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공포증이 평소에도 조금 있었다. 롯데타워 꼭대기 올라가서 유리로 된 바닥을 보면 웬만하면 밝기 싫은 정도로만 평범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직업관계상  오늘 박쥐길이랑 표범길 암벽등반을 살면서 처음으로 해보게 됬다. 박쥐길은 어찌어찌해서 한 피치 올라가긴했는데, 표범길은 한피치도 못가고 결국 내려왔다.
암벽등반 하면 떨어질까봐 무섭겠지? 막상 올라가면 머리가 하얘져서 그런생각도 안든다.
떨어지면 무서울까? 아니다. 막상 실제로 떨어져보면 너무 순식간이고 위에서 잡아주기 때문에 여러번 떨어져보면 금방 적응되서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
손이까져서 아프고 팔도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등도아플것같지? 막상 처음 올라가면 진짜 아드레날린같은게 마구마구 나오는지  아프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다.
그렇다. 바위에 붙으면 어떻게든 올라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서 머리가 새하예지면서 시간관념, 공포심, 잡념등은 사라진다.
문제는 그렇게 내려와서 줄을 사리고 나니 그때부터 진짜 감정이 몰려오는 것인것 같다.
암벽에 탈 때 느꼈지만 무시했던 공포김 긴장감 통증 등이 내려오고 나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친구한테 자랑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야 나 처음으로 암벽 타봤다.
막상 전화를 걸어서 내가 했던 짓을 생각해보니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발밑으로 까마득히 펼쳐진 수십미터의 절벽.
밑에서 올려다볼 때의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처음 올라갈때의 불안감.
처음 바위에서 미끄러져 추락할때의 공포감.
이 줄이 아니었으면 내가 10번도 넘게 죽었겠구나.
어려운 루트는 아무리 시도해도 올라갈수 없는 무력감. 절망감.
자랑하려고 통화를 걸었지만 눈물때문에 말을 이을수가 없어 끊었다.
다들 공포영화를 처음 봤을때를 기억하는가? 나는 며칠동안 무서워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나는 현실에서 긴장감 무력감 공포감 절망감을 한번에 다 맛보았다. 당분간 암벽등반은 하지 못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