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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장터 공유현 그로스팀 팀장 "그로스해킹, 중요한 건 결국 고객 중심 사고입니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19 16: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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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택경 기자] 가치소비, 실리적 소비, 리셀테크(리셀+재테크)를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중고거래는 일상의 일부가 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국내 중고시장 규모를 20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4조 원 수준이던 2008년 대비 5배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이후 전반적 소비 심리가 침체한 가운데에서도 중고거래 시장 성장세는 여전하다.

중고시장 성장 주역이 된 건 모바일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등장한 앱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들이다. 2011년 처음 등장한 번개장터도 시대적 흐름에 성공적으로 올라타면서 성장한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번개장터의 지난해 연 거래액은 1조 3000억 원, 이 중에서 자체 안전결제 서비스 ‘번개페이’ 거래액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1,500억 원이었다. 월간 활성 사용자도 2020년 12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30만 명 증가하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번개장터가 지난해 4월부터 도입한 그로스해킹(Growth Hacking)이 있었다. 그로스해킹이라는 말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드롭박스’ 성공을 이끈 마케터 션 엘리스가 처음 제안했다. 그로스해커는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일지 가설을 세우고, 실제 테스트를 거쳐 가설을 검증하며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한다. 성장(Growth)이라는 목표를 위해 해커처럼 데이터 분석과 테스트를 반복하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다.



사실 그로스해킹을 명확하게 한마디로 요약해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아주 단적으로 말하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방법론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확한 정의와는 거리가 있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고, 방법론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번개장터에서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 그로스해킹은 무엇일까? 번개장터 그로스 앤 프로덕트 마케팅팀(이하 그로스팀)을 이끌고 있는 공유현 팀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번개장터 성장 이끈 그로스해킹, 핵심은 ‘고객 경험’

공유현 팀장은 미국 하버드 대학 바이오통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글로벌 전략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먼에서 일하다 지난해 4월 번개장터에 합류했다. 그는 그로스해킹을 “회사의 성장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데이터 분석을 하고, 그것에 기반한 가설을 테스트하고, 그 테스트 결과를 다시 분석하는 작업을 반복해 사업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번개장터에서 그로스해킹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의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마케팅 활동과 광고 문구, UX 디자인, 앱스토어에 올라갈 스크린샷 등 하나하나가 그로스해킹을 거쳐서 결정된다. 공유현 팀장은 “고객을 유치하고, 활성화하는 정도까지를 전통적인 마케팅 범위라고 한다면, 저희는 앱 이용자의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에 모두 관여한다”고 설명한다.



고객 여정이란 건 고객이 어떤 브랜드나 상품을 경험하는 순차적인 과정을 말한다. 가령 어떤 상거래 앱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앱을 내려받아서 둘러보다가 최종적으로 물건을 구매하기까지 과정이 모두 고객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는 얼마든지 중도 하차할 수 있다. 500명이 앱을 설치했다고, 500명 모두 상품을 구매하는 건 아니다. 앱이 불편해서, 가격이 마음에 안 들어서 등등 떠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고객 여정의 각 단계를 깔때기(Funnel)라고 부른다. 도식화했을 때 나타나는 모양이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깔때기와 같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서는 앱 이용자들이 잘 정착하고, 재사용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고객 여정 각 단계를 최적화하는 게 중요하다. 최대한 이탈은 막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비율, 즉 ‘전환율’을 높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번개장터의 그로스팀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도 ‘고객 경험’이다. 번개장터 같은 중고거래 앱은 개인 간 거래(C2C) 상거래를 다루기 때문에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보다 훨씬 상황이 유동적이다. 전문 판매자가 아니기에 상품 등록, 가격 설정, 구매자와의 협상 등 과정에서 노하우가 부족하다. 가격 협상과 판매 및 구매 과정이 채팅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C2C 상거래 특징이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적재적소에 개입해서 성공적으로 거래를 마칠 수 있도록 슬쩍 찔러보는 듯한 제안으로 이용자 행동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이른바 ‘넛지’라고 불리는 기법이다. 번개장터에서는 ‘번개톡’이라는 자체 메신저에서 상품 문의와 가격 협상, 거래 약속 등 일련의 과정이 이뤄진다. 이 번개톡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넛지를 시도한다. 판매자가 상품을 빨리 팔고 싶어하는데도 팔리지 않는다면 가격 인하를 제안한다. 반대로 어떤 이용자가 특정 상품을 찜한 이후에 조회를 많이 한다면 판매자에게 톡을 해보라고 권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넛지는 푸시 메시지, 앱 내 팝업, 알림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사실 넛지 중에는 ‘다크 넛지’라고 불리는 부정적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게 ‘무료 체험 종료 후 자동 과금’이다. 그러나 번개장터 그로스팀에게 다크 넛지는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다. 눈앞의 이익을 좇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다크 넛지가 당장 단기적인 지표 개선에는 도움이 될 지라도 고객에게 부정적 경험을 남기는 역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공유현 팀장은 "고객 없이는 성장도 없다.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사고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로스팀은 ‘상품 수정’ 버튼이 다른 버튼보다 클릭 수가 높은 데도 발견하기 힘든 위치에 놓여있다면 ‘상품 수정’ 버튼을 잘 보이는 곳으로 옮기도록 조정을 제안한다던가, 결제할 때 접하는 ‘신용카드’라는 문구를 ‘신용/체크카드’로 바꿈으로써 신용카드가 없는 어린 이용자들의 이탈을 막는 등의 개선을 이끌었다. 때로는 넛지나 기존 서비스 개선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 니즈를 파악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번개장터의 대표적 서비스인 ‘내폰시세’ 런칭에 그로스팀이 활약하기도 했다. '내폰시세'는 번개장터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중고폰을 적정가에 사고팔고자 하는 이용자 니즈에 따라 내놓은 서비스다.



