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 생기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와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ESG 경영 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GS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 여러 곳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홍기훈의 ESG 금융
ESG가 베타에 미치는 영향 Part 7: 아폴로 병원의 내부수익률과 기준 자본비용 산정과정
지난 칼럼에서는, 인도에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아폴로 병원에 어떤 추가 잠재력이 생겼는지를 알아봤습니다. 인도의 인구 수는 13억 명 이상이고, 매년 1억 5,000만 대가 넘는 스마트폰이 팔립니다. 인도의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방에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인도 소비자들은 시공간 제약 없이 최신, 첨단 정보를 얻습니다.
자연스레 지방에 사는 인도 소비자들도 첨단 의료 서비스가 있다는 것, 나아가 자신들도 첨단 의료 서비스를 받아 아픈 곳을 치료하고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는 이 수요는 자연스레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펴는 아폴로 병원으로 모입니다. 환자가 모이면서 아폴로 병원의 기대 수익률은 증권가가 분석한 것 이상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위 결과를 반영해 아폴로 병원의 내부수익률 (IRR, Internal Rate of Return)과 기준 자본비용을 산정하는 과정, 그리고 여기에 ESG 요인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례는 CFA연구소(CFA Institute)와 책임투자원칙주도기구(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가 발행한 보고서 ‘Guidance and Case Studies for ESG Integration Equities and Fixed Income’을 참고했습니다.
내부수익률은 어떤 투자 계획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편익의 흐름이 있을 때, 해당 투자 계획의 현재 가치를 ‘0’으로 만들어주는 할인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어떤 사업을 진행할 때 사업 기간 동안의 ‘현금 흐름의 가치’를 ‘현재 기준’에서 환산한 값이, 그 사업의 ‘투자 지출’과 같아지도록 만들어 주는 ‘이자율’ 입니다.
내부수익률과 자본비용을 비교해서 내부수익률이 더 높으면, 투자에서 수익이 발생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수익률은 어떤 사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쓰입니다. 기업이나 증권가는 여러 개의 투자안을 놓고 비교할 때, 일반적으로 내부수익률이 높은 쪽에 투자하는 것을 유리하게 여깁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은 바텀-업 방식으로 아폴로 병원의 내부수익률을 추산했습니다. 바텀-업 분석은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듯,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하는 개별 기업들을 찾아낸 후 이를 바탕으로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의 동향을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바텀-업 분석은 거시 경제 상황이나 경기에 집중하기보다, 기업이 가진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상향식 투자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을 바텀-업 방식으로 분석하면 기업의 핵심 ESG 이슈를 반영, 기업이 노출된 위험을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산정된 내부수익률은 아폴로 병원의 기준 자본비용과 함께 필자가 이전 칼럼(2월 3일, ESG가 베타에 미치는영향 Part 2 : 자산운용사의 투자 프레임) 에서 보여준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투자 프레임에 적용,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데 활용됐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투자 프레임 그림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투자 프레임
위 그림에서 ‘IRR-COE 스프레드’가 바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차이가 크면 클수록 투자가 더 매력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아폴로 병원의 기준자본비용(COE)을 추정할 때, 주식 위험 프리미엄과 지정학적 무위험 금리를 썼습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금융 기관들이 자본 비용을 추정할 때 쓰는 수치입니다. 기존 기업 분석에도 활발히 쓰입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사전부검위험’입니다. 사전부검이란 어떤 사업이 실패할 수 있는 이유들을 논의해 여기서 나온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입니다. 얼라인스번스타인은 사전부검위험 요인들을 계량화할 때, 아폴로 병원이 마주친 ‘ESG 위험 요인’을 10가지 찾아내 반영했습니다.
ESG 위험 요인을 사전부검위험에 반영한 것이, 바로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아폴로 병원 투자 여부 판단 절차가 기존의 절차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아폴로 병원의 IRR과 기준자본비용 산출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어떤 ‘ESG요인’을 위험 요인으로 반영했는지를 이야기하겠습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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