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차주경 기자] 의료·바이오 부문 연구자들의 연구를 돕던 스타트업이 있다. 이들은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의 수거와 정리, 결과 도출과 분석을 연구자들과 함께 궁리한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시간과 자원을 아끼고 연구에만 집중, 원하는 성과를 얻도록 돕는다. 연구의 전후 과정과 성과를 확보하면 데이터로 만들어 다른 연구에 적용, 완성도를 높이는데 쓴다. 덕분에 이들은 유전자와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 등 고도의 바이오 기술과 인공지능 분석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 역량을 갖춘다.
이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쌓은 성과를 토대로 더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할 자체 기술의 연구 개발에 나선다. 홍릉강소특구와 서울바이오허브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 중인 우당네트웍이다.
해듭을 소개하는 임동영 우당네트웍 대표 / 출처=우당네트웍
임동영 우당네트웍 대표는, 연구자의 연구를 도우며 쌓은 유전체 데이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방법을 궁리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헬스케어 서비스다. 사람의 몸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결과를 알려준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람이 항상 건강하도록 생활 습관을 제시하고 알맞은 병원이나 치료 약을 추천한다. 서비스의 형태를 먼저 정한 그는 이어 서비스에서 다룰 질환을 선택한다. 임동영 대표가 주목한 것은 아토피 질환이다.
아토피 질환은 자주 재발하며 만성 질환이 되기 쉽다. 매번 병원을 가서 치료해야 하며 과정도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좀처럼 완치되지 않는다. 어렸을 때 아토피 질환을 앓은 사람은 대부분 성인이 된 후에도 같은 질환에 시달린다. 아토피 질환의 치료 방법과 약을 연구하는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아직 특효 치료 방법이나 약은 없다.
우당네트웍 해듭의 아토피 질환 분석 절차/ 출처=우당네트웍
우당네트웍이 만든 아토피 질환 헬스케어 서비스의 이름은 ‘해듭’이다. 우리나라 말로 ‘매듭을 푼다’는 의미다. 복잡하게 엉켜서 사람들을 괴롭히던 아토피 질환의 매듭을 푼다는 의미, 그리고 두 가닥으로 이뤄진 유전체의 매듭을 풀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든다는 각오가 담긴 이름이다.
우당네트웍 해듭은 누구나 간편하게 쓴다. 환자는 자신의 환부 사진을 찍어 해듭에 제출하면 된다. 그러면 해듭이 환부 사진을 분석, 먼저 아토피 질환인지 아닌지를 검증한다. 아토피 질환이 맞다면, 중증도를 경증 0단계에서 중증 4단계까지 나눠 알려준다. 그리고 중증도에 맞는 치료와 관리 방법, 이 치료 방법을 잘 다루는 병원의 정보를 알려준다.
임동영 대표는 해듭을 설계할 때, 아토피 질환의 ‘악순환’을 끊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아토피 질환은 특성상, 집중 치료하고 관리할 때에만 증상이 완화된다. 그러다가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나빠진다. 이것을 반복하면 근원 치료는 되지 않은채, 증상만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한다. 지친 환자는 결국 치료를 게을리하거나 포기한다. 이것이 아토피 질환의 악순환이다.
우당네트웍 해듭의 동작 원리 / 출처=우당네트웍
우당네트웍은 먼저 환자가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간편하게 아토피 질환의 유무, 중증도를 파악하도록 해듭을 만들었다. 이들은 임상 병원에서 아토피 질환 환자의 사진 약 2만 장, 임상 유형 약 9000건을 인공지능 분석해서 환부 사진 판별 알고리듬을 만들었다. 여기에 아토피 질환 전문 병원의 의사의 분석 유형을 반영했고, 우당네트웍이 자체 개발한 아토피 환자의 생활 습관 기반 점수화 기술을 더했다. 이 기술은 곧 논문으로 공개 예정이다.
덕분에 해듭은 아토피 질환 분석 후 중증도를 정밀하게 결정한다. 이후에는 우당네트웍의 미생물 및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 생체학 분석 기술을 활용해서 환자 맞춤형 식단·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초개인화 습관 추천을 제시한다. 아토피 질환의 임상 유형을 토대로 한 치료 기법과 약물도 추천한다.
임동영 대표는 해듭을 만들기까지 숱한 고난을 헤쳐나왔다고 한다. 그는 먼저 사람들을 괴롭히는 만성 질환, 아토피 질환 환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할지를 고민했다. 우당네트웍의 본업인 연구 지원은 대상이 ‘연구자’로 명확하다. 반면, 아토피 질환 환자는 저마다 중증도와 증상이 다르기에, 이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선보여야 한다.
