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찾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외래 진료 대기 공간. 빈 의자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대거 이탈한 지 일주일째를 맞은 26일 병원의 업무가 늦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평소 같으면 젊은 인턴이나 전공의들이 대기하면서 할 일이 고스란히 전임의와 교수의 몫이 된 여파다. 병원도 수술 일정을 미리 조정하고 전문의나 교수 등 가용 의료인력을 추가 배치해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전공의 업무 맡은 '전문의·교수'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외래 진료 대기 공간에 지난주와 달리 환자의 숫자가 적었다.
서울대병원 외래병동에서 환자들의 진료접수를 돕는 관계자 A씨는 "평소 같으면 쉴 새 없이 진료 접수를 도와야 하는데, 지금은 꽤 한산하다"며 "최근 1주일 사이 환자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밝혔다.
환자가 줄었음에도 진료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골다공증 치료를 위해 서울대학교병원을 1달에 1번꼴로 온다는 차모씨(81)은 "평소보다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진료 대기는 평소의 배 이상 더 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공의 사직의 여파로 전임의와 교수가 접수부터 진단까지 모든 과정에 투입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
한 병원 관계자 B씨는 "정부에서도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의료인력이 부족한 만큼, 응급도와 중증도를 고려해 진료하라고 했다"며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외래진료 인원이 조정됐고 의사 1명당 진료하는 환자의 수가 줄어 들었다"고 언급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소방 당국도 응급실 '전화 뺑뺑이'를 돌리는 모습이다. 즉각적인 대응이 안되는 응급실이 존재하는 만큼 사전에 병원 상황을 확인하지 않으면 진료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상대적으로 의료인력의 여유가 있는 중소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주요 병원과 중소병원 모두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공의만 빠졌는데 또 '위기'
대형병원이 지나치게 전공의에 의존해 운영돼온 현상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모두 일컫는 '전공의'는 6년간의 의대 예과·본과 과정을 거쳐서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는 실습교육생을 말한다.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의 전공의는 2745명으로, 전체 의사(7042명)의 40% 수준이다.
대형병원이 전공의를 선호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전협의 같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의 월평균 임금은 397만9000원으로,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77.7시간인 것을 고려하면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에 그친다.
강민구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2015년에 전공의특별법이 도입되면서 주 80시간으로 근로시간은 제한됐으나 사실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며 "또 전공의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가까울 정도로 낮다 보니 병원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입원 환자 담당, 응급실, 기타 여러 가지 행정 처리나 업무를 전공의에게 모두 의존하는 체계가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의료계에선 수가 개선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전문가 A씨는 "전공의를 전문의로 대체하려면 수가가 더 높아져야 한다"며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력들을 쓰려고 할 텐데 정부에서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이 있어야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의 비중이 많아지면 당연히 많은 보상이 필요하고, 결국 수가가 높아져 국민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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