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와 동물 복지 문제로 모든 생활 반경에서 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자동차 옵션 품목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간 익숙히 해왔던 소비가 기후 변화와 동물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고, 결국 특정 분야에서는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자동차 시트에는 보통 가죽이나 직물 등이 적용된다. 가죽 시트는 인조 가죽과 천연 가죽으로 나누어지는데, 천연 가죽은 여전히 일부 차종에서는 고급 옵션 사양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완성차 업계는 천연 가죽 시트를 대체할 친환경 소재를 적극적으로 도입 중이다.
요즘 대세라는 비건 가죽 파인애플, 선인장이 재료
지난 2021년, 스웨덴의 자동차 제조사 볼보는 천연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레더 프리’ 전략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동물 복지’다. 볼보는 이때부터 출시하는 신차에 숲에서 얻은 바이오 기반 소재나 페트병, 심지어 코르크 마개를 재사용한 직물까지 도입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재활용 소재 외에도 천연 가죽 대체재로 ‘비건 가죽’이 떠오르고 있다. 비건 가죽은 동물성 재료 대신 식물성 원료나 합성 소재로 만들어진다. 대표적으로 파인애플이나 선인장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섬유를 이용해 생산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비건 가죽은 의외로 부드럽고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고급 감성까지 챙겼다 생각보다 관리도 쉬워
어떻게 식물을 가죽처럼 탈바꿈할까? 먼저 파인애플 가죽은 남는 파인애플 잎을 활용해 만들어지며, 선인장 가죽은 물 사용이 거의 없는 선인장을 재배해 생산된다. 이러한 비건 가죽들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건 물론, 고급스러운 감성 품질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이러한 장점을 앞세워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부터 대중적인 자동차 제조사까지 다양한 곳에서 채택하고 있다.
또한 재활용 플라스틱도 가죽을 대체하는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폐기 처리된 페트병이나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갈아내고, 녹인 후 불순물을 걸러내 섬유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활용 플라스틱 직물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청소 및 관리가 용이해 자동차 시트 소재로 인기가 많다.
천연 가죽은 구시대적? 국내에선 여전히 선호
이러한 대체 소재는 자동차 시트뿐만 아니라, 차량의 스티어링 휠이나 매트 등 다양한 자동차 내장재에 활용되고 있다. 기아 EV9의 경우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폴리우레탄을 시트 소재로 활용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러한 친환경 내장재 적용은 EV9 외에도 여러 전기차로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 많은 소비자가 천연 가죽 시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물 시트나 인조 가죽 시트는 하위 사양이며, 천연 가죽이야말로 고급차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랫동안 굳어져 온 인식에서 비롯된 막연한 경계일 수도 있는 만큼 시간이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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