해외 전시회에서 해듭을 소개하는 임동영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 출처=우당네트웍
임동영 대표는 먼저 정밀의료 실증 데이터 사업을 포함한 국가 과제에 참여해서 소비자에게 접근할 기술과 정보를 찾았다. 이후 기존 아토피 질환 관리 서비스나 플랫폼을 분석해 이들의 장점은 강화하고 사용성을 강화할 방법을 궁리했다. 환자에게 제시할 콘텐츠와 질환 분석 모델을 만들고 검증하고 개선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끝에 해듭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결실도 있었다. 우당네트웍의 장점인 연구 지원, 즉, 이미지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고도화한데 이어 개발, 마케팅 역량까지 갖춘 것이다. 임동영 대표가 세운 가설은 모든 기술의 내재화다. 기업이 그린 청사진을 현실화하려면, 외주 제작보다는 직접 모든 것을 다뤄야 한다는 가설이다. 우당네트웍은 연구자에 이어 임원급 콘텐츠 기획자, 앱 마스터와 개발자를 섭외해 해듭을 차근차근 만들었다.
그 다음 해결할 과제는, 사진과 임상 유형을 분석하고 환자들에게 알맞은 초개인화 습관을 추천할 인공지능 알고리듬 개발이었다. 아토피 질환 환자들의 의료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하는 것, 가공한 데이터를 라벨링하는 것, 여기에 분석 결과와 마이크로바이옴 공공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를 적용하는 것, 마지막으로 이 모든 절차를 원활하게 구현하는 것 모두가 난관이었다.
해외 전시회에서 해듭을 소개하는 임동영 대표(가장 오른쪽) / 출처=우당네트웍
우당네트웍은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은 원래 연구자들이 제시한 연구 주제를 토대로, 가장 효율 좋은 연구 방식을 고안해 제시했다. 이것과 같은 원리로, 인공지능 알고리듬의 주제는 우당네트웍이 만들고 기술 개발은 인공지능 개발 기업과 함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우당네트웍이 의료데이터 분석과 라벨링, 기술의 연구 개발을 맡고 파트너 인공지능 기업이 알고리듬을 만드는 구조로 난관을 해결했다.
임동영 대표는 해듭의 경쟁력인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의 효율도 높인다. 환자의 시계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 분석 시간은 줄이고 정확도는 높이는 기술을 고안했다. 아토피 질환 환자와 일반인의 마이크로바이옴 차이를 빠르게 분석, 대조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원리다.
해외 전시회에서 해듭을 소개하는 임동영 대표(가운데) / 출처=우당네트웍
우당네트웍은 이렇게 만든 해듭의 버전 1.0을 먼저 웹 페이지로 제공했다. 아토피 질환 환자가 환부 사진을 찍어 해듭에 제출하면 하루 안에 분석과 분석 결과를 받아본다. 우당네트웍은 동작구 주민 대상으로 해듭을 시범 운영,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특히 아토피 질환 관리 제품과 병원 추천 기능이 요긴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임동영 대표는 해듭의 보급에 박차를 가한다. 홍릉강소특구, 서울바이오허브 등 지원 기관의 도움을 받아서다. 홍릉강소특구는 우당네트웍에게 의료데이터 구축, 사진 분석 기술을 함께 연구할 제약사를 추천했다. 함께 싱가포르에 가서 과학기술청(A-스타) 관계자를 만나고 현지 아토피 환자들의 수요를 확인한 덕분에 현지 지사 우당라이프사이언스도 세웠다.
해듭 서비스 화면 / 출처=우당네트웍
우당네트웍은 싱가포르를 토대로 동남아시아, 나아가 유럽과 북미 등 세계 시장에 해듭을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디지털 헬스케어 친화 나라이자 동남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에서 성과를 거두면, 자연스레 기술과 서비스가 다른 지역으로 퍼질 것이라는 계산도 마쳤다.
물론, 우당네트웍은 우리나라 아토피 질환 환자를 위한 연구 개발을 최우선 진행한다. 2024년 1분기 안에 아토피 질환 환자 커뮤니티를 구축,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고도화한다. 이를 토대로 2024년 3분기에는 해듭 앱 서비스를 마련, 환자들이 더욱 손쉽게 아토피 질환을 검증하고 관리하도록 돕는다. 이 성과를 토대로 2024년 4분기 시리즈 A 투자금 유치에 나서 해듭을 세계 서비스로 만들 전망이다.
홍릉강소특구와 함께 싱가포르 의료계 관계자들을 만난 임동영 대표(왼쪽에서 여섯 번째) / 출처=우당네트웍
임동영 대표는 “우리나라에만 아토피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100만 명이나 된다. 이들이 신속, 정확하게 아토피 여부를 분석하고 걸맞는 치료와 관리 방법을 배우도록 돕겠다. 사람의 유전체와 마이크로바이옴 등 생물학 정보를 토대로 가장 알맞은 건강 관리 기법을 전달하는 휴먼 디지털 트윈의 가치를 증명하고 알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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