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끝나갈 무렵부터 본격적인 재정비에 들어갔던 '로스트아크'는 2021년 상반기 확률형 아이템발 연쇄파동의 수혜를 입으며 '낭만'있는 '겜잘알' 디렉터의 '착한'게임으로 승승장구했고, 현재는 대한민국 MMORPG 시장을 장악했다.
이런 '로스트아크'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몰입이 가능한 스토리와 서사에서 나온다.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작되는 모험은 철저하게 주인공 시점에서 펼쳐지며 안에서 맺어진 관계들은 모두 주인공인 '이용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스토리가 거듭될수록 더 쉬운 방법으로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그 정점을 보여준 것이 직전의 '베른 남부'였다. 베른 남부에서는 '빌런'인 군단장들에 대항하는 '주인공' 이용자가 남부까지 플레이하며 관계를 맺은 NPC들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벌이게 된다. 주인공이 군단장 앞에 서기까지의 과정에서 메인 NPC 하나하나를 조명하며 진행되는 스토리는 전형적인 소년만화 혹은 마블의 '어벤저스'를 떠오르게 한다.
베른 남부의 한 장면
"어벤저스 어셈블!"
캡틴아메리카가 홀로 남아 토르의 묠니르를 들고 타노스의 대군에 대항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해 일어선다. 그때 게이트가 열리며 나타나는 어벤저스의 멤버들은 10년을 달려온 MCU의 팬들로 하여금 지난 10년을 보상받는 느낌을 받게 했다.
엔드게임의 한 장면
뻔한 클리셰지만 쌓아온 시간만큼 전율은 더해진다.
마찬가지로 '로스트아크'를 꾸준하게 즐겨왔던, 스토리를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아마 엘가시아 스토리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린 타이밍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신규 대륙 '엘가시아'의 스토리는 지나 베른 남부도다도 더 다양하고 비중 적은 NPC들을 컷씬으로 보여주며 전체적인 추억을 훑게 해준다.
굳이 에스더가 아니더라도 소금사막의 천둥, 아르데타인의 카인이나 마리, 하얀파도 섬의 표류소녀 엠마, 별빛 등대의 섬의 프랭크와 레나, 부서진 빙하의 섬의 아르코와 샐리 등 큰 감동을 안겨줬던 스토리의 NPC들이 컷씬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베른 남부보다도 더 디테일한 감성이 담겨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엘가시아의 한 장면
로스트아크 개발진은 지난 여름 이벤트에서 '잊혀진 NPC 표류소녀 엠마 퀘스트'나 '템포좌'로 유명한 아르카나 이용자의 스토리 등을 담아 보여준 바 있다. 이는 그들이 게임과 이용자간, 이용자와 이용자간의 추억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생각해 보면 간단한 수단인데 그간의 온라인 MMORPG는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못했다. '로스트아크'는 이렇듯 간단하지만 확실한 수단을 반복하고 있다.
한 로스트아크 인플루언서는 "아크를 모두 모은 후 흘러나온 BGM과 핵심 NPC들이 순차적으로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아직도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NPC나 스토리, 혹은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기 쉽게끔 만들어져 있다. 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하는 개념이다.
이번 엘가시아 스토리는 "개발팀이 이용자들에게 '로스트아크'와 함께 했던 좋은 시간, 아쉬운 시간, 불만 가득 했던 그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주는 시간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베른 남부 이후 과연 이 연출과 감동을 뛰어넘는 스토리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엘가시아는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듯 했고,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의 평가를 보면 그 목표는 성공적으로 달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엘가시아의 감동을 넘어설 수 있을까"라는 걱정보다 "엘가시아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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