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악당들은 죄다 그가 물리친다. 법의 심판을 피해 가는 미꾸라지들은 사적으로 응징했고(SBS‘모범택시’ 시즌1∙2), 과거에 사는 형사들과 무전기로 소통하며 연쇄살인범도 잡았다.(tvN‘시그널’). 지난 18일 끝난 ‘수사반장 1958’(MBC)에서는 서민을 울리면 그게 누구든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영화 ‘범죄도시’시리즈의 마동석이 주먹 한 방으로 모든 상대를 쓰러뜨리듯, 이제 그가 나타나면 “범죄자들 다 죽었어!”란 관객의 믿음이 생기고 있다. 바로 배우 이제훈이다.
“사필귀정, 인과응보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끌려요. 작품을 선택할 때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드라마에서나마 악행과 부조리함의 진실이 밝혀지고 해결되는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느끼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제훈은 기시감 우려에도 정의 구현 인물을 자주 맡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지금 손꼽아 기다리는 작품도 “‘시그널’ 시즌2”다.
‘수사반장 1958’은 아날로그 시대가 배경이고 액션과 코미디를 접목한 활극을 표방해서 범죄 장면 연출은 순했다. 그러나 관통하는 사건은 ‘모범택시’ ‘시그널’과 다르지 않게 심각했다. 사이비 종교부터 아이 유괴, 주가 조작 등 현실에서도 여전한 문제들이 등장했다. ‘수사반장 1958’의 대사처럼 “나쁜 놈들 때려잡아도 세상 돌아가는 건 그대로인” 현실의 방증인 셈이다. 그가 특히 분노한 사건은 아이들에 관한 것이다. 이제훈은 “‘모범택시’에서는 주택청약에 당첨되려고 아이를 입·파양하는 사건에 분노했고, ‘수사반장 1958’에서는 촉법소년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에 분노했다”고 했다. ‘모범택시’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런 짓을 한 게 믿기지 않았다면, ‘수사반장 1958’에서는 미성숙한 소년범임을 알면서도 사안이 심각해서 분노를 안 할 수가 없더란다. 모두 어른들이 지켜줘야 할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이제훈은 배우가 된 이후 여러 인물을 연기하고 사건을 접하면서 사람과 사회 문제에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그 인물을 둘러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인물은 세상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또 끼치고 있는지 등 그런 관계들을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그 고민은 결국 드라마를 통해 경각심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정의 구현 드라마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수사반장’의 박영한 같은 사람이 있다면 세상이 조금 더 깨끗하고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는 “앞으로도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하루라도 젊을 때 멜로 장르에서 사랑에 대한 표현을 많이 하는 모습을 남겨두고 싶다”며 웃었다. “멜로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하하하.”
이제훈은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행동거지나 마음가짐이 더 신중해졌다”고 했다.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 등 시장이 불황인 원인에 대한 소견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한 부재가 원인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야기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지와 사명감까지 들어요.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점점 획일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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