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차주경 기자] 디지털 카메라 시장 규모가 꾸준히 줄어들면서, 광학 기기 제조사는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을 개편한다. 제품의 가짓수와 홍보 마케팅 예산도 줄인다. 이 여파로 독자와 광고 수입 모두 줄어든 전통 사진·영상기기 미디어들이 연이어 문을 닫는다. 사진 애호가들은 이들이 남긴 뉴스와 데이터의 보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은 2010년(이하 현지시각) 약 1억 2,150만 대(이하 CIPA 조사 기준)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줄었다. 시장이 포화된데다 강력한 경쟁자 스마트폰까지 등장해서다. 스마트폰 등장과 코로나19 팬데믹 창궐 후,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 내림세는 더욱 가파르게 떨어졌다. 2022년 연간 세계 디지털 카메라 출하량은 약 801만 대로 2010년의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디지털 카메라와 교환식 렌즈를 만드는 광학 기기 제조사는 사업 개편, 구조조정과 각종 비용 절감으로 대응했다.
광학 기기 제조사의 비용 절감은 자연스레 사진·영상기기 미디어의 광고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이들은 온라인 뉴 미디어로의 변화, 심층 리뷰를 포함한 특화 콘텐츠의 강화로 대응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강타하자 광학 기기 제조사, 사진·영상 미디어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이에 기업 규모와 매출이 작은 사진·영상 미디어의 폐간 사례가 하나씩 나왔다.
2020년 7월부로 휴간한 일본 사진·영상 잡지 ‘아사히카메라’가 대표적이다. 아사히카메라는 1926년 창간해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필름 사진 시장의 변화를 기록했다. 세계 카메라 시장의 흐름이 독일에서 일본으로 옮겨지는 순간도 뉴스로 남겼다. 하지만, 이들은 업황 악화로 광고 수익이 많이 줄고 발행 부수도 절반 이하로 떨어져 휴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디피리뷰 홈페이지. 출처 = 디피리뷰
올해 3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진·영상기기 정보 플랫폼 ‘디피리뷰(Dpreview)’가 폐쇄를 예고했다. 1998년 개설 후 아마존의 일원이 된 이들은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등 광학 기기 전반을 다루는 종합 미디어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장기 건전성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토대로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디피리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징리소스 홈페이지. 출처 = 이미징리소스
이어 5월에는 디피리뷰와 비슷한 시기(1998년)에 문을 연 사진·영상기기 정보 플랫폼 ‘이미징 리소스(Imaging Resource)’가 예고 없이 폐쇄됐다. 이미징 리소스는 카메라 테스트 연구소를 운영, 고품질 리뷰 콘텐츠를 신속 정확하게 전달하는 곳으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2019년 경영난에 부딪혀 종합 미디어 마다보르(Madavor)에 인수됐다. 마다보르 미디어 역시 2023년 예술 특화 미디어 비밥(Bebop)에 인수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징 리소스의 폐쇄가 결정된 것으로 예상한다.
주요 사진·영상기기 미디어가 하나씩 문을 닫자, 세계의 사진 애호가들은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이 수십 년 이상 쌓은 사진·영상기기 업계의 소식, 디지털 카메라의 리뷰, 커뮤니티 게시물 등 데이터가 사라지면 안된다는 논리다. 사진·영상기기 미디어의 모기업에 강력하게 항의해 폐쇄를 취소하자는 의견, 성금을 모아 사용자 운영 미디어로 운영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디피리뷰는 4월 10일 폐쇄 예정이었으나, 소비자들의 요청을 받아 당분간 운영을 계속한다.
하지만, 명확한 자금원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사진·영상기기 미디어의 폐쇄는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영상기기 뉴스와 리뷰 데이터는 용량이 많다. 이를 단순히 보존하려고만 해도 많은 예산과 서버, 관리자의 수고가 드는 까닭이다.
광학 기기 업계 관계자는 “수 년 전부터 사진·영상기기 미디어 폐쇄를 예견했다. 새로 유입된 광학 기기 소비자들은 지금까지의 활자 뉴스나 리뷰가 아닌, 동영상 뉴스와 리뷰를 선호한다. 이러한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광학 기기의 판매량이 많이 줄고 있기에 미디어의 수익 상황은 계속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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