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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젊은 게이머들은 안 쓰는 게임용어 TOP 5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18 18:58:55
조회 2640 추천 0 댓글 4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중반. 국내 게임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PC 온라인게임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게임용어가 생겨났다. 전세대 채팅용어가 그랬듯, 길어서 쓰기 불편한 말들을 줄인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외국 게임의 용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특정 밈이 그대로 자리잡은 경우도 있다. 그 중 일부는 단순히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상 속으로 침투한 경우도 있다. GG, 갓겜, 발적화, 버프, 파밍, 존버 등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일부 게임용어는 시대 변화에 따라 유행성을 급격히 잃고 사어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옛날엔 이 단어들을 쓰는 것만으로도 '신세대' 취급 받던 시기가 있었으나, 요즘 젊은이들은 더이상 쓰지 않는다. 1004, 0404, 1010235 같은 삐삐용어부터, 캡짱, 띵까다, 하이루, 방가방가, 안습 등 흘러간 과거 유행어들같이 말이다. 실제로 이 단어들의 연령별 검색 추이를 보면 10~20대는 거의 쓰지 않는 반면 40대 이상으로 갈수록 검색 빈도가 급격히 늘어난다. 바로 아래에 소개할 단어들이다.

TOP 5. 버로우

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가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으며 여기서 파생된 용어들이 전방위로 확산됐다. 대표적으로 '좋은 게임이었다'를 표현하는 GG, 뭔가를 가져다 바친다는 X셔틀, 쇼미더머니 같은 이들로, 2024년 현재 게임계를 넘어 일상 생활에서까지 쓰일 정도로 널리 보급됐다. 그러나 그 중에선 얼마 안 가서 생명력을 잃어버린 용어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버로우'다.

버로우는 저그 유닛 일부가 땅 속에 숨어 모습을 감추는 기술이다. 스타크래프트 2에서는 '잠복'으로 번역됐으나, 이는 유행을 타지 못했다. 이는 얼마 안 가 '숨다', '대기하라', '자취를 감추다'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 되어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유행이 지나고, 이 게임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들이 청소년과 성인 게이머들이 됐다. 게다가 버로우에서 파생된 '존버' 라는 단어가 새롭게 등장해 주식이나 코인 붐을 타며 큰 인지도를 얻음에 따라 원래 단어는 잊혀지는 처지에 놓였다. 물론 '존버'와 '버로우'는 활용 사례가 많이 다르지만, 어쨌든 2024년 시점에서 젊은 게이머들은 버로우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버로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것이 바로 버로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4. 열렙·광렙

대다수 MMORPG들은 유저들의 진행 단계에 맞게 레벨 디자인을 한다. 그러다 보면 구간이나 지역 별로 난이도나 효율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죽치고 앉아 진득하게 성장할 수 있는 구간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 열심히 레벨업에 힘쓰고 있다. 혹은 막히는 구간 등에서 끈기를 가지고 사냥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풍경을 '열심히 레벨업한다'의 뜻을 담아 '열렙'이라 불렀고, 그 정도가 과도할 경우 빛 광(光), 혹은 미칠 광(狂)자를 붙여 '광렙'이라고도 표현했다. "이 게임은 70~75 구간이 열렙구간이다", "광렙 중이므로 말 걸지 마시오" 같은 식으로 사용한다.

최근 MMORPG들에서는 이런 일들이 잘 없다. 애초에 게이머들이 진득하게 앉아 열렙을 하는 시대가 지났다. 빠르면 며칠 만에 '만렙'을 찍고서 추가 성장을 하거나, 자동 사냥을 돌려 놓으면 알아서 성장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점핑 캐릭터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뭐가 더 좋고 나쁜지는 취향 차이겠지만,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서 열렙과 광렙이라는 용어는 점점 잊혀졌다. 신작 위주로 즐겨 온 젊은 MMORPG 유저들은 이러한 단어가 왜 생겼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 과거 라이코스나 야후, 엠파스 검색창에 '광렙구간', '열렙방법' 등을 쳐 왔던 올드 게이머들은 서글퍼진다.

