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하이브리드 역사의 시작점이자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프리우스. 1997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등장한 프리우스는 지난 5세대에 걸쳐 전 세계에서 올린 판매 실적이 600만 대에 육박한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전체 판매량 2천만 대 가운데 1/3에 가까운 비중이다.
2022년 출시된 5세대 모델은 한층 세련된 디자인과 강력한 주행 성능으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일본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 시장에서도 프리우스를 따라잡는 경쟁 모델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프리우스가 유독 저평가되는 시장이 있어서 주목받는다. 바로 한국이다. 해당 국가에서는 프리우스의 인기가 낮은 수준을 넘어 부정적인 평가가 만연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한국에서 일본차 판매 증가세 프리우스 판매량은 세 자릿수
최근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1~8월 한국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 차량은 23만 4,734대로 전년 동기(19만 8,174대) 대비 18.4%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강세인 일본 브랜드 판매량도 덩달아 올랐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 브랜드의 누적 판매량은 1만 6,913대로 전년 동기(1만 5,171대) 대비 11.5% 증가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대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우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올해 1~8월 판매된 프리우스는 625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기아 소형 크로스오버 하이브리드 ‘니로’는 9,575대 판매됐다. 한국에서 유독 프리우스에 관심이 없는 이유 중 하나로는 ‘디자인’이 꼽힌다. 기존 4세대 모델의 못생긴 디자인이 상당한 여파를 미쳤으며, 미래지향적인 외모의 5세대도 한국인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유다.
디자인 평가부터 부정적 가격은 100만 엔 더 비싸
프리우스는 예전부터 보닛과 윈드실드의 각도를 비슷하게 눕힌 디자인이 적용돼 왔다. 이는 전면부의 공기 저항을 균일화하고 결과적으로 연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존재한다. 유려한 패스트백 루프 라인이 적용된 후면부 역시 프리우스의 대표적인 디자인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끝부분이 낮게 떨어지는 프리우스의 전면부에 불호 반응이 강한 것으로 확인된다. SUV는 물론 세단조차 전면부 볼륨을 키워야 인기를 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다른 이유로는 비싼 가격이 꼽힌다. 동급 한국차와 프리우스의 가격 차이가 커서 비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프리우스의 한국 가격은 3,990만 원(약 436만 3,400엔)부터 시작한다. 같은 체급의 기아 니로는 2,757만 원(약 301만 5,600엔),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는 2,959만 원(약 323만 5,900엔),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2,485만 원(약 271만 7,600엔)부터다. 최소 100만 엔 이상의 격차가 벌어지는 셈이다.
연비도 경쟁 모델과 비슷해 신뢰도는 우선순위 아니야
한국에서 판매되는 프리우스의 사양 구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LE, XLE 등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되는데, 두 트림의 사양 차이가 크다. 한 가지 예로 하위 트림인 LE에는 직물 시트가 적용된다. 직물 시트는 열선, 통풍, 전동 조절 기능이 모두 빠져 있다. 이 중 한 가지 기능이라도 원한다면 XLE 트림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프리우스 XLT 트림의 한국 가격은 4,370만 원(약 477만 7,300엔)으로 약 40만 엔을 더 써야 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스펙에서 중요한 연비도 한국에선 경쟁 모델에 밀린다. 프리우스의 한국 연비는 20.9km/L로 기아 니로(20.8km/L)와 큰 차이가 없으며,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21.1km/L)보다 낮다. 합산 출력을 비롯한 동력 성능은 프리우스가 우위에 있지만 판매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높은 품질 수준에서 오는 신뢰성과 내구성,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는 프리우스가 우위에 있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된 문제들은 한국인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어떤 것을 더욱 중요시 여기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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