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정연호 기자] 국내 기업들이 구조 조정에 나서면서 이직 시장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늘고 있다. 다만, 한 HR업계 관계자는 “경기 전망이 악화하면서 진행되던 면접도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침체된 채용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열 직원 부럽지 않은 ‘똘똘한 직원 한 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HR테크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 시장을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희망퇴직 대상을 사무직에서 생산직으로 확대했다. 현대모비스와 HMM도 보상금 등을 조건으로 리스타트 지원프로그램 등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산업계는 구조조정이 업계 전체로 번질 것이라 관측한다.
HR업계에 따르면, 구조조정에 따른 비자발적 이직자와 함께 이를 지켜보는 조용한 이직자가 늘고 있다. 다만, “국내 HR은 디지털전환이 느려서 채용이 비효율적”이라고 한 HR 업계 관계자가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인재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구직자들도 너무 많은 곳에 지원해야 한다”며 “신입과 경력 모두 최종 합격율이 약 1%”라고 했다.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도 합격률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사람인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서류전형 결과에서 구직자 1183명은 평균 14회 입사 지원을 했지만 서류 합격 횟수는 평균 1.7회에 불과했다.
원티드랩의 AI매칭, 출처=원티드랩
원티드랩의 AI매칭은 기업과 구직자가 채용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서비스다. 지원자 이력서를 AI가 분석해 특정 기업에 대한 합격률을 보여준다. 400만 건에 달하는 서류 데이터를 학습시켜 정확도를 높였다. 구직자는 합격률이 낮은 곳을 피하거나, 코칭을 받아 이력서를 수정할 수 있다. 합격률이 높은 직원이 입사 지원을 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원하는 인재를 찾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원티드랩 황리건 개발이사는 “AI가 지원자의 직무 능력을 확인하도록 자연어처리로 채용공고와 이력서의 의미를 분석해 합격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력서에 기재된 자기소개와 경력의 의미가 수치화 된다는 뜻이다. 기자의 경우 ‘기사를 쓰는 능력’이 수치로 표현된다. 이 수치를 실제 합격자들의 수치와 비교해 결과를 예상한다.
원티드랩에 따르면, AI 매칭을 통하면 최종 합격률이 기존 대비 4배 이상 올라간다. 채용이 확정되면 원티드랩이 연봉의 7%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로, 헤드헌터가 연봉의 최소 15~20%를 가져가는 걸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리멤버 스카웃 제안 통계, 출처=리멤버
명함관리 앱 리멤버는 경력직 구인구직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 인사팀과 헤드헌터는 채용 공고를 올리는 대신 리멤버에 등록된 정보로 구직자를 찾을 수 있다. 작년 9월 기준, 리멤버를 통한 스카우트 제안은 총 300만 건에 달했다. 월 평균 20만건의 스카우트 제안이 리멤버를 거치고 있는 것이다. 제시된 평균 연봉은 8800만 원이었다.
헤드헌터나 인사팀은 주로 인맥을 활용해 인재를 찾는다. 다만, 제한된 인재풀 때문에 사람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해외에선 헤드헌터들이 링크드인을 자주 활용하지만 국내에서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리멤버 관계자는 “리멤버 앱에는 금융,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 종사자와 고경력자들이 많다. 채용 과정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리멤버 앱의 회원수는 약 400만 명이다.
AI를 활용한 면접, 출처=제네시스랩
신입과 경력 채용에서 AI 면접을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AI면접 솔루션 뷰인터HR을 개발한 제네시스랩 관계자는 “고객사가 전년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뷰인터HR의 AI는 지원서류와 면접영상을 분석해 역량 지표를 평가한다. 특정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AI가 관련된 질문을 만드는데, 대면 면접에서 이를 활용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AI가 손동작, 시선 등 비언어적 행동도 분석할 수도 있다.
제네시스랩 관계자는 “AI면접으로 면접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면접 품질을 표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접을 진행할 때 면접관마다 동일한 서류, 지원자를 두고 평가가 상이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AI를 통해서 동일한 기준으로 대상을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AI가 사람의 편향성을 해소할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실제 면접에선 면접관의 기분 등 합격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가 많다고 한다. AI는 이러한 변수에서 자유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의 역량 평가 도구가 유용성이 떨어지니 AI 등의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박지성 교수가 재직자 4040명을 대상으로 선발 기준과 성과 상관도를 연구한 결과, 학력 수준 0.07, 대학 순위는 0.00, 학점은 0.04, 영어 성적은 -0.00, 자격증 수는 0.03로 나왔다(상관관계는 1에 가까울수록 높다). HR업계에선 AI 등을 활용한 HR테크가 이에 대한 대안이 될 것이라 전망이 나온다.
다만, AI 채용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아마존은 AI를 활용해 지원자를 평가하는 도구를 개발하려다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로이터는 “아마존의 AI는 ’여성의’라는 단어가 붙은 이력서를 차별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마존이 학습시킨 이력서 데이터에는 아마존이 해당 포지션에 ‘적합’하다고 여기는 것을 포함한다”고 말한다. 아마존이 학습한 데이터의 대부분이 남성의 이력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AI가 지원자 이력서에 남성과 연관되는 단어나 경력이 있을수록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발 과정에서 AI가 차별을 하지 못하게끔 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가천대 이중학 HR데이터분석 교수는 “미국 등은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기업이 차별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관련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 국내는 관련 논의의 속도가 이제 붙는 단계”라고 했다. 그는 AI의 편향성을 완화하려면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미국 기업 중엔 ‘이름’에 따른 차별적 요소를 없애려고 사람이 개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잭슨’은 흑인 이름으로 여겨지는데, AI가 데이터를 학습할 때 이름과 인종을 연결하지 못하도록 개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AI의 편향성을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존재한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도 공고를 올릴 때 ‘어그레시브(공격적인, 매우 적극적인)’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 일부 기업이 있다. AI가 기업공고와 이력서를 분석할 때 특정 성별을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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