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23 DSEI 전시회에 등장한 장거리 스텔스 순항미사일 모형. 가와사키 중공업이 개발중인 것으로 최대 사거리가 200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국제 무기를 많이 도입해왔지만 그냥 수입해 쓴 게 아니라 기술도입(라이선스) 생산으로 일본 국내에서 만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일본 방위산업의 기술력은 세계정상급 수준으로 평가받아 왔는데요, 최근엔 ‘적기지 반격능력 확보’ 등을 위해 장거리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계획까지 발표한 뒤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 영국서 열리던 국제 방산전시회 일본서 이례적 개최
여기엔 일본의 국방과학기술 수준과 방위산업 능력이 중요할텐데요, 마침 최근 도쿄에서 열린 국제 방산전시회(DSEI JAPAN 2023)에 참가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먼저 DSEI JAPAN 2023 방산전시회에 대해 살펴보지요. DSEI 방산전시회는 원래 영국에서 2년마다 열리던 전시회인데요, 지난 2019년에 이어 일본 도쿄에서 지난 15~17일 개최됐습니다. 66개국 178개 업체가 참가했다는데요, 전시장은 우리가 2년마다 개최하는 서울 ADEX(국제항공우주 및 방산전시회)보다는 훨씬 작았고, 지상군 중심 방산전시회인 DX코리아보다는 조금 큰 규모로 보였습니다.
일본 2023 DSEI 방산전시회에서 공개된 6세대 전투기 모형.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이 공동개발할 계획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특히 일본 업체들보다 해외 업체들이 훨씬 많아 보였는데 그나마 참가한 일본 업체들도 대기업 중심이었고 중소업체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어느나라든 중소업체들이 방산을 지탱하는 기반인데요, 얼마전부터 일감 부족으로 일본 방산 중소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보도들이 있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징후’로 보였습니다.
◇ 사거리 2000km 장거리 스텔스 순항미사일 모형 공개
지난해 말 일본 안보관련 법령 개정으로 ‘적기지 반격능력 확보’가 가능해짐에 따라 장거리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각종 타격무기의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회에서 이와 관련된 일본 방산업체들의 각종 신무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대함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은 미쯔비시 중공업이 개발·제작해왔는데 이번 전시회에선 가와사키 중공업이 장거리 스텔스 순항미사일 모형을 공개했습니다.
도서방위용 장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최대 사거리가 20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은 이에 앞서 기존 12식 지대함 미사일(사거리 200㎞)을 크게 키우고 스텔스 형상과 함께 날개를 장착, 비행거리 및 기동성을 향상시킨 사정거리 1000~1500㎞급 장거리 대함·대지 순항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는데요, ‘일본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유사시 ‘적기지 반격능력’의 핵심수단이 될 전망입니다.
일본 2023 DSEI 방산전시회에서 가와사키 중공업이 공개한 고에너지 레이저무기. 소형 차량에 탑재해 기동성이 뛰어나고 소형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일본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방어 등을 위해 장거리 미사일을 3단계로 개발·배치할 계획이라는데요, 1단계로 사거리 1000㎞ 가량의 장거리 순항 미사일(12식 지대함미사일 개량형)을 2026년부터 일본 서남부 난세이 제도에 배치, 운용을 시작하고, 2단계로는 요격이 어려운 ‘도서 방어용 고속 활공탄’을 포함한 사거리 2000㎞ 이상의 미사일을 혼슈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영국,일본,이탈리아 3개국,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계획 가속화
마지막 3단계로는 2030년대 중반쯤 운용 개시를 목표로 사거리 3000㎞ 가량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해 홋카이도에 배치한다는 것입니다. 이 극초음속 미사일 모형도 이번 전시회에 등장했습니다. 일본 국산무기는 아니지만 일본 F-35 스텔스기들에 탑재될 노르웨이 콩스버그사의 스텔스 순항미사일 JSM도 등장했는데요, JSM은 현재까지 F-35 내부무장창에 장착될 수 있는 유일한 공대지·공대함 순항미사일입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6세대 전투기 모형도 공개됐는데요, 영국 BAE시스템스 부스에 있었습니다. 이는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 3국이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에 합의했기 때문인데요,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이번 전시회에 참석해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언급했습니다.
일본 2023 DSEI 방산전시회에선 호주가 대형 전시관을 열고 지상장비 업체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이튿날인 16일엔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이 도쿄 방위성에서 3국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내년 기본설계, 2035년 배치’를 목표로 차세대(6세대) 전투기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앞서 3국은 지난해 12월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을 공식 발표했는데요, 정식 명칭은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lobal Combat Air Programme·GCAP)’입니다.
◇ 소형 차량 탑재 레이저 무기, 각종 드론 등도 전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영국 BAE 시스템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가 참여하는데요, 이들 3국 업체들은 지난 15일 GCAP용 전자시스템에서 협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유인기와 무인기가 얻은 정보를 통합 처리하고 조종사에게 적기나 미사일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등 ‘멈티’(유무인 복합운용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개념입니다.
레이저, 드론 무기들도 눈에 띄었는데요, 가와사키 중공업은 소형 차량에 탑재된 레이저 무기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위력은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수준인데요, 기동성은 우리 레이저무기보다 뛰어나 보였지만 위력은 2킬로와트급으로 우리보다 약해 보였습니다. 이밖에 일본과 함께 쿼드 4개국의 하나인 호주가 각종 지상장비를 전시하며 큰 전시관을 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모습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영연방 국가이자 쿼드 국가의 일원으로서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본 방산시장에 적극 진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2023년3월15~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DSEI 방산전시회 전시장 전경. 일본 업체보다 훨씬 많은 해외업체들이 참여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이런 대형 국제 방산전시회가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변화이고 우리가 주목해야할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아시다시피 일본 방산업체들은 세계 정상급 첨단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지난 2014년 무기금수 3원칙이 폐지돼 수출이 가능해진지 10년이나 지났음에도 해외 수출이 성사된 건 필리핀에 레이더를 수출한, 단 한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많은 것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 10년간 해외 수출 성사 단 1건에 그친 일본 방산의 교훈
지난 10여년간 물량 감소 등으로 일본의 ‘방산 생태계’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이는 우리에게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것이자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여지)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아울러 가까운 시일내는 국민정서상 어렵겠지만 우리와 일본 방산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세계 무기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방안도 지금부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과 업계의 제안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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