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게임계에는 옛날부터 수많은 소문이 떠돌았다. 대전격투게임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엔딩에서 캐릭터가 옷을 벗는다던가, 온라인게임에서 특정 키를 순서대로 누르면 돈이 생긴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이다. 그 중에는 여름철에 어울리는 무서운 이야기도 있다. 게임에 저주가 걸려있다던가, 귀신이 나타난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거짓으로 밝혀진다. 실제 이야기의 발원지를 찾아가 보면 목격자가 없거나, 낚시를 위해 지어낸 이야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게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에, 개발사가 공식으로 성명을 내 이를 부정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일 때도 있다. 이스터 에그거나, 버그거나, 숨겨진 설정 등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은 여름 끝물을 맞아, 떠도는 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실이었던 게임 속 괴담들을 모아봤다.
TOP 5. 슈퍼마리오 3는 전부 다 짜고 치는 '연극'이었다
1988년 패미컴으로 출시된 불후의 명작,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3. 맵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스테이지를 선택하고, 버섯, 꽃, 별 외에 다양한 아이템을 도입해 플레이를 다양화시키는 등 마리오 시리즈의 틀을 잡은 초기 세 작품 중 하나다. 이 게임에는 옛날부터 살짝 으스스한 루머가 하나 있었는데, 사실 게임 속 모든 장면이 그저 연극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근거는 이러하다. 게임 시작 부분에서 막이 올라가는 듯한 연출, 특정 장면에서 배경 뒤쪽(무대 뒤)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 그림자가 생길 수 없는 하늘에 각종 그림자가 비추는 장면 등이 실제 세계가 아닌 것 같다는 얘기다.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플레이어가 세이브도 없이 고생고생해 얻어낸 승리는 전부 짜고 치는 각본이었다는 이야기인데… 이 루머에 대해 2015년 미야모토 시게루가 “그렇습니다”라고 공식 확인 도장을 찍어버렸다. 목숨을 걸고 벌인 구출극이 사실 연극 무대에서 벌어진 이야기였다니, 살짝 허무하면서도 섬뜩해진다.
TOP 4. GTA 5에 실제 귀신이 나온다
GTA 5 출시 초기, 게임 내에서 귀신을 봤다는 경험담이 보고됐다. 한밤중 산 근처를 지나다 보면 간혹 하얀 인영이 나타나는데, 망원렌즈 등을 통해 확대해 보면 끔찍하게 생긴 귀신이 플레이어를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가까이 다가가면 사라지고, 바닥에 의미를 알 수 없는 핏자국이 있다고도 하는데, 너무 전형적인 귀신 이야기인데다 GTA 세계관과도 그리 어울리지 않는 스토리인지라 처음엔 별로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 귀신은 실제로 존재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게임 내 서브 이벤트의 일부로, 억울하게 죽은 졸린 에반스라는 여성의 한이 귀신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과거 GTA 바이스 시티에 등장한 후 현재 산 안드레아스 주지사 후보로 출마한 자크 크랜리라는 인물의 부인이었는데, 남편과의 의견 충돌 끝에 절벽에서 밀려 살해당한 것이다. 참고로 사건은 단순 사고 처리됐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원혼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으니, 꽤나 씁쓸한 진실이다.
TOP 3. 만나면 영구 차단 당한다는 메이플스토리 ‘화이트 레이디’
넥슨의 횡스크롤 MMORPG 메이플스토리에도 섬뜩한 괴담이 있다. 내용인즉, 넥슨이 북미 지역에 메이플스토리를 출시하기 전 넥슨 북미지사에서 현지화 작업을 하던 뮤리엘이라는 여성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모종의 이유로 사망했지만 캐릭터만 게임 내에 남아 페리온 지역의 ‘화이트 레이디’라는 유령이 되어 유저들 앞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녀가 사망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그녀에게 원한이 있던 직원에게 작업 도중 살해당했다거나, 해고된 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거나 하는 등이다. 또한, 그녀를 만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절대 해제되지 않는 영구차단을 당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돌아다닌다.
사실, 이 유령의 정체는 북미에서 운영되던 한 메이플스토리 사설서버에 이벤트성으로 등장한 보스 몬스터였다. 배경 이야기 역시 이 사설서버에서 내건 픽션에 불과하다. 즉 ‘화이트 레이디’는 세상 어딘가에 분명 존재했지만, 넥슨이 운영하는 정식 메이플스토리에는 등장하지 않는 몬스터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소문이 퍼지자 정식 메이플스토리, 심지어 국내 서버에서까지 수많은 호기심쟁이들이 그녀를 보기 위해 페리온 땅바닥에 메소를 뿌리는 비검증 의식에 열중한 적이 있다. 물론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아무도 믿지 않는 이야기다.
TOP 2. 잔혹한 생체실험의 결과인가? 버그 포켓몬 ‘미싱노’
포켓몬스터 첫 게임인 레드/그린에는 도시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숨겨진 포켓몬이자 실험 끝에 태어난 끔찍한 혼종 '미싱노'라는 포켓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형태도 정해져 있지 않아 스프라이트가 깨지고, 목소리나 기술, 성별 등도 계속 달라지는, 그야말로 생명체인지조차 감이 안 잡힌다는 소문인데, 일각에서는 뮤츠처럼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실패작이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사실 이 ‘미싱노’라는 포켓몬은 버그로 잘못 표시된 오류였다. 이름 역시 있어야 할 주소가 아닌 다른 주소에서 포켓몬 정보를 읽으려다 실패해 Missing Number(No.)가 뜬 것을 그대로 읽은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체가 알려진 후에도 ‘미싱노’라는 이름은 포켓몬 팬들에게 공포스러운 무언가를 통칭하는 단어로 널리 쓰이고 있는데, 프로그래밍 수준이 높아진 현재는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TOP 1. 개발자의 저주 메시지 담긴, 에리카와 사토루의 꿈 모험
개발자 중 한 명이 책임자 몰래 게임 내에 이스터 에그를 숨겨 놓는 일은 꽤나 흔하다.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곳이나,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찾기 힘든 곳에 메시지를 적어놓는 등이다. 보통 이런 이스터 에그는 개발진 중 한 명을 놀린다거나, 유머러스한 내용을 전달하는 정도에 그치는데, 이런 이스터 에그를 악용해 게임 내에 저주를 담은 문구를 적어 놓은 개발자가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소문처럼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이 소문을 입증하는 게임이 2004년 발견됐다. 1988년 일본에 발매된 패미컴용 어드벤처 게임 ‘에리카와 사토루의 꿈 모험’이라는 게임으로, 내용 자체는 꿈의 나라로 빨려들어간 남매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다. 그러나 엔딩 이후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어떤 개발자가 남긴 악의에 가득 찬 메시지가 나온다. 내용은 동료 개발자에 대한 욕과 성적 험담, 저주다. 여기에 세이브 시스템을 대신하던 패스워드를 모으면 ‘두고 봐라, 그만둔 자식들 언젠가 죽인다’ 같은 말이 완성되기도 한다. 밝은 게임 뒷면에 숨겨진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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