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 중 기자로부터 “중국 BYD의 차를 보셨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웃음을 터트렸다. BYD는 테슬라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비웃은 것이었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현재 그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1월 실적 발표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 업체가 어디냐”라는 질문에 “중국의 한 회사”라고 답했다. 업체 이름을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업계는 BYD를 말한 것으로 인지했다. 일론 머스크가 경각심을 느낀 대로 BYD는 근래 전기차 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BYD 주력 모델 씰(Seal)과 모델 3를 비교한 결과가 나와 주목받는다.
BYD 씰 vs 테슬라 모델 S BYD 씰의 독보적 장점은?
스위스 투자 은행 UBS의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최근 BYD 전기 세단 씰을 직접 구매해 분해, 분석한 후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 S와의 비교 자료를 발표했다. 이들은 BYD 씰에 대해 “적은 예산으로 모델 3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라며 “테슬라는 물론 다른 완성차 제조사들도 경계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BYD 씰은 여러 면에서 모델 3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상품성을 갖췄지만 판매 가격은 10~20% 저렴하다는 게 UBS의 설명이다. 분석가들은 모델 3와 대비되는 BYD 씰의 장점으로 더 넓은 실내 공간, 회전식 센터 디스플레이, 5G 연결성 등을 꼽았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열세 하지만 ‘셀 투 보디’가 상쇄
한편 전력 성능과 에너지 밀도, 이에 따른 에너지 소비 효율 및 충전 비용에서 BYD 씰은 테슬라에 비해 뒤처지지만 경쟁사들과 같은 방향으로 발전 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셀 투 보디(Cell to Body) 기술 덕에 승객석 내 레그룸을 넓게 확보할 수 있었으며, 성능 향상, 제조 비용 절감과 공기 역학적 설계 등 다양한 이점이 따랐다고 덧붙였다.
셀 투 보디는 배터리 팩과 차체를 일체형으로 설계하는 기술로, BYD의 특기이자 저렴한 전기차 가격의 비결이기도 하다. 분석가들은 BYD 씰을 두고 “탑승 공간의 바닥 카펫은 배터리 팩 바로 위에 있고, 배터리 팩 상단 커버가 승객석 바닥 역할을 겸하고 있다”라며 “철판 한 겹을 더 제거함으로써 경량화에 기여했다”라고 전했다.
가성비는 못 따라간다 미국 시장에선 어떨까?
또한 BYD는 완전 자율 주행 기술에 대해 과도한 투자를 피하는 대신 레벨 2 자율주행 수준의 주행 보조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BYD 씰의 적절한 사양 및 볼륨 수준 덕에 높은 가성비를 갖췄다는 게 UBS의 결론이다. 이들은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은 현재 미국이나 유럽 업체에 비해 전기차 가격 경쟁력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테슬라보다 넓은 라인업을 앞세워 대중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BYD 씰을 직접 분석해 보니 중국 완성차 업계가 글로벌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확신이 강해졌다”라면서도 “중국 전기차가 유럽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긴 했지만 미국에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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