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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7화. 안 본 사람 클릭)
Epilogue.최종화 '우리의 종착역을 향해'
(음악 들으면서 읽을 사람 클릭)
계절마다 떠오르는 단상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봄은 입학식 날의 어수선한 풍경으로
여름은 습한 바깥공기를 피해 들어간 시원한 카페가 떠오르고
가을은 하나둘씩 떨어지는 낙엽이 생각나고
그리고 겨울에는 첫눈을 바라보며 미소 짓던 추억이..
상수와 수영 두 사람에게 가을은 미래를 함께 하기 위해 하나둘씩 분주히 준비했던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결혼식장은 어디서.. 혼수와 예물은 어떻게..신혼집은 또...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로 두 사람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수영은 지친 듯 상수에게 말했다.
'이렇게 힘든 거라니...몰랐어요...'
상수는 웃으며..
'힘들어요? 난 하나도 안 힘든데..신나는데?'
수영은 어이없다는 듯
'하상수 씨는 뭐가 그렇게 신나요?'
'그냥 이제 수영 씨 매일 볼 수 있고.. 고민도 다 내가 들어주고 수영 씨 귀찮은 거 힘든 것도 내가 다 해줄 수 있다는 거?'
수영은 상수의 대답에
'계속 그러면 나 버릇 나빠진다니까...'
'버릇 좀 나빠지면 어때요..내가 좋다는데...'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웃었다.
아직 확정된 미래는 아무것도 없지만 두 사람이 같은 마음이라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행복했다.
수영의 생일에 맞춰서 두 사람은 수영의 부모님이 있는 통영으로 내려갔다.
수영은 운전을 하고 있는 상수를 바라보며
'그냥 편하게 버스 타고 가자니까..하 대리님 피곤하잖아요..'
'괜찮아요. 둘이 오붓하게 가면 좋잖아요. 그리고 내려가서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바람도 좀 쐬고..'
수영은 웃으며
'통영에서 평생 사신 분들인데 어디 구경시켜 드리게요?'
'아니 뭐 통영 아니라도..근처 거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거제요?'
상수는 무안한 듯 웃음으로 넘겼다.
수영의 잔소리는 계속 됐다.
'그리고 전에도 말했지만 차가 너무 커요. 우리 두 사람 타고 다닐 건데..'
'큰 게 아니라니까 수영 씨...지금은 우리 두 사람이지만..가끔씩 부모님들도 타실 거고 또 우리 아기들도 타야 되니까..'
상수는 곁눈질로 수영의 눈치를 봤다.
'아기요?'
'네..아기 두 명은 낳아야 되지 않나..내가 외동이다 보니까 외롭더라구요. 두 명 이상은 낳아야 될 것 같아요.'
'누구랑요 하상수씨?'
'있어요..그 성격은 좀 나쁜데 이쁜 사람 있어요..안수영이라고..'
수영은 상수를 노려보며..
'가만히 보면 져 주는 게 아니라니까..자기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괜히 결혼하자고 했나 봐..'
'이제는 무를 수 없어요. 나 수영 씨 고백받고 다음 날 은행에 조만간 결혼한다고 다 말해가지고..'
수영은 어이없다는 듯
'못 살아..아직 집도 못 구했는데 그걸 은행 사람들한테 말했어요?'
상수는 수영을 보며 웃었다.
잔잔한 바다 위로 붉은 해가 저물 때쯤 통영에 도착했다.
곧바로 수영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로 두 사람은 향했다.
수영의 아빠는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와요..오느라 고생했죠?'
'아닙니다. 아버님. 그간 잘 지내셨죠?'
상수의 긴장한 모습에 수영은 웃으며..
'아빠 우리 배고파. 밥 먹어요..'
'그래 어서 가자. 가게 문도 일찍 닫고 기다렸어. 네 엄마도 기다리고 있을 거다.'
가게로 들어서니 수영의 엄마가 서 있었다.
'수영아..'
수영은 엄마를 안아 주었고..상수는 수영의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네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마쳤고 수영은 엄마랑 일찍 집으로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집으로 가기 전 수영은 아빠에게
'아빠. 이 사람 취해도 안 취한 것처럼 멀쩡해 보이니까 너무 많이 마시게 하지 마요.'
상수는 멋쩍은 듯 웃었다.
'그래. 우리도 조금만 마시고 들어갈게.'
상수에게 술을 따라주며 수영 아빠가 말했다.
