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개인적으로 막걸리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대학 시절 유쾌하지 않는
기억 때문이다. 속해 있던 동아리가 민요패라서 주로 술은 막걸리를 애용(?)했다. 시도 때도 없이 막걸리잔을 기울였고, 너무 많이 마신 바람에 수업 시간에 뿜어 올리는 바람에 수업 도중 휴강한 역대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막걸리만 마셨다 하면 그 다음날 숙취와 함께 하루 종일 머리가 지끈거리게 아팠던 기억이 있다.
막걸리는 쌀을 이용해 밥을 지은 후 효모와 누룩을 이용해 발효시켜 만들어지는데,
쌀의 당분을 효모가 분해하면서 알코올이 생성된다. 발효가 완료된 후 동동주와 막걸리, 술지게미로 나뉘어지는데 발효되어 가라앉은 밥알과 누룩을 함께 건져내 거름망에 걸러낸 술이 막걸리다. 막걸리를 먹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사람들은 막걸리가 다양한 균들과 미생물, 찌게미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술이기 때문에 소화하기 어렵거나 거부반응으로 두통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발효주는 발효 과정에서 에탄올은 물론 인체에 치명적인 메틸알코올, 아세트알데이드, 아세톤 등의 화학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소주나 위스키는 열을 가해 화학물질이 걸러지는 반면 막걸리는 효모에 의해
발효시킨 양조주 그대로이기 때문에 두통을 유발한다고도 한다.
마트에서 구입한 복순도가
지난 주말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장을 보러 갔는데, 주류 코너에 눈에
띄는 막걸리가 있었다. 복순도가 손막걸리란다. 프리미엄 막걸리라는
라벨을 고급스럽게 달고 있다. 가격은 1만 2천원이나 한다. 도매가로 소주를 무려 6병이나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이번 한 달 금주를 하고 있는데 저녁에
장어구이를 해먹을 예정이라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카트에 담았다.
요리 전에 막걸리에 대해 검색해 봤다.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울산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전통주 브랜드로, 사람을 노래하게 하는 아름답고 하얀 빛의 오브제라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는 과연 어떤 막걸리일까?
예로부터 막걸리는 서민의 술이라 불렸다. 저렴하면서도 흔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었기 때문이리라. 언제부터인가 프리미엄 막걸리가 우후죽순처럼 나오기 시작했다. 복순도가 손막걸리가 2010년 출시된 이후 수십 만원 대 먹걸리들도
꽤 있다. 18도 ‘해창 막걸리’는 출고가격이 11만 원에 달한다.
심지어 금박 도자기 병에 담은 ‘해창막걸리 아폴로’는 110만 원이나 한다.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무방부제, 무 인공균으로 항아리에서 자연발효시킨
전통적인 생 막걸리라고 강조한다. 전통의 한옥에서 옛 방식 그대로 써서 빚은 막걸리이고 전통 누룩을
발효제로 활용해서 만들었다. 생 막걸리이기에 보관은 10도
이하에서 냉장 보관해야 한다.
복순도가의 탄산. 사진=복순도가 홈페이지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탄산이 가장 큰 특징이다. 탄산을 막걸리 속에
일부러 녹였다. 기존 막걸리는 뚜껑에 틈을 내서 탄산이 빠져나가게 했지만 복순도가는 뚜껑을 밀봉해 탄산이
술 속에 녹아들게 했다. 투명하고 긴 병을 사용한 것도 뚜껑을 열 때 힘차게 올라오는 탄산이 보이게끔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라벨도 탄산 올라오는 게 가리지 않게 상단으로 올려서 붙였다.
그래서 이 막걸리는 개봉할 때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강한
탄산에 뚜껑이 튀어 오를 수도 있다고 라벨에 적혀 있다. 혹시 모르니 병 입구 방향이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다. 병 뚜껑을 개봉하는 방법은 우선 병을 위아래로 흔들어 침전물이 섞이도록 해야
한다. 흔든 후 바로 뚜껑을 열지 말고 냉동고에 10분 정도
넣어두면 탄산이 진정된다. 꺼내서 막걸리 병을 45도 정도로
기울인 뒤 뚜껑을 천천히 개봉하며 탄산을 배출해야 한다. 내용물이 넘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뚜껑 여닫기를
반복하면서 탄산을 빼줘야 한다. 탄산이 완전히 빠져나간 걸 확인 후 잔에 따르면 된다.
기름진 장어에 잘 어울렸던 복순도가
탄산 기포가 엄청나게 올라온다.
저녁 식사로 장어구이에 막걸리를 곁들이기로 했다. 뚜껑을 개봉해 잔에
따른 다음에 병에 적혀진 걸 봤다. 탁주 / 935ml / 6.5%/
12,000원이라고 되어 있고 원료는 정제수, 쌀(국산), 곡자(밀), 물엿, 설탕, 아스파탐(감미료, 페닐알라닌 함유)이 들어갔다고 나와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에 아스파탐이라. 약간은 의외였다. 아스파탐은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해놓고 있다.
와인잔에 따른 복순도가는 특유의 탄산 탓에 계속 기포가 생기면서 올라오는 중이다. 우선 한 모금 마셔봤다. 사이다나 콜라와 같은 탄산보다 더 코를
톡 쏘는 탄산이 느껴진다. 혀에서 느껴지는 맛은 옛날 막걸리를 마실 때 전해지던 감미료(아스파탐)의 달달한 맛이 뇌로 전달된다. 장어가 기름기가 많은 탓에 막걸리가 입을 정화해주는 점에서 궁합은 상당히 잘 어울렸다.
복순도가 개봉시 주의할 점
아스파탐이 들어간 건 에러다.
두 아들들에게 한 모금씩만 먹어보라고 했다. 그닥 좋은 반응은 아니다. 와이프 역시 이게 왜 프리미엄 막걸리인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
느낌 역시 막걸리에 샴페인을 섞은 맛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 때 유행했던 막사(막걸리+사이다)를 살짝 고급스럽게 만든 맛이랄까.
누룩을 사용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막걸리를 제조한 것은 적극 칭찬할 만한 일이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비싼 느낌이다. 또 한가지, 아스파탐이다. 복순도가에도 아스파탐이 들어있지 않은 찹쌀탁주(도수 9도 짜리는 손막걸리보다 6천원이
비싸다)가 있긴 하더라도 기왕에 손막걸리도 아스파탐을 빼는 건 어떨까 싶다. 물론 술 자체가 발암물질이라 아스파탐의 위해성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긴 하지만 프리미엄 전통주라는 표현 자체가
무색하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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