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먹고 운전하다 마주 보던 차량과 추돌하고는 후속 조치 없이 사고 장소를 떠나버린 그 사건을 기억하는가? 바로 지난 5월에 발생한 가수 김호중 음주 뻉소니 사고다. 이 사고에서 사건 가해자는 현행법을 피해 가려는 여러 가지 꼼수를 사용했다. 도주한 것도 모자라 시간을 두고 술을 마셔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법은 항상 틈이 있기 마련이고, 우리 사회보다 한 발짝은 느리기에, 이 방법은 통했다. 약 3개월이 지난 8월 19일 2차 공판까지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가수 김호중의 방법이 통한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와 비슷한 모방범죄가 끊이질 않았다. 이를 방지하고자 국회의원들이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추가 음주를 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시행 전부터 고난이었지만 결국 전체 회의 넘겨졌다
많은 국민들, 특히 음주 운전 사고로 피해를 본 시민들이 해당 개정안에 찬성했지만, 이 개정안은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일부의 김호중 팬들이 해당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의 블로그에 찾아 “김호중 이름 안 빼면 낙선운동 하겠다.”, “엄연한 인권 침해”라는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인 것이다. 또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도 수많은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24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술 타기 방지법’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해 전체 회의로 넘겼다. 해당 개정안에는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터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이를 위반하면 음주측정 거부와 동일한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처해진다. 이는 자동차 운전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자전거 및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자에게도 같은 처벌이 이루어진다.
안 지키면 무슨 소용인가 관리자도 준비 안 하는 법
최근 음주 관련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가운데, 새로운 개정안의 전체 회의 상정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법이 만들어졌지만, 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시야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를 막고자 시행된 지정차로제는 간소화되긴 했지만 2000년부터 시행된 법이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 대전 충남본부와 충남경찰서가 지난 8월 충남 지역 고속도로를 단속한 결과 총 54건의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했고, 그중 32건이 지정차로 위반이었다.
오래된 법안이라 안일해졌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경사진 곳에 주차된 차량을 규정하는, 이른바 ‘하준이법’을 통과시켰다. 그 법은 2020년 6월 시행되었고 법에 따라 경사진 주차장에서는 반드시 고임목 등 미끄럼 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시행 4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상당수의 운전자는 경사면 주차 시 고임목 등으로 바퀴를 고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개인이 고임목을 소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주차 관리자도 고정 장치를 구비하지 않았으며, 경사면 안내판조차 없는 곳도 많았다. 이처럼 좋은 취지로 법을 제정해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일이 다 확인 못 한다 이미 허점 드러난 듯 해
법 제정은 단순히 법률 항목에 한 줄 더 넣는 것이 아니다. 벌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처벌이 가해져야 비로소 법 제정의 의의가 생기는 것이다. 위 법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데에는 단속과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모든 법이 그렇겠지만 현장에서 적발이 돼야 하는데, 적발하는 주체인 공무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에 전체 회의로 넘겨진 ‘술 타기 방지법’ 또한 음주로 의심되는 차량을 적발하고 그 운전자가 음주 측정을 방해하고자 술을 다시 마시는 것을 적발해야만 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개정안 소식에도 네티즌들은 “법만 고치면 뭐 하냐? 허술해서 돌아서면 무죄라는데”, “차를 두고 도망가면? 술 타기만 처벌하면 어떡하자는 거냐?”라며 개정안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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