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다 보면 다른 운전자 및 보행자와 소통할 일이 한 번쯤 생긴다. 차로 변경 시 켜는 방향지시등, 비상시 켜는 비상등, 상대 차량에 위험을 알릴 때 쓰는 패싱 기능도 소통의 일환이며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에게 양보할 때, 좁은 골목길에서 상대 차량이 길을 터줬을 때는 수신호를 쓰기도 한다.
이같이 간단한 의사 표시는 등화류나 수신호로 충분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도 있다. 예컨대 뒤따라오는 차가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지나치게 붙거나 밤중에 앞차가 헤드램프를 켜지 않는 상황 말이다. 마침 요즘 급격히 늘어나는 전기차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어 전면부를 막는 디자인이 유행인데, 현대모비스가 이를 소통 수단으로 활용할 방법을 제시했다.
글 이정현 기자
현대모비스 ‘라이팅 그릴’
외부와 소통해 안전 확보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1년 전면 그릴 전체를 조명 장치로 활용하는 ‘라이팅 그릴’을 개발한 바 있다. 라이팅 그릴은 외부에 자율주행 상태를 알리거나 비상 경고등 표시, 웰컴 라이트 등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며 감성 품질도 높여줄 수 있는 첨단 사양이다.
현대모비스는 라이팅 그릴을 공개한 직후 업계 및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단순 조명이나 디자인 요소에 그치지 않고 타 차량 및 보행자와 소통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혁신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라이팅 그릴이 이르면 연말 상용화되어 양산차에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뜻하지 않게 유출된 힌트
이르면 연말 상용화 전망
이러한 전망은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이하 TI)의 웹사이트 게시판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 Q&A 게시판에 차량용 LED 디스플레이 관련 질문이 올라오자 TI 관계자가 답변을 남기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와 연관 가능성이 높은 내용이 나온 것이다.
TI 관계자는 “차량 전면 그릴에 71×32(2272EA) RGB LED를 적용하고 커스텀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모듈을 개발 중”이고 밝혔다. 이어 “고객사로부터 RGB LED 디스플레이 및 이와 관련된 드라이버 제품 관련 문의가 있었는데 이번 연말 완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TI가 언급한 고객사는 현대모비스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오닉 7에 적용될까
“육두문자도 띄우겠네”
TI가 개발 일정 시한을 올해 말로 언급했다는 걸 참고하면 현대차그룹이 향후 출시할 신형 전기차에 라이팅 그릴이 적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페이스리프트,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될 기아 신형 전기차 등에 우선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한편 라이팅 그릴은 자율주행차에 꼭 필요한 기능으로 주목받으며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 부품 업계가 앞다퉈 비슷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소니와 혼다가 협업 개발 중인 전기차 아필라(Afeela) 프로토타입에도 기존 자동차의 라디에이터 그릴 자리에 풀 컬러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거 상용화되면 ‘깜빡이 좀 켜라’라는 문구를 꼭 쓰고 싶다”, “고속도로 1차로에서 정속 주행하는 차에 비키라고도 할 수 있겠네”, “해킹이나 튜닝해서 욕 띄우는 차도 있을 듯”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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