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신재연 기자] 글로벌 ESD 스팀은 게임 플랫폼의 핵심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규모를 가지고 있다. 큰 유저층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스팀을 택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모바일게임 시장을 벗어나 성공한 사례들이 하나둘 생기며, 제2, 제3의 성공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서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노린 진출이 실패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모바일게임이 스팀 출시를 선택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포팅이 아닌 ‘이식’이 돼야
지난 3월 스팀에 출시된 킹덤: 왕가의 피는 스팀에서 ‘매우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PC 유저를 고려하지 않은 UI 및 편의성 측면이 가장 문제로 손꼽혔다. 모바일게임을 그대로 가져다 온 것에 불과해 계정 연동 이슈도 발생했다. 아울러 입력 딜레이나 최적화 문제 등, PC 유저가 게임성을 온전히 즐길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언급됐다. 모바일게임을 억지로 스팀에 가져다 붙인 것 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PC 유저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에뮬레이터와 같은 포팅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사례로, 스팀에서 최적화의 중요성을 보여준 게임으로는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이 있다. 모바일 MMORPG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은 북미 진출을 위한 플랫폼으로 스팀을 선택했고, 이후 글로벌로 영역을 넓혔다. 게임 홍보 단계에서 수동 조작과 전략적 덱 구성을 강조한 만큼 시점 조절과 전투에 불편함이 없도록 키 맵핑 등에 힘썼다.
그 결과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은 글로벌 서비스 시작 직후 3만 8,000여 명에 달하는 일 최대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도 대체로 긍정적(78%가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게임을 제공하는 개발사 및 퍼블리셔의 플랫폼 이해도와 최적화 등, 해당 플랫폼에서 원활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방치형 클리커 게임 파이어스톤도 훌륭한 반례다. UI 및 시스템은 모바일게임에 가깝지만, 설정창에서 PC와 모바일로 유저가 직접 UI를 선택할 수 있게 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렇듯 플랫폼에 맞춘 최적화 등으로 게임성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어야 유저도 제대로 게임을 평가하고, 해당 장르를 즐기는 유저들이 정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DLC 구매 중심의 스팀, 과도한 BM은 거부감
키 맵핑 등 PC에 맞춘 최적화를 진행한 게임이더라도 반드시 호평을 받지는 않는다. 시장 이해도가 부족한 BM도 평가에 영향을 끼친다. 지난 2일 출시된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은 출시와 함께 9,877명에 달하는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음에도 평가는 좋지 않다. 출시 직후 ‘대체로 부정적(30%가 긍정적)’을 기록했다. 게임성이나 호환 문제가 아니라, 모바일게임에서 통용되는 BM이 스팀 유저들에겐 반발로 다가온 것이다.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의 BM은 무기와 캐릭터를 동시에 뽑는 방식이다. 이는 모바일게임에선 비교적 익숙한 과금 방식이며 실제로 모바일 유저들에겐 반발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PC 혹은 콘솔 게임을 주로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전반적으로 DLC 구매 방식에 익숙한 스팀 유저층에게는 '모바일 과금 모델을 가져왔다'라며 심리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BM의 중요성도 앞서 설명한 파이어스톤으로 확인할 수 있다. 파이어스톤은 그래픽이나 게임성 측면이 2010년대 모바일게임을 연상시킴에도 스팀에서 대체로 긍정적(78%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단점을 언급하는 리뷰도 방치형이라는 게임성이나 비주얼에 대한 불호가 많을 뿐, BM 관련 평가는 없다시피 하다. 일반적 모바일 게임과 달리 패스형 아이템과 필요한 아이템만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패키지형 BM을 택했고, 과금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방치형 게임이기에 심리적 장벽이 낮게 형성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원활한 플레이 가능한 기타 변수도 고려해야
마지막으로 살필 것은 게임 콘텐츠 구성이다. 지난 2022년 출시된 언디셈버는 스팀에서 ‘복합적(51%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핵앤슬래시 게임이다. 모바일게임에서 곧잘 언급되는 문제인 ‘페이 투 윈(Pay to Win)’ 문제와 편의성 판매 BM으로 부정적 의견을 받았다. 아울러 스팀에서 설치 시 엔프로텍트 게임가드가 설치된다는 점도 부정적 평가에 한 몫을 했다.
엔프로텍트 게임가드는 클라이언트 해킹 방어와 핵툴 차단을 위한 게임 보안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유저의 컴퓨터 정보를 과도하게 가져간다는 점과 기존 백신 및 보안 프로그램과 충돌하는 문제가 잦아 국내외로 악평이 큰 루트킷으로도 언급된다. 이는 인기 게임이었던 헬다이버즈 2의 평가 악화에도 영향을 끼친 요인이었는데, 언디셈버 또한 비슷한 결과를 마주한 셈이다.
물론 막연히 부정적 평가만 받지는 않았다.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과 독특한 룬 시스템 등 시스템 측면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PC 유저 편의성을 위한 키 맵핑에도 신경을 썼으며, 기존 국내 유저들을 위해 글로벌 통합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여러 방향성을 제공하며 어느 정도 평가를 끌어올리는 것에 성공했다.
"철 지난 만우절 농담인가요?"가 떠오르는 시점
디아블로 이모탈이 발표됐던 2018년 블리즈컨에서, 블리자드 팬들은 "철 지난 만우절 농담인가요?"라며 반발했다. 사실 디아블로 이모탈 자체는 나름 훌륭한 모바일게임이었지만, 그보다는 왜 PC게임 기대하는 자리에 모바일게임을 가지고 오냐는 것에 대한 저항심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와 비슷한 기류가 스팀을 주로 이용하는 글로벌 유저들 사이에도 옅게나마 퍼져 있다. 시스템, 조작, UI, BM 등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모바일게임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기분이 드는 순간 부정적 평가가 달리기 시작한다. 즉, 게임사 입장에서는 적어도 이런 느낌이 들지 않도록 스팀에 맞춘 게임을 내는 것이 우선적 과제다.
스팀에 출시된 모든 모바일게임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스팀에 진출하고 싶다면 적어도 해당 플랫폼 유저의 특성에 이 게임이 맞물리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신규 유저 확보를 위해 스팀 진출을 목표로 둔다면, 플랫폼 유저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신중한 접근을 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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