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정연호 기자] 고용 없는 성장, 전 세계적 화두다. 세계 각국은 대기업에 의존하던 기존 경제가 고용 창출을 충분히 이뤄내지 못한다는 현실을 깨닫고,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고, 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된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이 창업하는 것을 넘어서 질적으로도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창업 생태계란 ‘공공 기관, 연구 기관, 투자 기관, 대기업 등 창업지원기관이 협력해서 창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환경’을 뜻한다. 창업 생태계는 보통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주도하에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생태계가 잘 구축됐을 때 ‘창업‘과 ’아이디어 제품 개발‘에 필요한 부담감도 줄어들게 된다.
시흥산업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지자체 주도로 지역 대학인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이하 산기대),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경기과기대)와 공동 주관으로 ‘통합창업경진대회’를 진행하였다. 올해는 중소벤처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안산 본교)를 포함한 4개 기관에서 추천한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을 돕기 위해 공동 주관으로 ‘시흥시 통합창업경진대회’를 27일 개최했다.
시흥시 통합창업경진대회 발표 현장, 출처=시흥산업진흥원
시흥산업진흥원이 운영 중인 시흥창업센터 1층에서 열린 이 날 행사에선, 시흥창업센터·산기대·경기과기대·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추천한 20개의 기업 중 일차적으로 선발된 10개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발표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흥시 통합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기업들, 출처=시흥산업진흥원
해당 행사에서 상위 6개사로 뽑힌 기업은 상금과 함께 진흥원의 다양한 사업화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행사는 엄격한 방역 관리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취재진은 선정된 기업과 각각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상을 받은 디아이큐브의 최인웅 대표
대상으로 시장상을 받은 ‘디아이큐브(최인웅 대표)’는 스마트 젖병 세척기를 선보였다. 이 제품으로는 모든 형태의 젖병을 최대 4개까지 30분 동안 세척·열탕 소독·건조할 수 있다.
최인웅 대표는 퇴근 후 집에 쌓인 젖병을 세척하는 경험을 하면서, 가사 노동을 자동화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기존 방식은 젖병을 세척할 땐 식기 세척기를 쓰는데, 문제는 컵 등의 내부를 꼼꼼하게 닦기 어렵다는 점이다. 디아이큐브의 세척기로는 젖병 내부까지 모두 닦아낼 수 있으며, 아이들에게 위험한 살모넬라균·황색 포도상 구균 등의 수인성 질환균도 열탕 소독으로 완벽하게 살균한다.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초음파를 쓰기 때문에 잔류 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인웅 대표가 설명한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다. 디아이큐브가 지자체에 제품을 판매하면, 지자체가 이를 출산 지원 정책으로 대여하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역시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그는 “창업경연대회에선 다양한 기관의 관계자를 소개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최우수상은 하우투머신(손현승 대표), 이니티움(이영은 대표), 클린플러스카트(문민식 대표) 3개사가 수상했다.
최우수상인 하우투머신의 손현승 대표
전체 2등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하우투머신’의 ‘슬래그닥터’는 레이저 가공기로 녹인 철판에서 발생한 융착물인 슬래그(slag)를 사람 대신 제거하는 장비다. 슬래그는 레이저 가공기 내 ‘철판 그리드’ 위에 쌓이기 때문에, 청소를 하지 않으면 그리드 위에 철판이 평평하게 올라가지 못하므로 절단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기존엔 사람이 직접 슬래그를 제거했는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장비가 절단기를 빠르게 청소하므로 청소를 위해 업무를 중단할 필요가 없고 안전사고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손현승 대표는 제품을 판매하면서 얻은 현장의 피드백으로 기술 개선을 반복해왔고, 기술 개발 완료에는 3년이 걸렸다. 이제 중요한 건 영업이다. 그는 영업하는 과정에서 경기과기대가 제공하는 사업 관련 정보가 유용하다고 답했으며, 창업경연대회에서 얻게 되는 수상 이력이 영업에 유용한 레퍼런스(Reference)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수상으로 뽑힌 이니티움의 이영은 대표
‘이니티움’은 스마트 기기와 연동이 가능한 ‘블록피아노’를 소개했다. 이니티움의 블록피아노는 기기를 조정할 수 있는 본체 부분인 ‘마스터’와 피아노의 건반인 ‘슬레이브’, 마지막 옥타브 위치를 인식하는 ‘캡’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전자 피아노가 iOS 운영체제에만 연동된다면, 이니티움의 제품은 안드로이드와 PC까지 연결이 된다는 차별점과 필요에 따라 건반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을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영은 대표는 창업을 하고서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통합창업경연대회 심사 과정에서 받은 제품 개발에 대한 조언이 차기 모델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클린플러스카트의 문민식 대표
‘클린플러스카트’가 소개한 것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 이용하는 카트를 살균·소독하는 ‘카트 소독기’다. 최대 10분이 소요되던 수동 방식의 카트 살균·소독과 달리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시스템이 장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각종 기능을 자동화되어 5초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클린플러스카트는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해외 특허 출원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문민식 대표는 “이번 창업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기업은 해외 특허를 위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이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수상으로는 엔이엔텍(김선천 대표)와 비전케이(송권민 대표)가 각각 수상하였다.
우수상으로 뽑힌 엔이엔텍의 김선천 대표
'엔이엔텍’은 악취 제거에 효과적인 음이온을 제조하는 기술을 최초로 적용한 ‘에너지 절감형 고성능 탈취기’를 선보였다. 음이온 중화 방식은 인체나 미생물에 무해하며, 이를 통해 제거된 악취는 대부분 재현되지 않는다. 다른 제품과의 차별점은 부지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끔 제품이 소형화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동력비, 약품비, 설비 도입비 등 모두 50% 이상씩 절감할 수 있다. 엔이엔텍의 제품만 단독적으로도 쓰일 수도 있지만, 소형화된 기기인 만큼 기존 제품과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터뷰 과정에서 김선천 대표는 창업에 필요한 부수적인 일들에 대한 고충을 이야기했다. 이들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입주 기업에게 창업과 관련된 실용적인 조언과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엔이엔텍의 제품은 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그는 시흥시 통합창업경연대회를 통해서 공공 기관과의 네트워킹 기회를 얻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우수상을 받은 비전케이의 송권민 대표
비전케이가 소개한 제품은 실시간 영상 전송이 가능한 4채널 폐회로 텔레비전(CCTV)으로, 작고 가볍게 제작돼 차량 및 건물 어디든 설치가 가능하다. 저장된 영상은 최대 30일까지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대용량 제품이다. 이를 통해 시내버스나 화물차 등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영상을 확보한다면, 사고가 났을 때 사고 경위를 정확하게 따질 수 있게 된다. 또한, 영상 모니터링을 통해서 배차 간격 조절도 가능하다. 기존 IP(Internet Protocol) 카메라가 랜선으로 연결이 된다면, 비전케이의 제품은 차량 내 LTE 모뎀을 통해서 영상을 전송한다.
송권민 대표는 ‘레퍼런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비창업패키지 최우수로 선정된 이력이 후에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에 도움이 됐다”면서 “시흥시 통합창업경연대회 역시 지원금 자체도 도움이 되지만, 이러한 레퍼런스가 영업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답했다.
출처=시흥산업진흥원
행사를 끝내면서 시흥산업진흥원 김태정 원장은 “시흥시 통합창업경진대회는 지자체 주도로 지역 창업지원기관이 배출한 창업 성공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흥시에서 육성된 스타트업이 성장하여 지역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 ‘벤처 신화’를 실현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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