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명관 기자] 불과 2년 전만 해도 메타버스는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촉발한 비대면 문화의 활성화는 사람들의 관심을 현실에서 온라인, 모바일, 디지털 속으로 이끌었다. 어쩔 수 없이 단절된 현실을 살아야 하는 팬데믹 시대에서 가상현실(VR), 혼합현실(XR)처럼 실제 현실을 대체하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엔데믹’을 선언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 6월 19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메타버스 이용 현황 및 이용자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 메타버스 이용률은 4.2%에 불과했다. 연령대별로는 6~10세 미만이 20.1%로 가장 높았고 10대(19.1%), 20대(8.2%), 30대(3.1%), 40대(2.5%)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동물의 숲’ 26.9%, ‘제페토’ 26.6%, ‘마인크래프트’ 19.9%, ‘로블록스’ 16.2% 등 게임 기반 플랫폼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타버스는 정말 위기이고 거품이었을 뿐일까?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메타버스는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타인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VR, AR 세상 속에서 원격으로 만나고 게임 등을 즐기며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MZ세대에게는 여전히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의 원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실감미디어 분야는 엔데믹 이후에도 여전히 관심을 받고 있다. 실감미디어란, 실감 기술을 활용해 보다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전달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뜻한다. 증강현실(AR), 미디어파사드, 홀로그램 등이 실감미디어에 속한다. HMD와 같은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가상세계 처럼 몰입도 높은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이자 기술이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실감미디어를 경험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모습, 출처: 국무총리실 블로그
대표적인 예는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에서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활용해 경기장 바닥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켰던 경우다. 경기장 바닥이 프로젝터를 통해 눈밭으로 변했다. 광화문 일대의 모습을 디지털 공간으로 변화시킨 ‘광화시대’를 통해서도 많은 국민들이 실감미디어의 모습을 경험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인의 모습을 현실로 불러낸 다양한 콘텐츠들도 익숙하게 경험하고 있다.
광화원 생명의 빛-시간의풍경,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실감미디어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 2018년 설립한 쉐어박스는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새로운 영상기술과 생각, 다양한 시도를 통한 경험을 융합해 세대와 언어를 초월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실감미디어의 경험을 온전히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는 이상, 실감미디어 콘텐츠가 제공하는 가치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MWC 라스베가스에 참가한 쉐어박스 김용근 팀장(오른쪽), 출처: 쉐어박스
이에 쉐어박스는 관람객이 직접 방문하는 전시회, 박람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사의 실감미디어 콘텐츠, XR 솔루션 등을 소개한다. 쉐어박스 XR 개발부에서 기획,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김용근 팀장은 “두바이에서 열리는 GITEX,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MWC와 CES, 일본에서 열리는 재팬 IT 위크 등에 참가하며 우리의 실감미디어 솔루션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실감미디어 콘텐츠는 말로 듣거나 글로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접 콘텐츠 안으로 들어가 경험해야 실감미디어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상암 누리꿈 스퀘어 디지털 파빌리온에 위치한 쉐어박스 쇼룸 사진, 출처: IT동아
실감미디어, 현장에서 직접 전달하고 있습니다
IT동아: 지난 4월 일본에서 열린 재팬 IT 위크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재팬 IT 위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회와 박람회 등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굳이 먼 곳까지 찾아가며 참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김용근 팀장(이하 김 팀장): 하하.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실감미디어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전시회, 박람회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실감미디어는 현실 속에서 가상, 디지털의 새로운 정보를 덧입혀 제공한다. 가상현실처럼 HMD를 착용해 가상세계로 초대할 수 없다. 직접 체험해야 실감미디어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쉐어박스의 XR 5면 인터랙션 서비스 ‘X-RumPus Box(이하 럼프스 박스)’는 정말 체험이 중요한 실감미디어 솔루션이다. 럼프스 박스는 프로젝터를 활용해 그저 평평한 바닥과 앞뒤좌우 벽면에 불과한 방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고, 바닥과 벽면을 터치할 때 마다 상호작용하는 효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경험을 지금처럼 말로, 글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쉐어박스와 같은 스타트업이 외부 기업 관계자, 일반 관람객에게 제품 또는 서비스를 소개하는데 전시회, 박람회는 필수다. 우리를 많이 알려야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웃음). 정부가 지원하는 전시회 참가 기회라면 어떻게든 참여해 우리를 알려야만 한다.
재팬 IT 위크에 참여한 쉐어박스 부스에서 관람객이 럼프스 박스를 체험하고 있다, 출처: 쉐어박스
IT동아: 아,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사실 기자도 쉐어박스의 럼프스 박스 쇼룸을 경험한 뒤에야 실감미디어가 제공하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었다. 텅 빈 방 안이 방탈출 공간으로 바뀌고, 숨은그림찾기 공간으로 바뀌는 경험은… 맞다. 누군가에게 그 경험을 온전히 전달하기는 쉽지 않겠다.
