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6월22일 대방동 공군호텔서 한국군사문제연구원과 한국국방안보포럼이 공동 주최한 '워싱턴 선언의 의미와 한국형 확장억제 나아갈 방향'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발표 및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때 합의된 ‘워싱턴 선언’으로 한국형 확장억제 강화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워싱턴 선언에서 ‘NPT 준수’가 명시됨에 따라 우리의 핵무장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침 며칠전 한 세미나에서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돼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파르도 교수 “한국, 자체 핵무기 개발 이점 내부 역량 지속 강화 필요”
지난 22일 대방동 공군호텔에서 한국군사문제연구원(원장 김형철)과 한국국방안보포럼(공동대표 현인택) 공동 주최로 ‘워싱턴 선언의 의미와 한국형 확장억제 나아갈 방향’ 이라는 주제로 민관군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 안보전문가 세미나가 개최됐습니다.
이날 세미나는 홍성표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국방정책실장의 사회로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국제관계학과 교수,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황영수 국제원자력대학원 교수의 주제 발표가 차례로 이어졌습니다.
2023년6월22일 대방동 공군호텔서 한국군사문제연구원과 한국국방안보포럼이 공동 주최한 '워싱턴 선언의 의미와 한국형 확장억제 나아갈 방향' 세미나에서 신범철 국방차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한국 독자 핵무장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널리 알려진 파르도 런던 킹스칼리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핵 위협과 한미동맹의 전략적 대응’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한국은 한미동맹과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자체 역량을 균형 있게 조화시킬 가장 적절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은 자체 핵무기 개발의 잠재점 이점과 문제를 고려하는 것을 포함해 자체 내부 역량의 지속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김열수 “워싱턴 선언으로 나토 확장억제 체제와 대단히 비슷해져”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나토 확장억제와 한미동맹 확장억제:비교를 넘어’ 주제발표에서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확장억제 체제는 나토 확장억제 체제와 대단히 비슷해졌다”며 나토처럼 참모 그룹과 기술적 조언 그룹의 신설을 검토하는 등 한미동맹 확장억제 체제를 제대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황용수 국제원자력대학원 교수는 ‘한미간 원자력을 통한 전략동맹’ 주제발표를 통해 “한미 원자력 분야는 서로 독보적인 우월성과 함께 상호보완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어 글로벌 원자력 산업 부흥을 맞아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를 구성함에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한미 정부 및 원자력 산업계는 조속한 시일내 새로운 전략적 원자력 동맹체제를 구축하고 새 국제질서 구축 및 Net Zero 시대를 맞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구축의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는데요,
2023년6월16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 '미시건'(SSGN-727)함이 입항해 있다. SSGN의 방한은 2017년 10월 이후 5년 8개월 만으로 지난 4월 워싱턴선언에 담긴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라는 합의 이행차원이다. /뉴스1
특히 황 교수는 세미나 발표자 중 유일한 핵공학 전문가여서 “과연 우리가 얼마만에 독자 핵무장을 할 수 있는가”에 참석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황 교수는 “말로만 기술이 축적되는 게 아니다. 지난 20년간 우리가 (농축·재처리 기술면에서) 진전된 것이 없다”며 우리 사회의 일각의 지나친 낙관론에 경종을 울려 많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 “원자력 협정 개정, 원자력 잠수함 확보를 윤석열정부 ‘안보 대표상품’으로”
토론자로 나선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워싱턴 선언은 북한 핵 대비의 핵심인 확장억제를 최대치로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한국은 확장억제를 미국이 추진하는 통합억제와 연동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인태 지역을 하나의 전구(戰區)로 전진 배치된 미국 자산과 동맹국 협력을 최대치로 통합해 승수효과를 내는 것이 통합억제”라고 덧붙였습니다.
김두연 미 CNAS 연구원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미국이 나토와 함께 하는 것보다 더많은 3개의 새로운 TTX(일종의 도상훈련)가 추가된 것도 의미가 있다”며 “한미일 3국은 3자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북한과 중국 관련 위기 사태에 대한 연합비상계획을 협의하고 연습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저도 토론자로 참석해 작년부터 계속 주장해온 핵무장잠재력 확보 ‘무궁화 계획’(가칭) 추진을 제안하면서 “원자력 협정 개정과 원자력 잠수함 확보를 윤석열 정부의 국방안보 분야 ‘대표 상품’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에 앞서 현인택 한국국방안보포럼 공동대표(전 통일부장관)의 개회사와 김형철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의 환영사, 신범철 국방차관의 축사,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기조연설(서면)이 있었는데요, 신 차관은 축사에서 “워싱턴 선언은 한미 정상 차원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역대 최초의 공동선언문”이라며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강화된 확장억제 공약을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김태효 차장 ”인태 지역 역내 확장억제 구축에 적극 기여”
특히 김태효 1차장은 기조연설에서 역내 확장억제 구축 기여 의지를 밝혀 여러 언론 매체에도 기사화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태효 1차장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과 미국은 언제라도 협의하고 결정해 함께 행동에 나설수 있는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가 갖춰지게 됐다”며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며 책임있는 미국의 핵우산을 확보하게 되는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내 확장억제 구축에도 적극 기여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우리나라의 인도태평양 지역 확장억제 구축 적극 기여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인도태평양지역 확장억제 체제는 기존 한·미 확장억제 체제에 일본·호주 등을 포함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날 세미나에서 논의된 것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겠고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①워싱턴 선언은 과거보다 상당히 진전된 확장억제 공약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세부 협의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②워싱턴 선언이 핵무장 잠재력까지 포기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플랜B로 핵무장 또는 잠재력 확보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③우리의 핵무장 잠재력은 부풀려 알려져 있는 면이 많기 때문에 냉철한 현실 인식과 치밀한 계획 아래 능력을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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