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고객 인도가 시작된 기아 신차 EV9이 연일 화제를 모은다. 국고 보조금을 적용한 실구매 가격부터 디자인, 옵션 등 여러 부분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와중에 출력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EV9에는 99.8kWh 용량의 단일 배터리 팩이 탑재되지만 파워트레인은 싱글 모터 후륜구동 및 듀얼 모터 사륜구동으로 나뉜다. 싱글 모터 사양은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수치상으로는 충분해 보일 수 있으나 2.4톤에 달하는 공차중량을 고려하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글 이정현 기자
최대 토크에 주목해야 실제 가속 성능은 충분
우선 전기차의 토크 특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최대 토크를 발휘하려면 엔진 회전수를 일정 수준 이상 올려야 하는 내연기관 차와 달리 전기차는 출발하는 순간부터 최대 토크를 낼 수 있다. 여기에 다단 변속기를 사용하지 않고 단일 기어비가 적용되는 만큼 어느 주행 속도에서든 균일한 토크를 사용할 수 있다.
체급이 비슷한 내연기관 모델 팰리세이드 2.2 디젤 사양과 비교해 보자. 이 차는 최고 출력 202마력, 최대 토크 45.0kg.m를 발휘한다. 최고 출력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최대 토크가 EV9 싱글 모터 사양보다 9.3kg 우세하다. 공차중량은 휠 사이즈 및 시트 구성에 따라 1,970~2,065kg으로 EV9보다 400kg가량 가볍다. 모든 면에서 팰리세이드가 유리해 보이지만 0-100km/h 가속 시간은 별 차이가 없다. EV9 싱글 모터 사양은 9.4초가 소요되나 팰리세이드는 10초 초반으로 오히려 소폭 뒤처진다.
수입차와 비교해 보니 폭스바겐, 아우디도 비슷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과거에 판매됐던 SUV 중 EV9과 비슷한 중량에 절반 수준의 최고 출력을 내는 모델도 존재했다. 기아 쏘렌토 1세대는 2.5L 디젤 후륜구동 자동변속기 사양 기준 공차 중량이 2,345kg에 달했다. 최고 출력은 145마력, 최대 토크는 33.0kg.m로 출력만 놓고 보면 현행 소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풍부한 초반 토크 덕분에 일상 주행에서의 가속 성능은 크게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아울러 현재 판매 중인 수입 전기차 중에서도 중량 대비 동력 성능이 EV9 싱글 모터 사양과 비슷한 모델이 다수 있다. 폭스바겐 ID.4는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31.6kg.m를 내는 싱글 모터를 얹었지만 공차 중량이 2,142kg에 달한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아우디 Q4 e-트론 역시 같은 성능의 모터를 얹었으며 중량은 2,160kg으로 소폭 무겁다. 메르세데스-벤츠 EQB는 2,110kg의 차체에 228마력, 39.8kg.m 토크를 내는 모터가 적용됐다.
패밀리카로 부족함 없어 합리적인 선택 될 수도
싱글 모터 구성의 아이오닉 6 스탠다드 트림은 최고 출력 150마력, 공차 중량 1,800kg이다. EV6 스탠다드 싱글 모터 사양은 170마력에 1,825kg이다. 1톤당 마력비로 환산하면 각각 83.3마력, 93.2마력으로 EV9 싱글 모터 사양의 84.8마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해당 차량은 카니발, 팰리세이드와 마찬가지로 패밀리카 수요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듀얼 모터 사양의 경우 시스템 총 출력 385마력, 최대 토크 61.2kg.m의 고성능을 내며 최고 출력 600마력 이상, 0-100km/h 가속 4초대의 EV9 GT 트림도 출시 예정이지만 비교적 저렴하고 주행 가능 거리가 긴 싱글 모터 사양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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