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세상에는 참과 거짓, 옳고 그름으로 명확히 답을 내릴 수 있는 논제와 그 어떤 대답도 온전한 정답이라 할 수 없는 철학적 질문들이 있다. 그중 '사랑' 그리고 '사람'의 본질에 관한 것들은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더 열등하고 더 우등한지, 어떤 사랑의 형태가 더 바람직하고 더 천박한지 우리는 쉬이 정의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현실에서 간과하며 나를, 타인을 너무도 쉽게 판단하고, 나누고, 배제한다. 오늘 나눠볼 작품은 이러한 원론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2018)'은 이와 같은 우리의 숨겨진 오만과 위선을 들춰내, 사람도 사랑도 특정한 틀 안에 가둬 이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설파하는 역작이다. 줄거리에 대해 단편적으로 간추리자면, 영화는 언어 장애를 지닌 청소부(샐리 호킨스)와 해양 괴생명체 간의 교감 그리고 사랑을 그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1960년대, 미항공우주 연구센터에서 청소부로 근무하는 '엘라이자'가 실험 대상으로 끌려온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서사라 할 수 있다.)당혹스럽고 또 쉬이 머리속에 그려지지 않는 시나리오지만, 영화는 꽤나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이질적인 소재로 다른 여타의 멜로 장르물에서 느낄 법한 동질적인 감흥을 이끌어내고 있어 감독에 대해 궁금한 이들이 많을텐데, 꽤나 의외의 인물이다. 바로 크리쳐물의 대가로 불리며, 잔혹동화를 연상케 하는 작품들을 여럿 선보인,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다. 여러 걸작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괴랄하고 생경한 괴수들로 시각을 자극하고, 참혹한 현실과 아름다운 판타지 사이를 오가며 관객의 감수성을 이끌어냈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그러한 틀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해간다.
다만 여타 작품과 차이를 두자면, 여태껏 시도하지 않았던 멜로장르를 선보였다는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개인적인 평이지만, 그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2018)'은 가장 따뜻한 톤, 사랑스러운 결의 이야기이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관객의 입장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괴물(괴생명체 혹은 크리쳐)이 사랑을 주고 받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상단의 줄거리 소개에서 눈치 챈 이들이 분명 있을테지만, 영화는 단순한 멜로물에 그치지 않는다.
더 나아가 현재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떠올리게 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색과 외관을 가졌다는 이유로(그들이 정한 틀, 모양과 다르다는 명분으로) 타자로 전락시키고 낙인 찍는 암묵적인 사회의 어두운 시선들을 똑바로 응시한 채, 그것은 오만이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영화 속 자신들을 짓밟아 온 모든 편협한 시선을 사뿐히 넘어 당도한 이들의 초월적인 로맨스는 시의성 있는 메시지와 함께 또 다른 장르적 재미를 선사한다. 덧붙여 한 존재에게 온전히 매혹되고만 이의 표정과 몸짓을 보고싶다면 극중 샐리 호킨스의 연기를 꼭 접하길 적극 권하며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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