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의 차량 도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0년부터 미국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차량 절도 범죄는 엔진 이모빌라이저(도난 방지 기술)가 탑재되지 않은 2022년형 이전 모델을 대상으로 유행처럼 번졌다.
해당 차들은 USB 충전 케이블만으로 시동을 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탈취 방법을 담은 영상이 틱톡 등 SNS를 통해 퍼지면서 어린 10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범죄를 벌이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무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실시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국의 여러 도시는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글 김현일 기자
“훔치기 쉬운 차 팔았다” 징벌적 손해배상 요구 포함
현지 시각으로 지난 6일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시가 훔치기 쉬운 차량을 판매한 과실로 공적 불법 방해를 저질렀다며 현대차와 기아를 고소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장은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출됐으며, 소장에는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탑재하지 않은 것은 자동차 제조업체 중에서도 흔치 않은 경우다”라는 비판이 담겼다.
뉴욕시는 해당 사안이 차량 절도와 범죄 행위, 난폭 운전 및 공공 피해의 수문을 개방했고 틱톡 비디오를 통해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볼티모어와 클리블랜드, 밀워키, 샌디에이고, 시애틀 등 여러 지자체가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뉴욕시가 제출한 소장에는 불특정 보상 및 징벌적 손해배상 요구가 포함됐다.
현대·기아만 늘었다는 뉴욕시 관련 조치 취하고 있다는 사측
뉴욕시는 현대·기아 차량 도난 접수 건이 지난해 2배 증가했고, 이어 올해 4월까지는 총 97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배가량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와 대조적으로, BMW와 포드,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닛산, 토요타 차량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올해 들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장 접수에 대해 현대차 미국 법인은 성명을 내고 “2021년 11월부로 모든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적용했고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조치를 취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아 미국 법인도 도난 방지 노력을 언급하며 뉴욕시 집행부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극 조치 촉구하는 지자체 집단 소송엔 보상 합의
앞선 2월, 현대차와 기아는 엔진 이모빌라이저 미장착 차량 약 830만 대를 대상으로 무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티어링 휠 잠금장치를 무료로 배포하는 등 조치가 진행되고 있지만,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왔다.
이에 더해, 지난달 현대차그룹은 집단소송을 제기한 차량 도난 사건 피해자들과 2억 달러(한화 약 2,605억 원) 규모 합의안을 도출했다. 해당 합의는 보험처리가 불가능한 피해에 대한 현금 지급 형태로 진행되며 현대차 측은 고객 차량의 보안을 지원하기 위해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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