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살 사람 다 샀다.”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 분위기를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이 문장이 적절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7만 8,977대로 전년도 대비 16% 증가했지만 증가율 자체는 크게 떨어졌다. 결국 공급이 수요를 역전했고 완성차 제조사들은 부랴부랴 전기차 할인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전기차 보조금이 남아돌자 환경부는 보조금 추가 지급이라는 전례 없는 카드를 빼 들었다. 이에 신규 구매자는 이득을 보겠지만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 시세가 급락해 기존 구매자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팔라지는 시세 하락 폭 테슬라 모델 3는 -5.2%
국내 중고차 거래 플랫폼 기업 케이카(K Car)는 지난 12년간 국내에서 출시된 740여 개 모델을 대상으로 10월 시세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기차 시세가 전월 대비 평균 2.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는 소비재인 만큼 매월 시세가 감가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달 들어 전기차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지난 7월 하락 폭은 0.2%로 보합 수준이었으나 8월에는 0.9%, 9월에는 1.7%로 점점 넓어졌다. 주요 하락 모델을 살펴보면 테슬라 모델 3는 5.2%,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과 현대차 아이오닉 6는 각각 4.7%로 나타났다. 인기 수입 전기차 중 하나인 폴스타 2는 9.8%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내연기관은 시세 오르기도 보합세 유지한 모델도 많아
반면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내연기관 차량은 대부분 전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약보합세를 유지했다. 일부 차종은 수요 증가 등의 이유로 오히려 시세가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현대차는 아반떼 AD가 0.9%, 쏘나타 뉴라이즈가 2.1%, 더 뉴 싼타페가 0.3% 올랐다.
팰리세이드와 기아 레이, 카니발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수입차 역시 비슷한 현상이 확인되는데, BMW 5시리즈(G30)는 0.4%,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W205)와 E클래스(W213)는 각각 0.1%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BMW 3시리즈(F30)와 X5(F15), 메르세데스-벤츠 GLC클래스(X253), 포드 익스플로러(6세대)는 보합세다.
480만 원 추가 할인 시세 떨어질 수밖에
케이카는 전기차 시세 감소세의 요인으로 제조사와 정부 당국의 움직임을 지목했다. 불과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전기차는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았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고금리 및 보조금 축소로 점점 나빠지는 구매 여건, 충전 불편 등의 이유로 판매가 주춤한 상황이다. 최근 논의되는 자동차세 개편과 전기 요금 상승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고 정부는 할인이 적용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아 실구매가가 더욱 저렴해졌다. 한 예로 현대차는 이달 ‘EV 세일 페스타’를 통해 아이오닉 5와 6를 각각 400만 원 할인 중이다. 해당 차량을 구매하면 추가 국고 보조금 80만 원을 합해 총 480만 원의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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