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2월 설 연휴를 앞두고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탑승한 F-15K 편대가 포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공군 주력전투기인 F-15K 59대 성능개량 비용이 4조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공군
안녕하세요, 어떤 무기를 도입한지 오래 돼 성능개량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도입가의 50~100% 수준에 육박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와 중요한 ‘눈’ 역할을 해온 E-737 ‘피스 아이’ 조기경보통제기 성능개량 문제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공군 F-15K 61대 대당 1260억원에 도입
‘슬램 이글’(Slam Eagle)이라는 별칭을 가진 F-15K는 2005년부터 도입, 벌써 16년이 돼 성능개량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F-15K는 두차례에 걸쳐 61대가 도입됐는데 그중 2대가 추락해 현재 59대를 운용중입니다. 61대 도입에 총 7조4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됐는데요, 대당 1260억원 가량이 든 셈입니다.
방위사업청(방사청) 등 군 당국은 지난해 F-15K 1차 성능개량을 공식화했습니다. 1차 성능개량은 F-15K 전투기에 항재밍 안테나, 피아식별장비, 연합전술데이터링크(Link-16) 등을 장착해 적의 전파교란과 보안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입니다. 2025년까지 사업비로 총 3000억원이 책정됐습니다.
공군 E-737 조기경보통제기가 2017년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김해공항을 이륙하고 있다. E-737 4대 성능개량 비용이 도입가와 비슷한 1조5000억원으로 알려져 과다비용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 DB
2023년부터는 F-15K에 첨단 능동 위상배열 레이더(AESA) 등을 장착해 4.5세대 전투기로 업그레이드하는 2차 성능개량이 추진됩니다. 2030년대 초반까지 10여년 동안 추진될 F-15K 성능개량은 중·러·일 등 주변강국들이 AESA레이더를 장착한 4.5세대 전투기 및 5세대 스텔스기 숫자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에 대응한 것입니다. 이 사업은 올해말까지 미 정부 및 보잉사(제작사)와의 협상을 통해 비용 등을 확정해야 합니다.
◇ F-15K 개량비용 4조600억원 추산, 대당 688억원 꼴
그런데 최근 이 사업 비용이 군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당초 2조원대를 예상했는데 3~5조원대에 달한다는 설(說)들이 나와 “너무 많은 돈이 드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추정되는 개량 비용은 4조600억원 가량이라고 합니다. 제작사 등과의 비공식 협상을 통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조600억원이면 대당 688억원 꼴인데요, 도입가(1260억원)의 절반 수준인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사례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약 200대 가량의 구형 F-15J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도 F-15 성능개량을 추진중인데 비용 폭등 문제로 사실상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외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8일 일본 방위성이 2020회계연도 예산에 포함했던 F-15 개량사업 비용 390억엔(약 3900억원)을 집행하지 않은 데 이어 2021년도 국회 통과 예산에는 관련 비용을 아예 반영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새해 첫날인 1일 E-737 조기경보통제기에 탑승해 우리 군의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며 지휘비행을 하고 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조기경보기에 탑승해 지휘비행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청와대
설계 등 초기 비용이 당초 예상치의 3배 가까운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미국 측과 맺었던 계약을 일단 취소했기 때문이라는데요, 이와 관련해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관련 부서에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 E-737 4대 성능개량, 도입가와 비슷한 1조5000억원 예상
예상보다 높은 F-15K 개량 비용에 대해 방사청은 “비용이 우리 목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 또는 연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요군인 공군은 매우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개량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선 최근 미국에서 실전배치가 시작된 최신형 F-15EX의 한국 판매를 위해 보잉사가 F-15K 성능개량 비용을 깎아주는 대신 일정 수량의 F-15EX 판매를 제안했다는 설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공군과 보잉사 모두 “전혀 그런 얘기가 없었다.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군 고위 소식통은 “현재 공군은 F-15EX 도입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2011년 이후 4대가 도입된 미 보잉사의 E-737 조기경보기 성능개량(2023~2030년) 문제도 비용 문제 때문에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로 보입니다. 공군은 1조5000억원 가량으로 4대를 도입했는데 그 개량비용도 1조5000억원 가량 될 것이라고 합니다. 개량 비용이 도입가격과 비슷한 셈입니다.
◇ 보잉사 “개량비용 부풀려 알려졌고 최종 협상가 크게 낮아질 것”
개량은 E-737에 피아식별장비(IFF) 및 링크(Link)-16 데이터 링크 성능개량 등이 핵심 내용이라는데요, 방사청은 F-15K 성능개량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 같은 E-737 조기경보기 성능개량 비용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군은 현재 조기경보기 2대를 추가도입하는 조기경보기 2차 사업도 추진중인데 이미 E-737 조기경보기 4대가 도입돼 있기 때문에 E-737 추가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돼 왔습니다. 또다른 군 고위 소식통은 “E-737 조기경보기 성능개량 비용이 얼마나 절감되느냐에 따라 조기경보기 2차 사업의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15K 및 E-737 제작사인 보잉사측은 비공식적으로 “현재 알려진 개량 비용들은 부풀려져 잘못 알려진 측면이 많으며 최종 협상가는 지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방사청.공군, 개량비용 절감에 총력 기울여야
보통 무기 성능개량 사업은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 “제작업체가 슈퍼 갑질을 하기 쉬운 사업”이라는 얘기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동안 한국군에 많은 무기를 판매해온 미 보잉사는 한국 정부와 군,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방사청과 공군 등 정부 당국도 역량을 총동원해 협상력을 높여 이른바 ‘바가지’를 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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