'저기..우리 수영이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또 긴 시간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아버님..'
'수영이한테 두 사람 결혼할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내가 뭐 잘난 아비가 아니라서 딱히 해줄 말은 없는데 두 사람 잘 살 것 같아.'
'수영 씨가 아버님 이야기 많이 했습니다. 따뜻하신 분이라고 아버님께 받은 사랑이 너무 큰데 어떻게 갚아야 될지 모르겠다고요..'
수영 아빠는 감격한 듯 웃었다.
'저희 잘 살겠습니다. 그래서 아버님 어머님께 긴 시간 오랫동안 보답하겠습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자 마셔요.'
두 사람의 술자리는 늦게까지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수영은 엄마 옆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행복하니 수영아?'
'그냥 예전부터 그 사람 곁에 있으면 너무 편안해져. 이런저런 걱정들도 사라지고.. 현실적인 문제들도 다 잊게 해줘..'
엄마는 웃으며
'그게 제일 좋은 거야..사람 참 좋아 보이더라..잘 살아..'
수영은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로 엄마를 꼭 안으며
'아직 날도 안 잡았는데 왜 그래 엄마..잘 살 거야 걱정하지 마..'
다음 날 네 사람은 상수의 차를 타고 이곳저곳 관광을 다녔다.
거제도로 가서 유람선도 타고 돌고래 체험도 하고 맛집에 들러 식사도 했다.
관광을 마치고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수영의 아빠는 상수에게
'저기 오늘 덕분에 너무 즐거웠어요. 평생 통영에서 살았지만 돌고래는 또 처음 봤네 내가....'
'아닙니다. 아버님. 제가 앞으로 종종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이제..'
수영은 옆에서
'그래 아빠. 편하게 해요..'
'그래요..천천히 할게요.'
집으로 돌아온 수영은 피곤했던지 잠시 눈을 붙였다가 잠에서 깼다.
집안에 상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그 사람 어디 갔어요?'
'너 자는 거 보고 잠시 밖에 바람 쐬러 나간다고 하던데.'
수영은 상수를 찾아 밖으로 나왔다.
4년 전 상수에게 말없이 통영으로 내려왔을 때 재회했던 바닷가 모래사장에 상수가 앉아 있었다.
'뭐해요 여기서?'
상수는 웃으며
'아 깼어요? 수영씨 보여 주려고 모래성 만들고 있었는데..이거 쉽지가 않네요.'
수영은 상수가 만든 모래성을 보고 웃으면서
'그게 뭐야..이건 진짜 그냥 흙더미잖아요..'
상수는 무안한듯..웃으며..
'그러니까 수영 씨가 진짜 잘 만든 거였구나.. 이거 만들기 너무 어려운데..'
수영은 상수 옆에 앉으면서
'비켜봐요. 내가 도와 줄게요. 같이 만들어요.'
상수는 모래성을 만드는 수영을 천천히 보면서
'이거 내일 수영 씨 생일 날 주려고 했는데..'
상수는 반지를 꺼내 수영의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반지를 끼워주면서 말했다.
'내가 예전에 수영 씨가 변수라고 했던 말 기억나요?'
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변수는 미지수에요..불확실한 값... 하지만 변수가 어떤 값을 취해도 항상 일정한 값을 유지하는 게 상수에요.
내 사랑도 같아요..난 안수영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또 누구보다 이해하니까 평생 수영 씨 곁에 있을 거에요.
수영 씨를 만나기 전까지... 난 행복은 상수, 불행을 변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행복을 상수로 정의해버리면 그 외의 모든 시간은 변수, 불행이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수영 씨.. 우린 행복을 갈구할지 말고 그때그때 후회 없이 사랑해요.. 나랑 결혼해 줄 거죠?'
수영은 대답 대신 환하게 웃으며 상수의 입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인생의 한 시절에 서로가 있었다.
반했고 설렜고 어리석었고 후회했던
그 모든 순간은 결국 그리움이 되었다.
하지만 어둡고 힘들었던 긴 시간을 지나
이렇게 또다시 원점에서 마주한 우리는
우리의 종착역을 향해 함께 출발할 것이다.
다시는 엇갈리지 않게 서로의 손을 꽉 잡고
다시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더욱 뜨겁게 사랑할 것 이다.
읽어줘서 고마워. 끝맺음이 참 너무 힘들었어.
많이 부족했을 텐데 재미있다고 댓글도 달아주고 추천도 해주고 감사해.다시 한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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