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필요성도 없다"라는 강경 메시지를 냈다. /뉴스1
◇ 정부 관계자, 미 전문가들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 희박”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지도로 북한이 보름 동안 7차례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독자 핵무장론부터 전술핵 재배치, 확장억제 강화, 한국형 핵공유 등 다양한 북핵 대책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비핵 대책인 한국형 3축 체계의 한계가 부각되면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와 함께 더욱 부각되고 있는데요, 이중 전술핵 재배치는 미 전문가들은 물론 우리 정부 당국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오늘은 왜 현실적으로 전술핵 재배치가 어렵다고 하는지, 대안은 뭔지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전술핵 재배치의 현실적 어려움은 크게 세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① 북 공격에 취약 등 군사적 리스크 ② 중국 강력 반발 등 외교적 문제 ③ 국내 갈등 등 정치적 부담 등입니다.
미 공군 소속 F-35 스텔스기가 최신형 전술핵폭탄인 B61-12 투하 테스트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가 이뤄질 경우 B61 핵폭탄이 주한 미공군기지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 미 국방부
① 북 공격에 취약 등 군사적 리스크
우선 미국이 다시 결심하면 한국에 재배치될 수 있는 전술핵무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요, 아직도 일부 전문가들을 포함해 적지 않은 분들이 미국이 마음 먹으면 다양한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1991년 주한미군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서 철수할 때는 전투기용 전술핵폭탄외에도 155㎜ 곡사포용 핵포탄, DMZ(비무장지대) 남침로상에 매설할 수 있는 핵지뢰, 보병이 메고 다닐 수 있는 핵배낭 등 다양한 전술핵무기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B61 전술핵폭탄을 제외하곤 모두 폐기됐다고 합니다. 즉 미국이 결심해도 B61 핵폭탄만 한국에 다시 배치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렌스 코브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현재 200여기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B61 전술핵폭탄이며, 다른 전술핵무기들은 모두 폐기됐다”고 말했습니다.
1991년 이전엔 다양한 성격의 전술핵무기를 주한 미공군기지외에 전국에 산재한 극비 탄약고에 숨겨놓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재배치될 경우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핵폭탄이기 때문에 공군기지에 배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미국이 한국군에 전술핵을 일부 나토국처럼 공유하지 않는 한 한국 공군기지가 아닌 오산·군산 주한 미공군기지 두 곳에 배치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나토 핵공유에 따라 B61 핵폭탄이 배치된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튀르키예 5개국도 모두 공군기지에 전술핵이 배치돼 있습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성능개량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이 지난 10월6일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의 호위 속에 이동하고 있다.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가 추진될 경우 사드 배치 과정에서 겪었던 것보다 큰 사회적 갈등과 중국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뉴시스
그러면 여러분이 김정은이라면 유사시 우리 어디를 가장 먼저 노리시겠습니까? 당연히 전술핵이 배치된 곳에 최우선적으로 특수부대를 보내든지, 강력한 관통능력을 가진 KN-23 개량형(탄두중량 2.5t) 미사일 등으로 타격하려 할 것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VOA(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군사분계선 가까이에 미국이 전술핵을 배치하는 상황을 상정할 수 없다”며 “매우 높은 가치의 목표물이 고정된 장소에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 공격 기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② 중국 강력 반발 등 외교적 문제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배치 때 중국은 비상식적인 반발을 하며 보복조치를 해 우리가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전술핵이 한국에 재배치될 경우 중국은 사드 때보다 훨씬 강한 반발을 하며 보복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전술핵이 배치된 주한미군 기지 등을 표적으로 삼고 유사시 직접 타격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설 가능성도 큽니다.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의 현 기본 정책에도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지난 12일 대외전략 방침을 담은 국가안보전략(NSS·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발표했는데요, “북한이 불법적인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런 북한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외교적 해법을 계속 모색해나갈 것임을 밝혔다고 합니다.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하려면 현실적으로 전술핵 재배치도 어려워지지요.
③ 국내 갈등 등 정치적 부담
주한미군 사드 배치 때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도 심한 갈등과 논란이 있었는데요, 전술핵 재배치는 사드 배치 논란 때보다 훨씬 큰 국내 갈등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입니다. 야당에선 벌써부터 강력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재배치가 가시화할 경우 반미·좌파 단체 등이 결집해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드 배치 때 사드 전자파 피해 괴담으로 한때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었는데요, 전술핵무기는 방사능 문제를 크게 부풀려 괴담을 퍼뜨릴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 국무부 등 미 정부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정적인 종전 입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한국에 전술핵을 재도입하는 것이 옳은 답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핵무기를 재도입하는 것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한반도를 넘어서는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미 정부나 인사들이 반대하는 일이라도 꿋꿋하게 밀어붙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핵 생존전략과 관련해선 전술핵 재배치의 현실적 한계도 감안해 핵+비핵(非核), 즉 두가지 방향의 대책을 병행하는 ‘투 트랙(Two Track) 병행’ 전략을 추진할 필요성도 있다고 봅니다.
2022년9월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미 원자력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등 한미 해군 함정들이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전술핵 등 북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라 항모전단 등 미 전략자산 상시배치 등이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해군
◇ 한미동맹 활용+‘한국판 맨해튼 계획’+ 비핵 ‘4축 계획’ 병행 추진 필요
확장억제 강화와 ‘한국형 핵공유’ 등 한미동맹을 활용하는 방안이 주로 거론되고 있는데요, 그 외에 일본처럼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하는 ‘한국판 맨해튼 계획’(핵무장 잠재력 확보계획), 그리고 여기에 많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3축 체계에 사이버전자전 등으로 북 핵미사일을 발사전 무력화하는 ‘소프트 킬’(Sotf Kill)을 별도의 1축으로 추가, ‘4축 체계’(비핵 대책)를 함께 추진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다음번에 자세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민과 군, 정부 역량을 총결집하는 총력대응 태세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4억 명이 방문한 대한민국 최대의 군사안보 커뮤니티
< 유용원의 군사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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