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 파크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의 2024 서머 시즌의 7주차 67, 68경기가 진행됐다.
67경기는 최근 연승을 통해 강팀의 면모를 되찾아나가고 있는 티원(이하 T1)과 확고부동 1황의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젠지 이스포츠(이하 GEN)의 새터데이 쇼다운 매치가 성사됐으며, 68경기는 플레이오프 막차를 노리는 비엔케이 피어엑스(이하 FOX)와 9연패를 탈출하며 반등을 노리는 디알엑스(이하 DRX)가 만나게 됐다.
■ 61경기 티원 vs 젠지 이스포츠
밴픽 구도에서 양팀은 서로의 팀 컬러를 극대화하는 방향성을 보여줬다. 미드-바텀에 쌍포를 기용한다는 기본 전제를 제외하면 T1은 라인전 단계의 주도권과 강세를 통한 스노우볼링의 힘이 강한 편이었고 GEN은 제리와 세나라는 성장 시간을 길게 잡아야 하는 원딜을 기용했지만 그만큼 압도적인 후반 밸류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저레벨 단계에서 확정적으로 넣을 수 있는 강력한 군중 제어기가 부족한 GEN은 최대한 교전을 피해야 헀는데, 전령을 둔 싸움에서 순수 마법저항템인 케이닉 루컨을 1코어로 올린 크산테가 칼리스타에게 싸움을 걸고 터지거나, 드래곤을 둔 대치전에서 포커싱을 당하는 상황을 '길을 여는 자'의 저지불가 효과로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진영으로 들어가는 미스 플레이가 터지는 등 초반은 T1이 크게 앞서나갔다.
특히 T1은 24분, 드래곤을 둔 대치 상황에서 이전 교전 중 쵸비(정지훈)의 코르키가 점멸이 빠졌다는 것을 근거로 케리아(류민석)의 노틸러스가 번개같이 닻줄 견인을 걸어 터뜨리고 내셔 남작을 가져오는 좋은 흐름을 보여줬다.
그러나 GEN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페이즈(김수환)은 흔들리지 않고 성장을 거듭했고 세나의 특장점을 살려 어마무시한 수준까지 면죄의 영혼 스택을 쌓아올린 뒤 T1의 무리한 진입을 응징하며 제압킬을 취했고 이를 통해 초장거리 포격으로 T1 전체를 힘으로 밀어낸 끝에 7천에 달하는 글로벌 골드 격차를 뒤엎고 역전승에 성공한다.
2세트에서도 블루 진영으로 고른 T1은 쌍포를 포기하는 대신 아지르를 골라 메이지 챔프에 AD 이니시에이터인 바이를 넣는 것으로 밸런스를 맞췄고 GEN은 1세트에서 보여준 T1의 파괴적인 라인전 압박 능력을 크게 경계한 것인지 애쉬, 칼리스타, 케이틀린 등을 집중적으로 금지 처리한다.
이번에도 T1이 초반은 좋은 흐름을 가져갔다. 바텀 압박 과정에서 노틸러스가 2번 끊기기는 헀으나 좋은 딜교환 후상황에 기반하여 미드-정글을 불러들여 다이브 킬로 페이즈와 캐니언(김건부)를 잡아내는데 성공했고 바텀 1차 타워의 포탑 방패를 잔뜩 채굴하면서 구마유시(이민형)의 자야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탑에서 기인(김기인)의 크산테가 점멸 대신 탈진을 채용한 것을 근거로 거리 조절에 실수한 케넨을 총공세로 납치하여 점멸까지 소모시킨 채 처치했고 그대로 탑 1차 타워를 깬 다음 쵸비의 코르키까지 불러들여 탑 라인에 고속도로를 개통한다.
경기의 분수령을 가른 것은 16분이었다. 드래곤 둥지 시야를 잡고 빠지려는 페이커(이상혁)의 위치를 수정초로 확인한 캐니언이 집요하게 괴롭히며 귀환 타이밍을 늦춰놓았고 이 과정에서 페이커를 살리기 위해 먼저 달려든 오너(문현준)가 전사하고 T1 선수 전원이 이들을 끊으며 제압킬을 먹고자 한다.
그러나 GEN이 좋은 회피 기동으로 캐니언만 죽는 선에서 손해를 최소화했고 오히려 미드 2차 타워와 탑 억제기 타워를 동시 압박하여 운영에서 큰 이득을 봤다. 참다 못한 T1이 27분에 리헨즈(손시우)의 알리스타와 함께 시야를 잡던 캐니언의 니달리를 잡아내려 시도하지만 캐니언이 기동타격에 타겟팅되기 직전 먼저 탈출하고 선진입한 바이를 알리스타가 박치기로 본대로 배달하면서 잔뜩 두들겨 맞고 이탈, T1이 설계한 한타 구도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해당 교전 대패로 인해 채 30분이 되기 전에 쵸비의 코르키가 3코어에 BF대검을 뽑아오는 과성장으로 앞발키리를 찍으면 원콤보에 딜러를 빈사상태로 만들 화력을 보유하게 되고, 2:2 교환 상황에서 수성하던 T1 본대를 자야-아지르-노틸러스 순으로 전부 잡아낸다. 결국 GEN은 32분만에 넥서스를 파괴하며 2:0 승리를 거두는 동시에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까지 확정지었다.