전통적인 마케팅 활동 영역에서도 그로스해킹의 역할은 중요하다. 번개장터의 그로스팀은 검색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서 관련 기획전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급상승 검색어를 100위까지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구축했다. 2020-2021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첼시가 우승했을 때, 첼시 관련 검색어가 급상승하는 걸 포착한 후 첼시 유니폼 기획전을 여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비가 오는 날에는 레인부츠 검색량이 증가하는 것에 주목해 레인부츠 기획전을 진행한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사내 문화와 긴밀한 협업은 필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다는 건 그만큼 다른 팀과의 긴밀한 협업을 요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유현 팀장은 “그로스팀은 기획자와도, 디자이너와도, 개발자와도 협업해서 같이 일해야 한다. 우리 팀 혼자 추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모든 조직원과 팀이 협업해서 이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데이터라는 건 종종 실무자의 감이나 직관과 어긋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팀과 의견충돌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궁금했다. 공유현 팀장은 “실제 데이터를 뽑아봤을 때 직관이나 감과 다른 부분이 분명 생긴다. 그러나 우리는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를 갖추고 있다. 우리 팀이 데이터 기반으로 객관적 팩트를 잘 전달하면 대부분 수용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tvN ‘신박한 정리’ 협찬 광고다. 번개장터는 ‘신박한 정리’ 방송 말미에 ‘번개장터를 검색해보세요’라는 문구를 띄었다. 그 결과 웹페이지 유입량이 늘었다. 그러나 번개장터의 궁극적 목표는 웹 유입이 아니라 앱 트래픽을 늘리는 게 목표였다. 그럼에도 ‘앱을 설치해보세요’라는 문구를 띄우는 걸 실무진이 주저한 건 ‘신박한 정리’ 시청자가 비교적 고연령대였기 때문이다. 고연령대에게 앱 다운로드는 진입장벽이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검색을 유도하는 게 앱 설치를 유도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거라는 직관과 감이 있었다.



그러나 데이터가 말하는 건 달랐다. 앱 설치를 유도했을 때 앱 트래픽 발생 효과가 웹 검색을 유도했을 때에 비해 5.3배였다. 웹 검색을 유도하는 문구를 앱 설치 유도 문구로 바꾸더라도 유입이 1/5 수준으로 감소하지만 않으면 효과가 상쇄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실제로 문구를 교체한 결과, 예상대로 우려했던 가입자 유실은 없었다. 오히려 고연령대 가입자가 대폭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신박한 정리' 방영 후 번개장터 40대 이상 가입자는 1100%, 50대 이상 가입자는 약 2200% 증가했다.

물론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정성적 가치를 간과하지는 않는다. 공유현 팀장은 “브랜드 마켓터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데이터 관점에서는 절충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조직원들이 많은 토론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하며 합의를 이루어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성적 가치가 정량적으로 뒷받침되지는 않더라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의사결정을 내리면, 그 정성적 가치를 유지하는 가운데 데이터와 지표를 최적화할 방안을 고민한다. 반면 데이터 지표를 봤을 때 너무나 치명적이라서 도저히 정당화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데이터를 우선해서 결정한다. 중요한 건 조직 내부에서 합의와 공감대를 이뤄가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로스해킹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결국 전사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스타트업에서는 그로스해킹이 꽤 보편화된 개념이지만, 대기업에서는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전형적인 대기업의 조직 구조, 의사결정 체계에서는 끊임없이 테스트가 이뤄지고 그 결과가 바로 반영되는 기민함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모두가 그로스해킹을 완벽히 수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같은 스타트업이라도 그로스해킹에 얼마나 투자를 하고, 얼마나 지원을 하는지는 다르기 때문이다. 공유현 팀장은 그런 점에서 번개장터 그로스팀은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공유현 팀장은 이날 여러 차례 ‘사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로스해킹은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지만, 중요한 건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다. 데이터를 분석해 가설을 설립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건 결국 사람이 한다. 결국 문제 해결 능력과 생각하는 힘을 갖춘 인재의 존재가 가장 중요하다. 공유현 팀장은 “자랑은 아니지만, 저희 번개장터의 그로스팀 조직원들이 굉장히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과 생각하는 힘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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