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옛 어르신들의 가르침은 어디로 간 것일까? ‘라떼는’으로
시작하는 옛 것들이 다 옳은 건 아니지만 최근의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선생이 선생답지 못하고 학생이 학생답지 못하는 학교 교육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부모나 보호자 등 일반인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2022학년도에 202건을 기록했다.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침해는 2019학년도에 227건이었다가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시행되면서 100건대로 감소했는데 등교가 전면 재개된
지난해에는 다시 2019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다.
수치는 비슷하지만 3년 사이 교권침해 유형은 다소 달라진 양상이다.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침해 가운데 모욕·명예훼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학년도에 49.3%로 전체의 절반에 달했지만, 2022학년도에는 37.1%로
12%포인트 이상 줄었다. 이에 비해 상해·폭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5%에서 6.9%로 증가했다. 협박 역시 2019학년도 9.3%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1.9%로 그 비중이 늘었다. ‘정당한
교육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의 경우 비율이
18.5%에서 22.3%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6년간
초·중·고 교사 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취합한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 초등학교 교사가 57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 교사 28명, 중학교 교사 15명
순이었다. 지난해 초·중·고
전체 교사(44만명) 중 초등 교사가 44%로 가장 많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중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11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다.
법관 출신 자녀들이 많이 다닌다는 서울 서이초등학교 여교사의 죽음 역시 그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 수사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과중한 업무와 학부모들의 부당한 압력이 주요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서이초 앞에 놓인 수많은 화환이 교육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때 고3 수능생들의
선호학교였던 전국 6개 교육대학교가 이제는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신규 교사 채용 규모가 준 탓도 있지만 정시 합격선도 일제히 내려갔고 교대 지원률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미안하게도 ‘라떼는’ 선생님
말씀은 하늘과 같았다. 그만큼 높은 신뢰의 대상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선생님은 학부모들의 감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비단 학부모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담임교사를 폭행한 최근의 사건에서 보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학생들에 의해 폭행당하는 선생님들이 존재하는 게 슬픈 자화상이다.
현재 국회에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및 학생 폭언·폭행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및 법 제정에 관한 청원 ▲학교폭력법
개정 및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 보호에 관한 청원 ▲교사가 법적 공방에 휘말리기 전 진위를
점검하는 시스템 요구에 대한 청원 등이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에 회부된 상태다. 또한 ▲학교폭력 전문가 학교 배치와 교권 보호 범위 확대를 위한 법 개정에 관한 청원 ▲초·중·고교 교내 전체 CCTV 설치 의무화에 관한 청원 ▲초등학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즉시 분리시킬 수 있는 방법 마련에 관한 청원 등이 진행 중이다.
물론 법 제정만으로 현재의 교육환경이 바뀔 리는 만무하다. 비정상적인
교육 환경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교권침해는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어차피 바뀌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 고통에 대한 호소보다 외면과 회피를 선택해 왔다. 이러한 소극적인
행동이 한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중국 제나라 재상 관중이 <관자>라는 책에서 ‘곡식을 심는 것은 일년지계, 나무를 심는 것은 십년지계, 사람을 심는 것은 종신지계’라 했다. 그래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과연 현재의 교육으로 백 년의 큰 계획을 세울 수 있을 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때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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