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본 SUV 중 하나는 싼타페다. 싼타페는 현대차에서 2000년부터 생산하는 모노코크 타입 전륜구동 기반 SUV다. 모노코크는 프레임 보디 같은 별도의 구조체 없이 차체를 하나의 견고한 박스처럼 만들어 차량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프레임 대신 차체 전체가 지지구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간 확보에 유리하고, 가볍다. 연비도 향상될뿐더러 제작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
작년 7월 기존 싼타페 TM의 뒤를 이을 신작이 나왔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역대 싼타페 중 최초로 각진 디자인을 채택했다. 1세대부터 도심형 SUV의 형태를 표방했고, 둥글고 묵직한 근육질 몸매가 싼타페의 DNA였다. 새로운 만큼 부작용도 있었다. 싼타페 디자인을 두고 극심한 호불호가 갈렸는데, 어떤 부분이 이슈가 되었는지 알아보자.
잘 닦아온 디자인 단숨에 바꿔버려
먼저 싼타페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문제다. 싼타페는 자그마치 20여 년 동안 역사를 써 내려온 자동차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물론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또 ‘죽음의 레이스’로 유명한 다카르 랠리에 참가하기도 했다.
싼타페는 꾸준히 둥글고 우락부락한 디자인을 고수해 왔다. 현대차의 대다수 차량이 직선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긴 하지만, 싼타페가 쌓아 올린 디자인 큐를 단숨에 지운 행보는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잘 쌓아온 헤리티지가 과감한 시도로 사라진 점이 아쉽다.
중형 SUV가 이렇게 커? ‘벌크업’ 성공한 싼타페
파격적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번 싼타페는 커졌다. 전작 대비 상당히 몸집을 키웠다. 현행 싼타페의 전장은 4,830mm, 전폭은 1,900mm, 전고는 1,720mm, 휠 베이스는 2,815mm다. 대중적인 중형 SUV치고는 상당히 큰 수치다. 지면과 수평으로 길게 뻗은 루프 라인 때문에 트렁크 공간은 넉넉하다. 쿠페형 SUV처럼 뒤통수를 바짝 깎지 않아서 테일 게이트 크기 역시 상당하다.
루프 라인이 쭉 뻗어 박스 형태를 띠는 차량들 중 ‘클램 셸 테일 게이트’를 채택한 경우가 더러 있다. 싼타페는 왜 클램 셸 게이트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4세대, 그리고 BMW의 X5와 X7처럼 말이다. 디스커버리 4와 디펜더 2세대가 훌륭한 선례를 남겼는데, 답습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메르세데스-벤츠세요? 램프 곳곳에 현대 ‘H’
아쉬우면서도 의아한 점은 알파벳‘H’를 여기저기 붙여둔 것이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현대차의 ‘H’를 형상화한 점이 두드러진다. 차량 디자인만큼 파격적인 램프 디자인은 당황스럽다. 제조사의 로고를 램프에 강조한 것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닮아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벤츠와 현대의 이미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벤츠를 구매할 때 기대하는 것과 벤츠의 로고가 주는 사회적 기의는 분명하다. 벤츠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무엇보다 벤츠임을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현대 싼타페는 다르다. 싼타페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현대임을 굳이 나타내고 싶지는 않다. 벤츠 소비자와 기대하는 바 역시 다르다. 무작정 램프에 로고를 삽입하는 방법은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늘 그렇듯 소비자는 둔감해진다. 명석한 현대차 디자인 팀은 분명 이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음 싼타페에게는 ‘완숙한 혁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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