과거엔 인기 MMORPG의 신규 레벨이 오픈되면 PC방이 열렙 유저들로 가득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과거엔 인기 MMORPG의 신규 레벨이 오픈되면 PC방이 열렙 유저들로 가득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3. 득템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쓰였던 '득템'. 얻을 득(得)+아이템 템($)의 합성어로, 사냥 등에서 좋은 아이템을 얻었을 때 쓰는 용어다. 워낙 사용례가 넓다 보니 게임 외적으로도 흔히 사용됐다. 예를 들어 길에서 돈을 줍거나 가게에서 예상치 못 한 서비스를 받았을 때, 뭔가에 당첨됐을 때 등에서 "아싸 득템!"을 외치곤 했다.

이처럼 사용 범례가 넓어진 부작용 때문일까. 요즘 게이머들에게는 득템이라는 단어도 점차 사용하지 않는 말이 되어간다. '(개)이득'이라는 단어가 점차 득템의 영역을 침범하더니, 최근에는 '럭키비키' 같은 새로운 유행어까지 등장하면서 득템은 어느새 흘러간 옛말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실제로 득템을 게임이나 일상생활에서 검색하고 사용하는 이들의 비중을 보면 10대는 0, 20대는 1%에 불과하며, 의외로 60대 이상에서 굉장히 많은 사용예가 나타나고 있다.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시절부터 사용됐던 '득템'은 슬슬 다른 용어로 대체 중이다 (사진출처: 넥슨 컴퓨터 박물관)
🔼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시절부터 사용됐던 '득템'은 슬슬 다른 용어로 대체 중이다 (사진출처: 넥슨 컴퓨터 박물관)

TOP 2. 현질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MMORPG 등 온라인게임의 핵심 재화는 인게임 머니였고, 최고급 아이템은 사냥으로 얻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게임 내 최고수들은 그만큼 게임을 오래 했거나 효율적으로 플레이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그 와중 반칙처럼 여겨지는 행위가 있었으니, 아이템 거래 사이트나 개인거래를 통해 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이나 머니, 계정 등을 구매하는 행위였다. 이를 칭하는 단어가 바로 현질로, 현금의 현, 행위를 뜻하는 ~질을 붙여 만든 단어다.

그러나, 젊은 게이머들에게 현질이라는 단어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일단 게임업계 구조가 변해서, 고급 아이템은 인게임 재화가 아닌 게임사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페이 투 윈 모델이 급격히 늘어났다. 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사는 행위가 일반적인 풍경이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반칙의 느낌이 조금 섞여 있는 현질이라는 단어 대신, 일본에서 넘어온 과금이라는 단어를 통상적으로 쓰게 되었다. 실제로 연령별 검색 추이를 보면 30대 이하는 현질이라는 단어를 거의 검색하지 않는 반면, 40대 이상은 아직도 '현질'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게임을 하며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대표적인 현거래 사이트인 아이템베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과거부터 지금까지 대표적인 현거래 사이트인 아이템베이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1. 딸피

'딸피'라는 단어는 'HP가 지극히 낮은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유래는 '피(체력)가 딸리는(부족한) 상태'를 줄인 것이다. 아군에게는 빨리 도와달라는 의미로, 적군에게는 빨리 잡으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과거엔 RTS나 MMORPG 등에서 주로 사용됐고,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AOS에서도 종종 보였다. 경쟁형 PvP 게임에서는 폭넓게 쓰였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나 최근 게이머들은 이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딸피라는 단어 자체가 세대갈등 용어로 악용되면서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늙은이'라는 비하의 뜻으로 쓰여지게 된 까닭에 일반 게임에서 쓰기에 조금 꺼려진다는 것. 또 하나는 '피1'과 같은 대체용어들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배달 기사를 비하하는 용어인 '딸배'가 유행처럼 번지며 그와 비슷한 딸피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배제됐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요즘 젊은이들은 게임에서 딸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한 대만 톡 치면 죽는 '딸피' 상황에서 봉익선 전타 블로킹에 성공한 우메하라 선수의 스파 3 플레이는 지금도 격투게임 사상 최고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사진출처: EVO 공식영상 갈무리)
🔼 한 대만 톡 치면 죽는 '딸피' 상황에서 봉익선 전타 블로킹에 성공한 우메하라 선수의 스파 3 플레이는 지금도 격투게임 사상 최고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사진출처: EVO 공식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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