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동진 기자] 중고차 시장에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이 속속 참전하면서 시장 경쟁이 격화 양상을 보인다. 이 가운데 기존 사업자는 어떤 전략을 수립해 치열한 경쟁에 맞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년 이상 중고차 플랫폼 사업을 영위한 엔카닷컴은 경쟁에 맞서 디지털 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최적화한 부서 개편을 단행하는 동시에 개발자 채용을 대폭 확대해 서비스 안정화와 고객 경험 강화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신규 사업자와 기존 기업 간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는 쪽은 어디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현대차그룹 중고차 시장 진입…KG모빌리티·롯데렌탈 등도 참전 선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시장 거래 대수는 약 372만6000대, 시장 규모는 연간 30조~40조 수준이다.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등록 대수 약 168만4000대)보다 훨씬 큰 시장인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므로, 대기업이 앞다퉈 진입하거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지난 10월 24일과 11월 1일부터 자사 인증 중고차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양산센터 정밀진단 존의 모습 / 출처=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중고차 사업 비전과 방향을 살펴보면, 5년 10만km 이내 자사 차량을 대상으로 200개 이상 항목의 성능과 상태를 검사해 통과한 차량만 판매한다. 경기도 용인 오토허브와 경남 양산에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와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중고차 사업을 영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인증 중고차 모바일 앱 예시 / 출처=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인 중고차 시장에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사고유무와 보험수리 이력, 침수차 여부, 리콜 내역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허위 미끼 매물을 스크리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고차 소비자가 우려하는 품질 걱정을 불식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앱에 가상 전시장을 마련하고 상품을 비교, 검색하며 계약, 출고, 배송까지 중고차 구매에 필요한 전 과정을 한 번에 제공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외에도 또 다른 완성차 기업인 KG모빌리티를 비롯해 롯데렌탈 등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중고차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력 20년 이상 중고차 플랫폼 기업 ‘엔카닷컴’…’디지털 전환’으로 승부수
격화 양상인 중고차 시장 경쟁에 맞서 2000년 설립된 중고차 플랫폼 기업, 엔카닷컴은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 기업은 급증하는 중고차 플랫폼 이용자와 사용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하고 분석해 더 나은 서비스를 도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이에 빅데이터, 클라우드, AI 등을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을 플랫폼에 접목하는 동시에 개발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엔카 광고진단센터 중 최대 규모인 수원 고색지점 전경 / 출처=엔카닷컴
엔카닷컴의 이 같은 디지털 전환 전략은 ▲인프라·애플리케이션 전환 ▲프로세스의 전환 ▲조직 전환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전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빠른 제품 출시와 서비스 변경, 확장에 용이한 시스템 전환을 이뤄 궁극적으로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데 목표를 뒀다.
인프라·애플리케이션 전환을 위해 엔카닷컴은 2021년 1월부터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유연한 인프라 확장이 가능하도록 기존 시스템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작업에 착수, 이듬해 작업을 마쳤다. 그 결과 수십만장에 달하는 엔카닷컴 전체 차량 이미지를 AWS 클라우드로 옮겨 데이터 관리에 대한 비용과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차량 이미지의 업로드와 다운로드 속도도 대폭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중고차를 살펴보는 고객 이미지 / 출처=엔카닷컴
엔카닷컴은 서비스 고도화를 목적으로 효율적인 개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IT 개발 실무단에서의 프로세스 전환도 진행했다. 예컨대 안정적인 웹·앱 서비스를 위해 컨테이너 기반 품질보증(QA, Quality Assurance) 테스트 환경 자동 구축 플랫폼을 개발, QA 부서의 업무 효율성을 개선했다. 과거 8개였던 테스트 환경 또한 현재 226개까지 늘려 QA 엔지니어들이 테스트 환경을 할당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서버 장애 시에도 진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진단 앱 오프라인 모드 또한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업은 정보통신 기술 개발과 접목을 위한 조직 전환에도 나섰다. 복잡하고 다양한 중고차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기존 풀(Pool) 구조의 개발팀(기존 6개)을 셀(Cell) 구조의 목적 조직(현재 11개)으로 개편하고, 대대적으로 개발자를 채용했다. 이와 함께 인프라와 개발을 합한 ‘사이트 신뢰성 엔지니어링, SRE(Site Reliability Engineering)’팀을 신설해 조직 내 문제점이었던 사일로 현상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사이트 신뢰성 엔지니어링(SRE)팀 소속, 임예찬 사원은 “엔카닷컴의 대대적인 개발자 채용 공고를 접한 후 단순히 중고차를 사고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플랫폼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거래 경험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 무엇일지 궁금해 입사하게 됐다”며 “SRE팀에서 컨테이너 기반 QA 테스트 환경 구축 및 장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을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 구현에 매진하고 있다. 마케팅 이벤트가 진행될 때는 급증하는 트래픽에 대응하며 플랫폼 안정화 여부도 체크한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이전을 통해 플랫폼 내 차량 이미지의 안정적인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개발진과 협업한 기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프론트엔드(Front-end) 개발팀 소속, 권소희 대리는 “공통 모듈 및 기술 관리자로서 ‘엔카 비교견적’ 서비스와 같은 주요 비즈니스에 대한 프론트개발 업무를 수행하며, 새로운 기술 제안 및 아이디어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예컨대 플랫폼 이용자가 차량 이미지를 보기 위해 클릭 후 로딩 페이지에 진입할 때 단순한 로딩 화면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보여줘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전략으로 사용자의 플랫폼 이탈률을 줄였다. 최근에는 엔카 비교견적 신청 중 볼 수 있는 차량 사진을 3장에서 15장으로 늘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구매자 거래 취소 사유 중 차량 정보 부족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한 것이다. 이같은 유저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 개선이 이뤄졌을 때, 보람을 느끼며 개발자로서 동기부여가 된다”고 전했다.
임예찬 엔카닷컴 SRE팀 사원과 권소희 프론트엔드 개발팀 대리, 장수영 QA팀 대리(왼쪽부터)가 개발 업무에 관해 논의하는 모습 / 출처=IT동아
QA팀 소속, 장수영 대리는 “플랫폼 QA팀은 안정적인 웹·앱 서비스 제공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효율적인 전략과 프로세스를 도출하고, 서비스 품질 진단과 평가 활동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한다. 예컨대 비교견적 서비스의 경우, 딜러 사이드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내용이지만, 딜러와 고객, 관리자 등 종합적인 QA 진행이 요구되므로 협업이 중요하다”며 “중고차 시장이 성장할수록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서비스 구현이다. 신규 서비스 출시 이후에도 몇 주간의 모니터링을 통해 품질을 효율적으로 측정할 지표를 마련, 부서 간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업무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이처럼 사내에 다양한 개발 부서가 만들어지고 개발 인력이 충원되면서 전체인력 중 약 30%가 개발자로 채워졌다. 이후 IT 개발 스터디와 세미나, 코드리뷰 문화 등을 구축하고 있다. 안정적인 플랫폼 유지와 고객 경험 개선이 원활한 중고차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20년 이상 축적된 방대한 차량 데이터에 디지털 기술을 더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중고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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