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미희 기자] 넥슨이 액션 RPG 신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최초로 공개했을 때 입에 오르내리던 이야기는 '소울라이크'다. 필드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곳곳에 숨은 난이도 높은 보스와 맞대결하는 모습에서 '소울라이크' 느낌이 물씬 풍겼다. 다만 제작진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소울라이크보다는 하드코어한 액션 RPG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스컴 2024 개막한 21일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카잔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네오플 윤명진 대표는 "카잔을 만들 때 소울라이크가 아니라 하드코어 액션 RPG라고 생각하자는 말을 굉장히 많이 했다. 게임을 만들 때 참고하거나 영감을 얻은 게임이 굉장히 많지만 무엇보다 원작인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윤명진 대표는 초창기 던파는 굉장히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서비스를 이어오며 많이 변화했지만 초창기에는 보스 원코인(한 번도 사망하지 않고 깨는 것)이 목표일 정도로 너무 어려웠다. 당시 던파를 너무 좋아해서 입사까지 하게 됐고,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살리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가 강조한 '던파다움'은 주인공인 카잔을 성장시키며 뚜렷해질 전망이다. 초창기에는 다소 묵직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여러 스킬이 개방되며 던파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호쾌하고 화려한 액션을 맛볼 수 있다. 윤 대표는 "뒤로 갈수록 움직임이 엄청 화려해지며 소울라이크의 묵직함이 줄어들고 던파 본연의 모습을 같이 챙기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던파하면 빠질 수 없는 장비 파밍이 가세한다. 네오플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던파 특징 중 하나가 여러 옵션이 달린 아이템을 획득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옵션으로 세팅해서 캐릭터를 빌드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싱글 플레이 게임이지만 이 부분을 반영하려 했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퍼스트 버서커: 카잔에는 던파를 즐겨했던 유저라면 흥미롭게 살펴볼 만한 여러 요소를 담았다. 스토리적으로는 원작에서 제국에 배신당해 추방된 카잔이 만약에 사망하지 않았다면 어찌됐을지를 풀어보며, 그 과정에서 알고 있던 이야기가 새롭게 전개된다. 이 점이 기존 유저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아울러 현장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으나 던파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의 출현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투에서도 던파에 등장했던 요소를 맛볼 수 있다. 윤명진 대표는 "카잔은 던파에서 최초의 귀검사로 알려졌다. 게임 내에 팬텀 블레이드라는 명계의 존재와 합쳐져서 그 힘의 일부를 이용해 스킬을 쓴다는 기존 설정이 있다. 이를 생각하며 유사한 스킬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퍼스트 버서커: 카잔에서 주인공 카잔은 블레이드 팬텀에 장악되지 않고 되려 이를 이용하며, 이후에는 필요할 때 팬텀을 불러 지원을 맡기기도 한다.
던파를 좋아하는 많은 유저들이 잘 알고 있듯이, 던파에는 여러 세계관이 공존하는 멀티버스인 '던파 유니버스'가 있다. 던파, 사이퍼즈 등이 이에 속하며,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던파 유니버스의 본격적인 확장을 알리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윤명진 대표는 "던파 유니버스 확장 계획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세계관이 대중에 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로 저는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이 셰계관을 여러가지 형태로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알려드리겠다는 계획을 항상 가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름을 알리는 데 집중해 '만들고자 하는 게임'에 본질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윤명진 대표는 "성과를 기준으로 던파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많이 팔린다면 너무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그것보다는 원래 만들려고 했던 게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계획대로 완성했는가가 중요한 과제다"라고 전했다.
윤 대표는 판매량만 중시한다면 초반부 난이도를 대폭 낮추는 등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드코어 액션 RPG를 지향하기에 모험, 도전, 성취를 중심으로 난제를 풀어가며 점점 강해지는 쾌감을 전하는데 집중한다. 다만 레벨을 높이거나 좋은 장비를 발굴해 좀 더 성장한 후에 보스에 도전할 수 있는 루트를 열어주고, 소위 '억까 패턴'을 지양해 적의 공격을 눈으로 보고 대응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설계했다. 이를 토대로 어려운 액션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도 성장을 통해 극복하며 단계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작년 게임스컴에서 윤명진 대표는 검은 신화: 오공을 체험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발매된 검은 신화: 오공은 스팀에서 동시접속자 220만 명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윤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른 작품이 굉장히 잘 나왔을 때 긴장감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거짓말인 것 같다. 다만 이 액션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라며 "우리도 열심히 해서 그러한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내년 출격을 목표로 한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글로벌을 놀라게 할 국산 패키지게임으로 평가될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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