POG는 1세트에서 팀 전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라스트 맨 스탠딩으로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왕귀를 완료한 페이즈가, 2세트에서 과성장한 쌍포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준 쵸비가 차지했다. 특히 페이즈는 POG 포인트 1000점으로 단독 1위를 달리는 한편, 최연소 1,000킬이라는 대기록을 전통의 라이벌인 T1전에서 달성하여 왜 자신이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원딜로 꼽히는지 스스로 증명해냈다.
■ 61경기 비엔케이 피어엑스 vs 디알엑스
DRX에서 노골적으로 쉬바나를 고르기 위해 잦은 상체 교전의 중심이 되는 픽들을 대거 잘라냈고 반대로 FOX는 DRX에서 캐리 롤을 수행하는 테디(박진성)의 힘을 빼놓기 위해 대부분의 원딜 챔피언에 밴카드를 투자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DRX는 쉬바나에 캐리력을 상당부분 의지해야 하는 언밸런스한 포킹 조합이 됐다. 포킹이 가능한 것과 별개로 라칸 하나로는 적의 교전 개시에 대한 내성이 부족하고 역습이 상당히 어려운 조합이 됐으며 라칸의 선진입을 토대로 포커싱을 하려고 해도 리 신이 용의 분노로 차버리거나 탈리야가 지각 변동으로 진입을 차단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성장을 위해 팀원 리소스를 상당히 잡아먹는 쉬바나 특성상 극 초반에 전 라인을 찌르고 다니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랩터(전어진)의 리 신을 막을 방법이 없었고 반대로 쉬바나는 백업을 받아 잘 성장한 FOX의 라이너들이 정글로 들어와서 시야를 잡고 성장을 방해하다 보니 함께 말려버렸다.
결국 22:1이라는 압도적인 킬스코어로 FOX가 22분만에 1세트를 선취한다.
DRX가 쉬바나 대신 아이번을 기용한 정상적인 2서포터 쌍포 조합으로 선회하였고 FOX가 탑에 케넨을 올리는 승부수를 둔다. 특히 클리어(송현민)는 최근 대부분의 케넨이 사용하는 W선마가 아닌 Q선마 빌드를 선택했는데 강한 단발성 딜교환 능력을 필두로 극초반부터 나르를 엄청나게 밀어붙였고, 궁극기가 찍히지도 않은 5분에 상대인 프로그를 솔로킬 내는 것을 시작으로 라인전 단계에서만 도합 4킬로 엄청난 차이를 벌린다.
볃다른 개입 없이 탑 라인에서 힘의 무게추가 크게 기울면서 DRX의 다른 라인에도 악영향이 갔다. 유충과 전령을 비롯한 상체 오브젝트 주도권이 전부 날아가는 것은 물론 별다른 소모값 없이 라인전을 압도하는 클리어의 스플릿 푸시 때문에 FOX가 언제든지 텔레포트로 클리어를 먼저 불러올 수 있는 여건이 됐고 이 때문에 DRX가 드래곤에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힘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DRX는 대규모 교전 중 대자연의 마수를 필두로 매혹의 질주-날카로운 소용돌이로 이어지는 진영 파괴에 특화된 궁극기 연계를 버텨내기 힘들었고 FOX는 쾌속 전진으로 2세트도 25분만에 끝내며 압살에 성공했다.
POG는 1세트에서 전 라인을 헤집어 놓으며 터뜨린 랩터와 2세트에서 파멸적인 탑 캐리를 보여준 프로그가 선정됐다. 한편 FOX가 이번 경기에 승리하며 OK저축은행브리온(이하 BRO)은 남은 경기를 전승하더라도 7승 라인인 FOX를 넘어설 수 없어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가능하게 됐다.
한편 68경기를 승리한 FOX는 류상욱 감독과 박증환 선수가 간단한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승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아래는 FOX와 진행한 미디어 인터뷰 전문이다.
Q, 경기에 승리한 소감을 부탁한다.
류(류상욱 감독) : 2:0으로 갈끔하게 이기게 되서 기쁘다
헤나(박증환 선수) : 되게 중요한 경기였는데 잘 이겨서 좋고 남은 경기도 잘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Q. 류 감독은 이전에 2라운드 들어서 기본기를 많이 강조하는 기조의 인터뷰를 헀다 오늘 경기력은 어떠했던 것 같은가?
류 : 우리 팀의 기본 체급이 상위권까지 쉽게 넘길 정도로 그렇게 잘하는 것까지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그래도 5명 모두 많이 발전했고 합도 잘 맞게 되면서 최근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메타가 웃어주면서 우리 쪽에서 숙련도가 높은 챔피언을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상황에 있다고 본다.
Q. 헤나 선수는 클로저를 제외한 팀내 신인 3인방에 대한 평가를 내려본다면?
헤나 : 클리어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다들 멘탈이 좋아가지고 실수하더라도 잘 털어내고 성장하는 게 장점인 것 같다. 오히려 내가 다른 선수들을 보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Q. 헤나가 FOX 합류 이후로 팀과 선수가 함께 커리어 하이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헤나 : BRO 시절에는 엄티(엄성현 선수, 현재 LCS 팀 리퀴드 혼다 소속 정글러)나 저를 챙겨주는 선수들에게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동생들을 보면서 멘탈이 성장하고 책임감이 커진게 달라진 부분 같다.
Q. 다음주 목요일에 디플러스 기아를 상대한다. 플레이오프 막차를 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경기인데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류 : 남은 4경기 모두 강팀들이며 디플러스 기아는 특히 다양한 픽을 소화할 수 있는 매우 공격적인 팀이다. 그래도 준비한 것만 잘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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