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기사입력 2008-01-28 19:11 |최종수정2008-01-28 22:18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8일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당초의 \'영어 몰입교육\' 추진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비판 여론이 쏟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위가 체계적인 검증과 준비없이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가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수위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영어 몰입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지난 22일 \'대학입시 자율화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한 직후 "일반과목에도 영어수업을 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이주호 간사도 2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인수위에서) 영어 몰입교육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농어촌 학교 중심으로 시범실시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 몰입교육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내세웠던 공약이다. 이당선인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 영어과목 이외에도 영어로 수업하는 과목 비중을 높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당선인은 사교육비 절감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주체들 사이에서는 \'사교육비가 현재보다 훨씬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인수위 내부에서도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이날 오전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 "왜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되느냐" "과연 사교육비 부담이 벗어지느냐" "영어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는 등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또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치르는 2013학년도 대입부터 도입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을 두고도 한 발 물러섰다. 당초 인수위는 2013학년도 대입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외국어영역을 폐지하는 대신에 한국형 토플·토익과 같은 영어 인증시험을 도입해 듣기·읽기·말하기·쓰기 등의 모든 영역을 평가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날 이동관 대변인은 "2013학년도부터는 듣기, 읽기부터 시작해 점차 평가영역을 늘려갈 방침이며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등 네가지 영역을 다 평가하는 것은 이르면 2015학년도 입시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2013학년도 입시에서의 영어 시험은 현재의 수능 외국어영역과 유사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인수위는 2010학년도부터 전국 모든 고교에서 영어과목이 영어로 수업되는 것과 관련, \'영어전용교사(TEE)\' 자격증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인수위는 국내외 영어교육과정 이수자, 영어권 국가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영어에 능통한 대학생·주부·해외유학생·공익근무요원 등을 채용해 영어수업 현장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선근형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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