김 팀장: 지난 재팬 IT 위크에 참여하면서 많이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실감미디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그것 하나에 집중했다. 고민 끝에 새로운 실감미디어를 기획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빠칭코를 많이 즐기지 않나. 이에 우리 부스를 찾아 온 관람객에게 빠칭코를 온 몸으로 즐길 수 있도록 미니 게임 형태로 럼프스 박스를 꾸몄다. 덕분에 관람객뿐만 아니라 기업 관계자 등의 관심을 꽤 많이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현재 구현한 방탈출, 숨은그림, 리듬 게임 등도 짧게나마 즐길 수 있도록 제공했다. 그래서일까. 그 이후 지속적으로 꽤 많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PoC를 진행하자는 제안도 있었고… 협력 사업으로 연결해 보자는 의견도 받았다.
재팬 IT 위크 전시회 시작 전 럼프스 박스를 테스트하고 있는 쉐어박스 신연식 대표, 출처: 쉐어박스
IT동아: 말한마디 통하지 않는 타국이다. 영어로 어느 정도 소통할 수는 있겠지만, 일본이나 두바이 같은 비영어권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김 팀장: 맞다. 정말 어렵다. 현지에서 통역을 통해 소통하지만, 원활하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기존에 없던 기술,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소개할 때는 아무리 실력 좋은 통역가라도 버겁다. 어학 능력뿐만 아니라 관련 지식을 갖춰야만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멀리서 구경만 하다가 돌아가는 관람객도 있었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두바이 GITEX에서 관람객에게 쉐어박스 콘텐츠를 소개하는 모습, 출처: 쉐어박스
예상할 수 없는 문제를 겪는 현장의 경험
IT동아: 현지 환경에도 적응해야 하지 않나.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도 많이 발생할텐데.
김 팀장: 별의별 상황이 다 발생한다(웃음). 사무실에서, 연구실에서는 잘 되던 것도 갑자기 안되는 일이 생긴다. 민감한 동작, 터치 센서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전시회 전날까지 100% 맞춰 놓은 설정도, 다음날이면 갑자기 먹통되는 일도 있다. 그럴 때 관람객이 부스로 방문해 체험하기를 원할 때면… 식은땀이 다 난다. 한번의 소개를 위해 몇 시간을 날아 왔는데, ‘죄송하지만, 지금은 체험할 수 없습니다’라고 안내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노트북이 발열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럼프스 박스를 제어하는 노트북인데… 장시간 켜놓아 자꾸 꺼지는 일이 발생했다. 급했다. 당장 관람객은 찾아 오는데 방법이 없었다. 그때 같이 동행한 직원이 선풍기를 사왔다. 노트북 옆에 선풍기를 켜 놓고 어떻게든 내부 열을 외부로 빼내기 시작했다. 이어서 부채질도 시작했다.
일본 현지 문화에 맞춰 뽑기 요소의 미니 게임을 준비한 쉐어박스, 출처: 쉐어박스
그 때 직원이 했던 “팀장님 노트북이 너무 뜨거워요”, “이거 터질 것 같은데요”라는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웃음). 데스크탑을 가져갔던 MWC 라스베가스 전시회에서 부피가 크고 무거운 데스크탑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에 노트북을 준비했는데, 이런 일을 겪을 줄은 정말 몰랐다. 아, 절대 낮은 사양의 노트북도 아니었다. 500만 원 정도의, 고가의 노트북이었는데 발열 때문에 멈출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데스크탑을 챙겨갔던 MWC 라스베가스 당시에도 100% 완벽한 상태로 전시회를 치루지 못했었다. 데스크탑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부스 규모가 문제였다. 예상보다 너무 큰 규모라 데스크탑과 프로젝터를 연결하기 위한 HMDI 길이가 부족했다. 현지에서 급하게 긴 길이의 HDMI를 바로 구매하고 연결해 전시회는 무사히 마무리했지만, 거짓말처럼 전시회 마지막날 끊어졌다. 다시 생각해도 전시회, 박람회와 같은 현장은… 언제나 매 순간 외줄타기하는 기분이다.
MWC 라스베가스에서 관람객에게 VR을 시연하는 모습, 출처: 쉐어박스
IT동아: 5면 인터랙션 서비스 럼프스 박스에 대한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 팀장: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장 반응은 정말 좋았다. 한번은 바로 협업해 일본에서 같이 사업을 원하며 상담을 요청받은 일도 있었다. 처음 미팅에 이어 다음날 결정권을 가진 책임자와 다시 방문해 미팅을 요청했고, 3번째 찾아와 럼프스 박스를 자신들이 제공하고 있는 사업에 연결할 수 없는지 묻기도 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실감미디어 콘텐츠는 직접 체험해 봐야만 본질을 알 수 있다. 특히, 5면 인터랙션 서비스인 럼프스 박스는 공간에 맞춰 여러 센서를 잘 구축해야 원활하게 체험할 수 있다. 벽면을 터치하는 센서의 설정값, 바닥과 벽면에 동시에 영상을 뿌리는 프로젝터 설정 등이 매우 중요하다.
쉐어박스는 더 실감나고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실감미디어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번거로운 HMD를 착용할 필요 없이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실감미디어를 즐길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 중이다. 실감미디어, XR을 통해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쉐어박스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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