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서형걸 기자]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더라도 손에서 놓게 되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접속을 하지 않다가 우연히 과거 즐거웠던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접속을 시도했는데, 마지막으로 접속한 지 오래됐다며 캐릭터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면? 굳이 예를 들 것도 없이 현실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게임사가 장기 미접속 유저들의 계정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은 비용 절감 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도 얽혀 있다. 정보통신망법에 의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돼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기간 이상 사용기록이 없는 계정은 별도 보관 또는 삭제하도록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 계정에는 이름,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 노력, 금전을 투자해 애지중지 키운 소중한 캐릭터들도 있다.
게임 데이터는 오래 보관하면 안 되는 ‘개인정보’ 취급 받는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에 의거해 유저 계정을 관리한다. 특히 장기 미접속 유저 계정에 대한 약관은 일명 ‘개인정보 유효기간제’라 부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 제29조에 기반한다.
해당 법률은 일정기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파기 또는 타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분리해 저장·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간은 기본적으로 1년이지만, 회사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넥슨, 엔씨소프트, NHN은 1년(넥슨의 경우 회원가입 시 1년 또는 5년 중 유저가 선택) 이상 접속하지 않은 계정을 휴면으로 전환해 개인정보를 별도 분리·보관한다. 웹젠은 PC 온라인게임의 경우 1년 동안 접속하지 않았을 시 휴면, 그리고 이후 4년간 접속기록이 없으면 삭제한다. 모바일게임은 1년 미접속 시 휴면과 동시에 삭제한다. 컴투스는 1년 미접속 시 휴면으로 전환하고, 이후 4년이 흐르면 계정을 파기한다.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는 1년 미접속 계정을 분리·보관하거나 파기한다.
따라서 여러 개의 게임을 즐긴 게이머 입장에서는 어떤 게임이 몇 년이 지나면 계정을 삭제하는지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다행히 계정 휴면·파기 시에는 이메일, 전화 등으로 당사자에게 안내하도록 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보낸 이메일을 읽지 않고 삭제하는 유저의 단순 실수, 주 사용 이메일 주소 변경, 연락처 변경 등 여러 사정으로 계정과 캐릭터, 아이템 등이 사라졌다면 복구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게임에 수백, 수천만 원을 과금하는 경우도 많기에 타격이 더욱 크다.
‘캐릭터 정보’는 영구 보관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게임사 계정 약관의 근간이 되는 ‘개인정보 유효기간제’는 지난 8월 5일부로 간소화돼 정보통신망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됐다. 이는 이용자 데이터 활용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관련 업계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1년 이상(또는 타 법령과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달리 정한 기간) 이용하지 않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파기 또는 분리·보관한다는 큰 틀은 유지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름,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개인 연락처 등 ‘개인정보’와 게임 캐릭터, 아이템 등 ‘캐릭터 정보’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선 두 가지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개인정보의 경우 오남용을 막기 위해 미사용 시 빠르게 폐기하는 것이 맞을 수 있지만, 개인의 시간과 노력, 돈이 투자된 캐릭터 정보는 최소 기한을 두고 안전하게 보존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기반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 정보통신망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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