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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국립종자원의 ‘2022년 종자산업현황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육묘시장 규모는 1997억 원(2022년 기준)으로 2021년 대비 0.4% 증가했다. 이 중 79%는 연 매출 1억 5000만 원 미만의 소규모 업체다. 판매 비중도 채소, 식량, 화훼 순으로 나타났다. 시장 자체가 영세하고 고부가가치 창출이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넥스트그린은 이 같은 육묘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부분 영세한 육묘농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이다. 핵심은 고부가가치 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식물공장 육묘 시스템이다.
농민과 가까운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다
IT 기업 연구소장 자리를 뒤로하고 넥스트그린을 설립한 이효진 대표. 일본에서 정밀농업을 전공한 후 작물의 생산량을 분석ㆍ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농업 분야 정책 수립에 필요한 과정이지만, 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IT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계속 해왔는데 다음 단계로 농가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부대표와 함께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효진 넥스트그린 대표(좌)와 신재영 넥스트그린 부대표(우). / 출처=넥스트그린
어떤 분야가 좋을지 고민하다 떠올린 것은 식물공장. 그 중에서 다른 식물공장 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은 육묘 분야를 선택했다. 식물공장 육묘 시스템이 탄생한 배경이다. 특징은 공간 활용성이다. 일반적인 40피트 콘테이너(폭 2.35m, 높이 2.392m, 길이 12.029m) 크기의 모듈형 설비로 재배되는 모종이 균일한 품질을 갖는 게 목적이다.
재배공간 안에서 단순히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모종을 재배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통제됐어도 위치에 따라 재배환경이 조금씩 다르다. 이효진 대표는 “공조 설비를 잘 갖춰도 위치에 따라 1~2도 가량 차이가 있고 작은 차이로 모종의 재배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래서 떠올린 게 컨베이어 벨트다. 모종을 주기적으로 이동시켜 환경 편차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넥스트그린은 컨베이어 벨트를 적용한 컨테이너형 육묘 식물공장 개발을 마치고 공급 준비에 한창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온도 상승으로 모종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어요. 예로 고온기를 피해 가을에 재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 모종을 여름에 재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육묘식물공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식물공장 시스템의 핵심은 ‘균일성’
“햄버거 안에 토마토가 들어간다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그 안에 쓰일 토마토는 크고 맛있는 것보다 동일한 크기를 원할 겁니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토마토의 양에 큰 차이가 있으면 안 되니까요. 맛과 품질도 좋지만, 농산물임에도 규격화된 것을 찾습니다. 품질 관리와 유통에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재배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에요. 품질이 균일해야 관리가 용이합니다.”
모종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식물공장 시스템 곳곳에는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가 적용됐다. 온도, 습도 센서는 기본이고 공기 순환 장치도 달린다. 모종의 상태를 촬영하는 카메라도 있다. 모판이 이동하는 모습을 위에서 담고 상태가 안 좋은 모종을 찾기 위해서다.
운영 시스템은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모종의 상태를 분석한다. 태생적으로 불량하거나 성장이 더딘 모종은 별도 표시되어 분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넥스트그린은 로봇 그리퍼를 따로 개발해 모종 선별작업까지 자동으로 이뤄지게 할 계획이다. 굳이 로봇을 쓰지 않더라도 식물공장 시스템은 적은 인력으로 모종 관리가 가능하다.
식물공장 육묘 시스템 안에서 재배 중인 고추냉이 모종. / 출처=넥스트그린
실제 넥스트그린의 연구실 내에 자리한 식물공장 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었다. 안에는 고추냉이 모종이 있는데 하나는 잎 생산에 특화된 달마종, 다른 하나는 줄기에 특화된 대왕종이다. 고추냉이는 무더운 여름에 재배할 수 없다. 온도와 직사광선에 민감해 겨울에 재배한 후 봄에 출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효진 대표는 “고추냉이 모종을 식물공장에서 재배 중이고 가을에는 춘천 내 농가에 우선 보급할 예정이다. 향후 종자 채종부터 관리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게 목표”라 말했다.
식물공장 시스템에서 모종을 관리할 경우, 재배농가는 고소득 작물의 출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추냉이를 예로 들면 이렇다. 일반 농가에서 고추냉이를 조기 출하하려면 7~8월부터 재배해야 되지만, 날씨 때문에 어렵다. 반면 식물공장 시스템을 거치면 더운 여름에 안정적인 환경 내에서 모종을 재배하고 온도가 낮아지는 시기에 재배농가로 옮겨 심을 수 있다. 넥스트그린은 춘천 내 육묘농가 4곳과 협력, 식물공장 시스템에서 재배한 고추냉이 모종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모종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기록하는 것도 넥스트그린의 일이다.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 모종 재배를 실험하고 그 결과를 자체 데이터센터에 저장한다. 이 자료는 다른 식물공장 시스템과 공유되어 모종 맞춤형 환경을 만들어준다. 모종 관리와 분석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일반 농가에 적합한 스마트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
이효진 대표는 식물공장 육묘 시스템이 육묘 시장에 기여하는 협업 솔루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변화 속에서 특용작물을 확보하고, 재배농가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경쟁자가 아니라 농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을 예정이다. 식물공장 시스템 구축이 부담스러운 농가와 협력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투자 비용은 부족하지만 토지에 여유가 있을 경우, 설비는 넥스트그린이 토지는 농가가 준비해 서로 운영하는 식이다. 리스, 렌탈 등의 형태도 검토 대상이다.
이 외에 가격 부담을 낮춘 두 번째 식물공장 시스템도 개발에 돌입했다. 지금의 시스템은 기술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담았지만, 실제 환경에서는 불필요한 게 많았다. 이효진 대표는 식물공장 구성 부품들을 자체 개발, 가격을 낮추는 작업에 매진 중이다. 경량화된 식물공장 설비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일반 농가에 맞는 스마트팜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셈이다.
식물공장 육묘 시스템. 현재는 경량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출처=넥스트그린
식물공장 시스템을 개발하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넥스트그린이 지금까지 걸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도움도 있었다. 이효진 대표는 지원도 중요하지만, 네트워킹 역할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추가 지원 사업에 대한 안내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메일을 보내줍니다. 초기 투자를 받는 과정도 소개 메일에서 시작됐습니다. 그 사업을 통해 투자사를 만났고 비즈니스 모델(BM)을 다듬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외에도 제가 사업을 시작하며 다양한 지원을 받았어요. 올해 3년 차인데 기술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넥스트그린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이효진 대표는 “육묘농가와 상생하며 함께 발전하고 싶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잘하는 부분과 육묘농가가 잘하는 부분이 있어요. 농업시장이 폐쇄적이라지만, 네트워크를 형성해 도움을 주고받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일반 농가에게 적합한 스마트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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