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
속도 내는 한국형 경항모, 美 와스프급보다 크게 만든다
해군 3000t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 안창호함. 총 9척이 건조되며 마지막 3단계 3척(4000t급)은 원자력추진 잠수함으로 검토 중이다. photo 뉴시스
1996년 독도 사태를 계기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 아래 극비리에 ‘대양해군 건설계획’이 수립됐다. 여기엔 이지스함, 3000t급 중잠수함, 대형상륙함(대형수송함) 등 2000년대 초반 이후 현실화한 해군 주요 수상함 및 잠수함 전력증강 계획이 망라돼 있었다. 24년 전 만들어졌던 대양해군 건설계획은 단 한 가지, 경항공모함 계획만 제외하곤 지난해까지 모두 실현됐다. 당시 해군이 구상했던 경항모는 영국의 인빈서블급과 비슷한 2만t급(만재배수량 기준)이었다.
2012년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항모 보유 필요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항모 보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예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지금 당장 추진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국회 국방위는 우리 군의 항모 도입 여부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항모 계획은 군 장기계획에 포함, 사실상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희망사항’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항모 도입 계획이 지난해 8월 발표된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 처음으로 공식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 경항모라는 표현 대신 ‘다목적 대형수송함’이라는 용어를 썼다. 당시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다목적 대형수송함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상륙작전 지원뿐만 아니라 원해 해상기동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며 “특히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의 탑재 능력을 고려하여 국내 건조를 목표로 2020년부터 선행연구를 통해 개념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한국형 경항모 도입 계획이 최근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10일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다.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경항모 확보사업을 2021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 주변국의 반발 등을 의식해 기존의 ‘대형수송함’ 대신 경항모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다. 여기엔 경항모 사업 추진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항모 도입 계획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경항모 도입 적극 추진을 독려해 왔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일본은 오는 2025년쯤까지 2척의 이즈모급(級) 헬기항모를 경항모로 개조키로 하고 현재 이즈모함의 개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방부는 또 “경항모는 3만t급 규모로 병력·장비·물자 수송능력을 보유한다”며 “탑재된 수직이착륙 전투기 운용을 통해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전력으로 해양분쟁 발생 해역에 신속히 전개해 해상기동부대의 지휘함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항모 크기를 놓고 3만t급 경항모설과 7만t급 중형 항모설(영국 퀸 엘리자베스급)이 엇갈렸는데 3만t급으로 ‘쐐기’를 박은 것이다. 하지만 실제 배수량은 4만t을 넘고 크기도 미 4만t급 대형상륙함 ‘와스프급’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3만t급은 기준(경하) 배수량이고 만재배수량은 4만t을 상회할 것”이라며 “와스프급보다 길이도 길고 넓이도 더 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형 경항모의 길이는 260m, 폭은 40m가량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상륙작전 지원 기능도 당초 예상보다 약해질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는 경항모가 독도함이나 마라도함처럼 공기부양정, 상륙주정, 상륙돌격장갑차 등을 발진시킬 수 있는 ‘웰데크(Well-Deck)’를 갖추기를 희망해왔다. 웰데크는 함정 후미에서 상륙주정과 장갑차 등을 발진시키고 회수할 수 있는 도크와 큰 문으로 구성돼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국형 경항모는 웰데크가 없는 형태로 항공 전력 위주로 운용하는 순수 경항모에 가깝게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웰데크를 만들 경우 수직이착륙기를 수용하는 격납고 면적 등이 줄어들고 함정 속도도 느려져 웰데크를 만들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형 경항모가 수백 명의 해병대 병력을 수용할 수는 있지만 이들 병력은 공기부양정이나 장갑차가 아닌 헬기나 미 해병대 MV-22 수직이착륙기로 상륙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해병대는 경항모가 최소 대대급(400~500명) 병력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해군 등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3만t급 한국형 경항모 개념도. photo 조선일보 DB
경항모 도입 5조~6조원 이상 들 듯
군내에선 효용성 등과 관련해 아직 논란이 있는 경항모 사업이 최근 들어 속도가 붙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경항모 진수 시기가 당초 2033년에서 2029~2030년으로 3~4년가량 앞당겨지고 경항모에 탑재될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 도입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여기에도 역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F-35B 조기도입은 함재기가 먼저 정해져야 이에 맞춰 항모 설계를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함재기 무게, 이륙거리 등 특성을 알아야 갑판 및 격납고 크기와 구조 등 함정 설계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항모용 F-35B는 20대가량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단거리 이륙 및 수직착륙 능력이 있는 F-35B는 F-35A에 비해 무장 탑재량은 적지만 가격은 오히려 30%가량 비싸다. F-35B 20대 도입엔 최소 3조~4조원 이상의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 착수할 예정이었던 공군용 F-35A 20대 추가도입 사업(4조원 규모)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두 사업을 합치면 7조~8조원에 달하는데 공군 예산 여건상 두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함재기와 순수 함정 건조비용(2조원 이상)을 합치면 경항모 도입에는 최소 5조~6조원 이상이 들 전망이다.
막대한 예산과 함께 주변 강국들이 ‘항모 킬러’를 이미 배치했거나 개발 중이라는 점도 항모의 효용성 논란을 초래하는 대목이다. 중·일·러 등 주변 강국들은 대함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등 ‘항모 킬러’ 무기들을 이미 배치했거나 개발하고 있다. 미사일 2~3발에 5조원 이상이 들어간 경항모가 파괴된다면 엄청난 손실을 입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시 정비 등이 필요한 함정 특성상 경항모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3척가량이 필요한데 1척만으로는 작전에 제한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국방부와 군 당국이 추진 중인 경항모는 1척이다.
국방부가 이번에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는 경항모 외에도 사실상의 핵추진 잠수함, 한국형 스텔스 이지스함(KDDX), 대형 정찰위성(5기)과 초소형 정찰위성, 국산 중고도 무인정찰기, 북 장사정포를 요격하는 ‘한국형 아이언돔’ 계획 등이 포함됐다. 5년간 300조7000억원(방위력 개선비 100조1000억원, 전력운영비 200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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