을 마치고, 시트로엥이 전시된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시트로엥 전시관에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푸조 전시관에서 보여주었던 규모와 달리, 팜플렛에 표시된 시트로엥 전시관은 상당히 협소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시장에서는 푸조가 시트로엥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으니, 이는 당연한 대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트로엥 2CV’와 ‘시트로엥 DS’를 마주하는 순간, 푸조 전시관에서 느꼈던 것과 동일한 감흥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이 두 모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트로엥 2CV


1948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42년간 생산된 ‘2CV’는 영국의 ‘로버 미니’, 이탈리아의 ‘피아트 500’과 함께 유럽의 소형차 시대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바퀴 네 개와 우산 한 개’라는 초기 콘셉트답게, 2CV의 구성은 극단적일 만큼 단조롭다. 앞 좌석 창문은 접어 올리는 형태의 ‘폴딩 업’ 방식을 채택했고, 동그란 헤드램프 역시 소박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루프는 캔버스 소재로 만들어져 있어, 손으로 직접 말아 접어야 한다.



2CV가 이토록 단순한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는 ‘말 한 마리보다 경제적인 차‘라는 개발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2CV의 프로토타입은 가격 절감을 위해 헤드램프를 단 한 개만 적용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차의 기본기가 부실한 것은 결코 아니다. 2CV는 ‘시속 60km로 달려도 달걀이 깨지지 않는 차’라는 개발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튼튼하게 설계된 섀시 구조와 독립 현가방식을 채택했다.


덕분에 2CV는 연비 향상을 위한 얇은 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준으로 뛰어난 승차감을 자랑했다.



이처럼 저렴하고 실용적이면서 기본기까지 출중한 2CV는 1990년 단종 직전까지 5백만 대 정도가 만들어져, 시트로엥을 넘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로 명성을 날렸다. 현재까지 2CV의 생산 기록을 뛰어넘는 자동차는 폭스바겐 비틀이 유일하다.


시트로엥 DS


DS는 시트로엥의 모토인 Créative Téchnologie(창조적인 기술)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1955년 파리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이 차는 ‘시대를 앞서나간 자동차’, ‘하나의 예술작품’, ‘우주선을 닮은 자동차’ 등의 극찬을 받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DS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디자인’이다. 이탈리아의 디자이너이자 조각가인 ‘플라미니오 베르토니’가 빚어낸 공기역학적 디자인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미래지향적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DS는 자동차 전문잡지인 <클래식 & 스포츠카>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인이자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DS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유압식 서스펜션,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 유압식 파워 브레이크 등, DS에는 당시 기준으로 최첨단인 기술이 아낌없이 녹아들어있다.


DS의 기술력을 논하는 데 있어, 모터스포츠에서의 활약을 빼놓을 순 없다. DS는 1959년, 1966년 몬테카를로 랠리와 1962년 핀란드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단순히 디자인만 아름다운 차가 아니라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한 셈이다.



프랑스의 영웅 ‘샤를 드 골’ 대통령의 관용차로까지 사용된 DS는 1975년을 끝으로 단종을 맞이했다. 하지만 ‘DS’라는 이름과 그 안에 담긴 가치는 시트로엥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DS 오토모빌’로 계승되어, 지금도 전 세계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푸조·시트로엥 박물관>이 남긴 여운은 꽤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서귀포의 감귤밭이 보르도의 포도밭처럼 보였다. 일정을 위해 빌린 렌터카가 푸조나 시트로엥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뒤를 따랐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요즘, <푸조·시트로엥 박물관>에서 프랑스 감성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고리타분한 자동차 박물관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제주에서 느끼는 프랑스 감성,

푸조·시트로엥 자동차 박물관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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