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미 순환배치 1개 여단 전력
한국군 1개 기계화사단과 맞먹어
지난 1월11일 미 국방부 SNS(소셜네트워크) 등에 미 육군 1보병사단 예하 2전투여단의 전차·장갑차 등이 철도로 수송되는 영상이 등장했다. 미 캔자스주 포트라일리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2전투여단 장비들이 한국으로 이동하기 위해 철도로 수송되는 모습이었다. 이 영상에는 미 육군 M1A2 에이브럼스 주력 전차의 최신 버전인 ‘M1A2 SEPv2’전차, M2A3 보병전투장갑차, M109A6 팔라딘 자주포 등이 이동해 화차에 실리는 모습이 포함돼 있었다.
2전투여단은 9개월 일정으로 주한 미 2사단에 순환배치되기 위해 이동한 것이다. 이는 종전 주한미군 순환배치 부대의 병력과 장비가 한국에 도착한 뒤에 알려왔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해당 부대가 미 본토에서 출발할 때부터 실시간 중계하듯이 알린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주변에선 “주한미군 감축설이 계속되면서 차기 순환배치여단을 한국군에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자 미 국방부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한미군 순환배치여단 기갑부대와 한국군 기계화부대 장병들이 연합훈련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주한미군 제공
◇ 순환배치여단이 주한미군 감축시 0순위 부대인 이유
미 1보병사단 2전투여단은 지난 2월 한국에 도착, 종전 배치돼 있던 미 1기갑사단 3전투여단과 교대해 임무를 수행중이다. 오는 11월쯤 후임 순환배치부대와 교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이 가시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순환배치여단을 중심으로 한 주한미군 감축설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순환배치여단은 주한 미 2사단의 유일한 ‘붙박이’ 보병부대였던 1전투여단이 해체되면서 2015년6월부터 한국에 교대로 파견되고 있다. 보통 9개월마다 교체된다. 2018년 10월까지는 장비를 한국에 남기고 병력만 순환배치됐지만 그뒤엔 이번 1보병사단 2전투여단처럼 부대와 장비가 함께 움직이면서 교대하고 있다. 순환배치 여단은 보통 4000~4500명 규모이지만 지원병력을 포함하면 6000명 가까이 된다.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2만8500명 수준이다. 순환배치여단은 교대할 다음 부대를 보내지만 않으면 감축과 같은 효과를 거두기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이 실제 이뤄질 경우 ‘0순위’ 부대로 꼽혀왔다. 순환배치여단이 감축되면 주한미군은 2만20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 된다.
◇ 순환배치여단, 최신형 전차·장갑차 300여대 보유
군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순환배치여단이 감축되면 단순히 1개 여단이 줄어드는 것 이상의 파장과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순환배치 여단 전력이 알려진 것보다 강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군 소식통은 “현재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는 1사단 2전투여단은 최신형 전차인 M1A2 SEPv2 90여대와 신형 보병전투장갑차 M2A3 90여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일각에서 알려진 M1A2 SEPv2 전차 50여대, M2A3 장갑차 30여대보다 많은 것이다. 2전투여단은 이밖에 M113 계열 장갑차 110여대, M109A6 ‘팔라딘’ 자주포 18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전투여단은 7개 안팎의 대대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기갑수색, 기계화보병, 지원, 포병, 공병 각 1개 대대와 2개 기갑대대 등이다.
2전투여단의 주력 무기는 M1A2 SEPv2 ‘에이브럼스’ 전차다. 베트남 전쟁 영웅인 미 크레이턴 에이브럼스 대장의 이름을 딴 전차로, 1979년부터 야전부대에 실전배치됐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현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이 그의 셋째 아들이다. 첫 배치된지 40년이 넘었지만 계속 성능을 개량해 세계 최강 전차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총 9500대 이상이 생산됐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M1A2 SEPv2는 최신형인 M1A2 SEP 전차중에서도 두번째 개량형에 해당한다. 종전 모델에 비해 전자장비 등이 개선돼 첨단 네트워크전을 수행할 수 있고 최신 모델의 ‘크로우’ 무인 기관총탑을 장착하고 있다.
