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밀폐된 방 안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질식으로 죽는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던 이야기다. 당시엔 선풍기 바람으로 산소 농도가 바뀌거나, 일시적으로 얼굴 근처가 진공 상태가 되거나,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한다는 해석들이 나왔다. 물론 이것들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지금은 선풍기 괴담을 믿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일부 나이드신 분들은 아직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곤 하신다.
예전엔 일본에서도 이 이야기가 떠돌았다고는 하는데, 최근까지 이를 믿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에 해외에서도 '한국인들이 믿는 선풍기 괴담' 이라며 화제거리로 떠오르기도 했는데, 임팩트가 워낙 커서인지 게임에서도 이런 사례들이 다수 소개되고 있다. 오늘은 게임 속에서 소개되거나 연출된 선풍기 괴담들을 한데 모아보았다.
TOP 5. 심과 선풍기를 방 안에 같이 놔두면 낮은 확률로 사망한다
선풍기 사망설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검증하기 위해, 인생 시뮬레이터 심즈 시리즈의 힘을 빌어보자. 최신작(이라고는 하지만 벌써 9년 된 게임)인 4편 기준으로, 창문이 없거나 닫혀 있는 방에 심과 침대, 그리고 선풍기를 놓는다. 선풍기가 없다고? 모드를 뒤지면 천장에 달린 선풍기건, 테이블 위에 놓는 미니 선풍기건, 스탠드형이건 원하는 대로 골라잡을 수 있다.
그렇게 심과 선풍기를 같은 방에 놓고 계속해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요단강을 건넌 심을 만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자연사, 돌연사, 울화통, 창피함 등으로 인해 죽은 것이라 말하겠지만, 이쯤에서 선풍기를 가리키며 '이 방에는 선풍기가 있었어! 선풍기가 심을 죽인 것이 분명해!'라고 답해 주면 된다. 사실 이것이 선풍기 괴담의 진실이다.
TOP 4. 죽은 넷러너 근처에는 항상 팬이 돌아가고 있었다
사이버펑크 2077에는 넷러너라는 존재가 있다. 현대사회 해커의 발전형 같은 이들은 신체의 모든 신경을 컴퓨터처럼 사용하기에 몸에서 엄청난 열이 발생하고, 이를 식히기 위해 넷러너 수트와 전용 체어, 혹은 얼음물 욕조 등으로 몸을 식힌다. 물론 넷러닝을 도와주는 컴퓨터나 모니터 등 다양한 장비도 함께 하는데, 이를 식히기 위한 거대 쿨링팬 등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와카코가 총애하는 넷러너 남창훈이나, 부두 보이즈의 넷러너 집단 등을 보면 이러한 쿨링팬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이버펑크 2077 세계에서는 이러한 넷러너들이 온 몸의 신경이 바싹 타들어가 죽은 채로 발견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리고 그들 옆에는 어김없이 냉각용 팬, 즉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과연 이것이 우연일까? 게다가 BD(브레인댄스)를 즐기다 심장마비 등으로 죽은 사람들 옆에도 아래 사진처럼 선풍기가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 2077년 나이트 시티 경찰(NCPD)에 한국인 경관이 있었다면, 선풍기로 인한 사망이라고 보고됐을지도 모르겠다.
TOP 3. FAN(선풍기)파가 사람을 잠재우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휩노스 병
모바일게임 라스트 오리진의 세계는 철충의 습격으로 인류가 멸망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사실 철충의 습격 후에도 인류 저항군은 어느 정도 살아남아 있었는데, 이들을 3년 만에 절멸시킨 것이 있었으니 바로 휩노스 병이라는 수수께끼의 병이다. 처음에는 전염병으로 생각했지만, 실은 우주에서 쏘아져 온 미지의 전파인 FAN파가 인간의 중추신경을 손상시켜 점차 사망에 이르게 하는 증후군에 가깝다.
이 병을 자세히 뜯어보면, 놀랍게도 선풍기 괴담과 맞아떨어진다. 전파의 이름이 FAN(선풍기)파라는 점이나, 이것에 노출된 인간이 점차 수면시간이 늘어나다가 일정 시간 후 심장마비로 죽는다는 점 등이다. 게임 내에서는 이 병을 극복하기 위해 중추 신경을 중금속으로 감싸거나 전자 신경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만약 이것이 정말 선풍기 괴담과 같다면 문을 열고 잘 경우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TOP 2. 라디오 타워에서 방송이 들린다... 선풍기를 켜놓은 채 자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어리고 서툰 느낌의 소녀 라라 크로프트가 베테랑 여전사(일부 적들은 '저 미친 여자'라고 부르지만)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2013년작 리부트 툼 레이더. 게임의 무대는 전설로만 전해지는 일본 남부의 고대 왕국 '야마타이'인데, 위치 상 한국과 아주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임 내 라디오 타워에서 주파수를 잘 맞추면 한국 라디오 뉴스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툼 레이더 자체가 한국어 음성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갑자기 한국어로 나오는 방송을 들으면 상당히 반갑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 내용이 "선풍기를 켜놓은 채로 잠을 자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많이 일어났습니다"다. 현대 게이머들에겐 이런 괴담을 뉴스에서 방송하는 게 말이 되는가 싶지만, 실제로 90년대만 해도 TV와 신문 등 주요 언론에서 해당 내용을 사실인 듯 몇 차례에 걸쳐 보도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기막힌 현실고증인 셈이다.
TOP 1. 공기 성분을 바꿔 사람을 질식사 시키는 선풍기의 존재, 확인되었다
레메디의 SCP 재단 소재 게임인 컨트롤. 주인공이 속해 있는 연방통제국 FBC는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다양한 초자연 현상을 억제하고 연구하고 관리하는 것이 메인이다 보니, 수많은 미스터리에 대해 연구한 파일들이 쌓여 있다. 그 중 한국인들의 눈에 유독 눈에 띄는 서류가 하나 있으니, 바로 선풍기 괴담 파일이다.
AI3-KE라는 파일에는 공기 성분을 바꿔 사람을 질식하게 만드는 오실레이터 브랜드의 전기선풍기가 소개된다. 해당 아이템은 공기 중 산소를 즉각적으로 제거하며, 실제로 한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수사관이 해당 괴담을 실험하기 위해 방에 선풍기와 사람을 넣고 재웠더니 실제로 질식사 했다고... 근데 공기 성분을 바꿀 정도의 파워로 돌아가는 선풍기면 공기 성분보다 풍압이나 열 등 다른 쪽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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