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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 서울구치소 21 "군대면제"

김유식 2010.04.11 19:53:04
조회 15953 추천 5 댓글 38


  고개를 끄덕이던 이재헌 사장이 물었다.


  “야~ 두식아. 니 군대는 갔다 왔나?”


  새로운 질문자가 나타나자 정두식이 고개를 들어 잠깐 쳐다보고는 말했다.


  “원래는 11월 말로 영장이 나왔는데요. 한 번 연기하려고 했었어요.”


  이재헌 사장이 또 묻는다.


  “아직 안 갔나? 현역이제?”


  “네.”


  “그라면 니 전에 받은 집행유예는 징역이 얼만디?”


  “징역 8월이요.”


  이재헌 사장의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요즘 군대 얼마나 가노? 22개월이가? 24개월이가?”


  “잘 모르겠는데요. 그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이재헌 사장이 웃지도 않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한다.


  “그라면 니 이번 거 여자친구 팬 거 합의 보지 말고 판사한테 징역 10월만 찍어돌라꼬 해라. 그라면 니는 군대 안 가도 된다.”


  정두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어떻게든 나가려고 하는 구치소에서 판사에게 징역을 살게 해 달라니? 농담인지 아닌지 분간도 안 됐다. 이재헌 사장의 말투가 워낙 진지하기 때문이다.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 이재헌 사장이 계속 말한다.


  “니 저번에 징역 받은 게 8월 아이가? 집행유예 중이니까 니 이번에 사고 잘 쳤데이. 탄원서 쓰고 반성문 쓰고 판사한테 꼭 10월만 징역 살게 해 주십시요~하고 부탁하믄 징역이 모두 18개월 아니가? 징역 18개월 이상 살믄 군대 면제다. 알긋나?”


  조선생과 내가 모두 웃었다. 박경헌과 정두식은 웃지 못했다. 이재헌이 정두식에게 가까이 다가서 앉으며 말을 이었다.


  “니 폭행이 3주 진단이면 벌금형이나 징역이 나와도 몇 개월 안 나올끼다. 판사님한테 여자친구나 패는 지는 당분간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마땅하다꼬 꼭 응분의 처벌을 받겠다고 해라. 근디 꼭 그 처벌이 10개월이어야 한데이. 잘못해서 반성하는 기미 보인다고 8개월 나오면 좆된데이~ 앞의 징역하고 합쳐서 1년 6개월만 만들면 군대 22개월인지 24개월인지 안 가니까 그게 더 유리하다~ 알긋나? 이번에도 징역이 8개월 나오믄 모두 1년 4개월 아이가? 그라믄 니 징역 살고 군대도 가야 하니까 억수로 좆된다~ 징역은 징역대로 살고, 군대는 군대대로 가고~ 아이고 우리 두식이 좆됐데이~”


  질벅한 사투리에다가 목소리 톤도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는 높아 보이는 이재헌 사장의 말에 조선생과 내가 크게 웃었다. 정두식도 그제야 농담인 줄 알고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우리의 박경헌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표정이다. 다 웃고 난 뒤에 박경헌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이 사장님~ 그러면 두식이는 징역 10월만 받으면 군대 안 가는 거네요? 두식아. 꼭 판사님께 징역 10개월만 해달라고 해라. 근데 10개월 보다 더 받으면 어쩌지요?”


  이재헌 사장이 뭔 소리 하냐는 듯이 힐책한다.


  “시방 뭐라노? 야가 군대를 가야 사람이 되지 징역을 살게 한다꼬요? 미친 거 아니에요?”


  이재헌 사장의 박경헌 대하는 투가 하루 만에 사뭇 달라졌다. 박경헌이 다시 여섯 살 때의 에디슨과 같은 표정이 되어 묻는다.


  “아니~ 지금 이 사장님이 징역 10월만 더 받으면 군대 안 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군대 안 가면 좋죠. 저도 군대라면 지긋지긋해요. 하도 맞아서요. 두식아 너는 군대 가지 마라. 꼭 징역 살아라.”


  농담과 진담, 낄 때와 뺄 때를 구분 못 하는 박경헌의 말에 조선생은 정두식에게 짐이나 정리하라고 했다. 짐이라 봤자 신입방에서 전방 와서 칫솔과 수건, 속옷밖에 없다. 칫솔 걸 자리도 알려주고 수건 널 자리도 알려줬다. 조선생이 영치금은 있냐고 묻자 한 십만 원 정도는 들고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접견 오실 테니 더 필요하면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경헌은 비듬이 눈처럼 떨어지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책을 한 권 꺼내 든다. 아마 군대 이야기로 대화가 번졌으면 썰을 더 풀고 싶었던 것 같은데 상대를 해 주지 않으니 무안했던 모양이다.


  키 작은 소지가 다가와서 식수를 받으라고 한다. 식수는 아침식사,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 한 번씩 준다. 각 방마다 있는 5kg들이 물통에 담아주는데 소지들은 주둥이가 긴 주전자를 통해서 넣어준다. 이 물은 보일러를 통해 데운 물이고 각 관구 복도에 있는 꼭지에서 받아다 준다. 마시기도 하지만 많이 남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머리를 감기도 한다. 소지는 뭐가 그리 좋은 일이 있기에 낄낄거리며 시끄럽냐고 물으면서 갔다.


  내가 박경헌에게 말했다.


  “머리 좀 감아요.”


  박경헌이 대답했다.


  “감아야 합니까?”


  내가 박경헌의 손을 잡고 화장실 쪽으로 땡겼다.


  “감아야지요.”


  박경헌이 흔쾌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뒷머리에 보이는 대왕 비듬들과 부스러기 비듬들이 박경헌과 곧 물에 젖은 슬픈 이별을 할 운명이지만 며칠이 안 돼서 짠~ 하고 나타나 재회할 듯싶다. 화장실에 들어간 지 3초 만에 박경헌이 문을 열고 물었다.


  “이 사장님! 아까 두식이요. 이번에 징역 10개월 보다 더 나오면 어떡합니까?”
 

 - 계속
-


세 줄 요약.

1. 이재헌 사장이 정두식에게 군대 안 가는 법을 알려줬다.
2. 박경헌은 이해력이 떨어진다.
3. 박경헌에게 머리를 감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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