120㎜ 활강포를 탑재하고 있고, 승무원은 4명이다. 길이 9.77m, 높이 2.44m, 폭 3.66m이며 중량은 63t이다.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해 가속능력이 뛰어나 최고속도가 시속 70㎞에 이른다. 대당 가격은 100억원이 넘는다. 한국형 최신형 전차인 K2 ‘흑표’는 80억 가량이다. 지속적인 성능개량으로 북한 최신형 ‘선군호’ 전차는 물론 러시아 T-90 전차, 중국 99식 전차 등에 비해 종합적인 전투능력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주한 미 2사단은 한국군 1개 군단(3개 사단)과 맞먹는 화력을 자랑했지만 주한 미 지상군 감축과 한국군의 전력 증강으로 이 얘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미 순환배치 1개 여단은 한국군 1개 기계화사단과 비슷한 전력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 전투여단 감축시 주한미군 유일 보병전투부대 사라져
순환배치여단(전투여단)이 감축될 경우 두번째 문제는 유일한 주한미군 보병부대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순환배치여단은 한국군 기갑여단과 함께 한·미 연합사단을 구성하는 핵심 부대다. 이 부대가 철수할 경우 주한 미 2사단은 보병여단이 없는 기형적인 부대가 된다. 한반도 유사시 지상 전투에 즉각 투입될 수 있는, 중요한 ‘인계철선’인 보병부대가 없어지는 셈이다. 2사단 예하에는 210화력여단과 제2전투항공여단도 있다.
210화력여단은 유사시 북한에 가장 위협적인 부대 중의 하나로 꼽힌다. 한 번에 축구장 3~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MLRS 다연장로켓 36문과 M109A6 ‘팔라딘’ 자주포 16문 등을 보유하고 있다. 유사시 DMZ 인근에 배치돼 있는 북한 240㎜ 방사포(다연장로켓), 170㎜ 자주포 등 북 장사정포 갱도 진지 등을 타격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 주둔하고 있는데 당초 한강 이남인 경기도 평택 기지로 이전하려다 임무의 중요성을 감안해 당분간 동두천에 계속 주둔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제2전투항공여단은 AH-64 ‘아파치’ 공격 헬기 1개 대대(24대), UH-60·CH-47 수송 헬기 수십 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아파치 부대는 주한미군 유일의 공격 헬기 대대다. 유사시 북한 특수전 부대가 공기부양정 등을 타고 해상 침투하는 것을 저지하는 임무 등을 맡고 있다. 주한미군 아파치 부대는 총 3개 대대 규모였으나 2개 대대가 단계적으로 철수해 1개 대대만 남은 상태다. 이들 부대는 보병부대가 아니다.
◇ 전문가 “주한 미 지상군 감축은 시간문제”
아직까지 우리 정부나 미 국방부는 공식적으로는 “주한미군 감축문제가 논의되거나 협의된 바 없다”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주한미군 감축문제에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 측근 인사의 주한미군 감축설은 끊이지 않았던 주한미군 감축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11일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주독미군 철수 논의가 나온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하는 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미국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독일 등지에서 미군을 데려오고 싶어 한다. 이것은 매우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을 위한 압박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주둔 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이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숙원사업’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코로나 방역 실패와 인종충돌 사태로 대선 정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리스크 관리 등을 이유로 감축 카드를 언제든지 꺼낼 수도 있다.
물론 미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 마음대로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없도록 만든 안전장치는 있다.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주한미군을 현수준인 2만85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도록 한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다만 미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국방부장관이 입증하거나,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태평양지역 동맹국들과 적절한 논의를 거치면 감축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달아놓은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 행정부와 미군의 기본 방향이 세계 지역분쟁에서 지상전 개입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방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미연합사에 근무했던 한 예비역 장성은 “지상전 개입 최소화가 미국의 기본 방향이기 때문에 주한 미 지상군 감축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며 “우리 전략과 작전개념, 군사력 건설 방향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쪽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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