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2월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서 공개한 고체연료 추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뉴스1
북한이 지난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고체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6기 가량의 ICBM을 등장시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역대 최대 12기의 ICBM 등장했던 북한군 75주년 열병식
먼저 북 열병식에 등장한 ICBM을 살펴보지요. 가장 관심을 끈 것 중의 하나는 ‘괴물 미사일’로 알려진 화성-17형의 대거 등장입니다. 지금까지 화성-17형은 4~6기 정도가 북 열병식에 등장했었는데요, 이번엔 총 12기가 등장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과거에 비해 2~3배나 많은 규모입니다.
당초 11기로 알려져 있었는데 열병식 대열에 포함되지 않은 1기가 추가로 식별됐습니다. 열병식중 혹시 고장나는 게 생길 가능성에 대비한 ‘예비용’으로 보입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북한은 ‘무결점’ 열병식을 위해 예비 차량을 동원한다”며 “지난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공개 보도에서도 예비 차량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 대거 등장한 '화성-17형' ICBM./뉴스1
이번에 등장한 화성-17형 이동식 발사대의 숫자(번호)도 흥미로운 대목인데요, 321, 361 등이 식별됐습니다. 만약 숫자를 건너뛰지 않고 연속해서 번호를 붙였다면 화성-17형 이동식발사대를 무려 41기 이상이나 보유했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하지만 이는 상식적으로 너무 많은 숫자이기에 기만 등의 목적으로 숫자를 건너뛰어 붙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 북한제 대형 이동식 발사대의 놀라운 진화
화성-17형 이동식 발사대는 바퀴가 무려 22개나 달린, 세계에서 가장 큰 ICBM 이동식 발사대로 그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런 발사대를 대북 제재 국면에서 40기 이상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열병식에 등장한 12기라는 숫자만 해도 대단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열병식에 모든 발사대(발사차량)를 등장시키진 않았을 것이므로 북한은 12기 이상의 화성-17형 이동식 발사대를 이미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화성-17형 대열은 지난해 11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321′호가 맨 앞에 서고 그 뒤를 2대씩 5열로 이동을 했습니다.
신형 고체연료 추정 ICBM 이동식 발사대도 지난 2017년 첫 등장했을 때에 비해 바퀴가 2개 늘고 커졌습니다. 2017년엔 8축(바퀴 16개)이었는데 이번에 9축(바퀴 18개)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이번엔 5기가 등장했지만 향후 시험발사 뒤 추가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대형 이동식 발사대 제작 기술에 대해 한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10여년 전인 2012년4월 김일성 100회 생일 열병식에서 중국제 이동식 발사대에 실린 KN-08 ICBM이 처음으로 공개됐었습니다. KN-08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대는 중국에서 밀수입한 것으로 바퀴가 16개(8축) 달린 차량이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00mm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초대형 방사포가 30문이나 한꺼번에 북한군에 인도됐다. /뉴시스
북한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중국제 이동식 발사대 추가수입이 불가능해져 ICBM 전력 증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었는데요, 이런 전망은 중국제를 능가하는 9축, 11축 북한제 대형 발사차량이 속속 등장하면서 안타깝게도 ‘무참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이번 열병식에 참가한 북 321호 화성-17형 발사대는 몇차례 시험발사에서 화성-17형의 엄청난 화염을 견뎌내 성능이 향상됐음을 과시하기도 했지요.
◇ 남한 겨냥 전술핵무기, 이동식 발사대도 빠른 속도로 증가
화성-17형의 대거 등장은 ICBM를 포함해 북한의 핵무기 및 이동식 발사대 양산이 한미 정보당국의 예상보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초 김정은이 20기 이상의 화성-12형 중거리 미사일 1단 로켓과 탄두(彈頭)들을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화성-12형은 최대 사거리 5000㎞로 미 아태 전략 요충지인 괌을 충분히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입니다.
우리(남한)를 겨냥하는 전술핵무기 숫자도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2~3년간 북 열병식에선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KN-23미사일을 비롯, 600㎜ 초대형 방사포도 많은 숫자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세계 최대 구경의 방사포로 불리는 600㎜ 초대형 방사포를 지난달 30문이나 북한군에 인도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엔 김정은도 참석해 “오늘 군수노동계급이 당과 혁명에 증정한 저 무장장비는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으로 해 우리 무력의 핵심적인 공격형 무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북 주장대로 전술핵탄두를 탑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최대 사거리 400㎞로 남한 전역을 사정권을 넣을 수 있고 유사시 KN-23과 함께 ‘섞어쏘기’로 우리 전략무기 F-35 스텔스기 등이 배치된 청주기지 등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 대형 정찰위성만으로는 대북감시 공백 2시간에 달해
몇 년 전까지 한미 군당국이 추정한 북한의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는 100여기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초대형 방사포까지 포함하면 북 이동식 발사대는 이미 150기를 넘었고 200기가 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는 한국형 3축체계의 하나인 ‘킬 체인’과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추적 감시대상인 이동식 발사대가 크게 늘어났음을 의미합니다.
미 정찰위성 외에 우리 독자적인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요, 위성분야 핵심은 425사업으로 불리는 대형위성 도입사업입니다. 1조2000여억원의 예산으로 전천후로 감시할 수 있는 SAR 위성(레이더 위성) 4기와 전자광학 위성(EO 위성) 1기로 구성됩니다. 당초 계획보다 지연돼 2024~2025년쯤에야 위성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5기의 위성이 올라가더라도 북한을 감시하는 간격(방문주기)이 2시간에 달합니다. 그 사이에 북 이동식발사대가 미사일을 쏘고 내빼면 탐지·타격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지요.
북한은 1월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며 김정은과 딸 김주애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둘러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 등장한 화성-12형 1단 로켓은 20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그래서 정부와 군 당국은 다수의 SAR 초소형 정찰위성들을 띄워 북 감시의 갭(Gap)을 30분 가량으로 줄이는 계획을 추진중입니다. 지난 9일 대전에서 초소형 위성체계의 효율적·체계적 개발을 위한 ‘초소형위성체계 개발회의’가 열린 것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1조4223억원을 투입해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다부처 협력사업으로 추진한다고 합니다.
◇ “대북감시 공백 메우기 위해 선진국 정부,업체와의 협력방안도 필요”
다행스런 일인데요, 문제는 이 계획이 현실화하기 전까지 몇 년간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더 고도화하기 전에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유럽 등 선진국 정부 및 업체와의 협력 등 지혜로운 방법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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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용원의 군사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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