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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세상] 소변기와 예술에도 게임이 숨어있다

데일리e스포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09 15:21:51
조회 5290 추천 3 댓글 4
금융업계 오랜 경력을 뒤로 하고 게이미케이션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한국게임화연구원 이동현 교수가 '게임과 세상' 코너로 독자 여러분과 만나고자 합니다. 게임 시장과 e스포츠, 나아가 게임의 요소를 일상에 적용하는 게임화에 대한 부분까지 게임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주 >

[글=한국게임화연구원 이동현 교수]게이미피케이션을 설명하는 쉬운 사례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화장실 소변기다.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는 본래 가급적 원하지 않는 물이 튀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현실적으로 일부 소변이 튀고 불쾌한 위생을 초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에 교육 캠페인, 사용 안내문, 벌금 등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풀 공항에서는 남성 소변기의 최적 지점에 파리 이미지를 넣었다. 파리를 조준(?)해야 하는 도전적인 활동으로 재미 요소를 소변기에 도입한 것. 이를 통해 소변기 바깥으로 튀는 소면의 양을 80% 가량 감소시켰다고 한다. 사냥에 대한 인간의 뿌리 깊은 본능이 발현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이 도입된 사례라는 점은 자명하다.

이론적으로 보면 간단하다. 사람이 무언가를 던지거나 보내고자 할 때, 표적이나 공간이 크다면 효과성 여부를 논외로 하더라도 초점을 맞추기 쉽다. 그러나 초점(파리)을 제공하는 해당 대상을 깊이 들어가면, 외부의 영향 없이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동일한 초점을 목표로 시도하게 돼 결과적으로 정확도가 증가한다.

이러한 요소를 게이미피케이션에서는 행동 설계와 결부 짓기도 한다. 행동 설계는 인간의 심리를 활용해 사람들의 선택과 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이 곧 게임 자체에 관한 것은 아니다. 게임 메커니즘을 차용해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보다 재밌게 만들면서, 궁극적으로는 명확한 목표와 행동을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이다.

게이미피케이션 효과와 예술이 만나도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렉 고야(Greg Goya)라는 이탈리아 토니노에서 활동하는 거리 예술가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의 작품에는 낭만, 추억, 재미도 있지만, 의도한 행동을 유도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나아가 재미와 흥미를 이끌어낸다.

그는 낭만적인 강변에 "여기서 키스하세요(KISS HERE)"라고 적었다. 누군가 이렇게 썼다고 반드시 해당 문구를 따른 이유는 없다. 사람들은 신기해서 쳐다보고 지나가가기도 하지만 행동을 해볼까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사진처럼 실제로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는 행동 유도효과가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한 번은 "마음이 아플 때는 유리를 깨뜨려라(IN CASE OF BROKEN HEART, BREAK THE GLASS)"라는 글과 함께 와인을 넣어뒀다.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찾아와 조형물을 살펴보거나, 유리문을 깨뜨리는 시늉을 하는 이들도 있다. 마음이 아플 때라는 전제 조건에 해당된다고, 당연히 깨뜨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내는 효과를 거뒀다.

이외에도 그의 SNS에는 유사한 영상과 이미지들이 있다. 관심이 생긴 독자라면 찾아가보길 추천한다.

예술과 게이미피케이션의 융합은 관람객들의 행동을 유도하면서 한층 몰입감 높은 감상을 제공하며, 전통적인 예술적 표현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예술적 노력에 목적과 도전의식을 부여하면서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야기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게이미피케이션이 융합돼 새로움을 전달할 수 있다면 해당 분야의 발전은 물론 게이미피케이션 자체에 대한 성장도 꾀할 수 있다. 이는 도전하지 않는다면 나타날 수 없다. 실생활을 넘어서 예술과 게이미피케이션이 융합되고, 비슷한 매커니즘을 바탕으로 또 다른 분야와 게이미피케이션이 융합되는 재미있는 사례가 국내에도 나타나기를 희망해 본다.

글=한국게임화연구원 이동현 교수
정리=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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