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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 팀와이퍼 (2) 플랫폼이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방법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24 18: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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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세차장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가? 그 경험이 아름다운 기억이라면 당신은 세차 천재일지도 모른다. 필자의 경우 고압의 물이 이리저리 튀고 옷은 세제로 뒤범벅이 되어가는 와중에 코인 충전 경고음은 계속 울려 대고 바로 앞에 대기하는 다음 차주의 눈치까지 봐야하는 첫 셀프세차의 경험은 악몽에 가까웠다. 결국 12,000원이나 썼지만 세차를 제대로 한 건지도 모르겠고 그 ‘쫓기는 경험’ 탓에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기 필자와 같이 ‘쫓기는 경험’이 싫은 사람들을 위해 나타난 서비스가 있었으니, 30분 단위로 공간을 예약하는 ‘시간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셀프세차장, 와이퍼라고 한다. 역시나 필자와 같이 기존 셀프세차장에서 만족하지 못했던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차별화된 세차장, 그래서?

와이퍼가 운영하는 세차장의 차별성은 명확하고도 단순하다. 위에 설명한 시간제 예약이라는 점, 덥고 추운 날씨의 제약을 피할 수 있는 실내 세차장이라는 점이다. 직영하고 있는 구의점의 모습은 매우 첨단스러웠고 와이퍼의 매장관리솔루션을 적용된 제휴점만 해도 50개나 된 단다.



클럽을 연상케 하는 세련된 조명이 인상적이다. 네온이 불타는 이 화려한 세차장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시간제 예약, 냉난방이 가능한 화려한 세차장이라는 차별성이 얼마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경쟁자가 쉽게 복제할 수 있는 차별성들 아닐까?

세차장은 수단일 뿐, 목표는 플랫폼

차별적 경쟁력에 대하여 필자가 제기한 의문에 대하여 문현구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세차 수요자들에 대한 차별성은 다소 리스크가 있지만 공급고객(세차장 업주)에 대한 차별성으로 락인(Lock-in)효과가 발휘되고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플랫폼으로 성장할 거라고. 이게 무슨 말인지 함께 해석해 보자.

팀와이퍼가 추구하는 성장의 루프(Loop)는 세차 수요자(B2C)의 공략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세차공급자(B2B)에서 출발한다.

  1. 세차서비스 공급자(제휴세차장)들에게 저렴한 수수료 방식으로 예약 및 매출관리, 매장관리, 고객관리 등이 가능한 B2B 솔루션을 제공한다.
  2. 제휴세차장 입장에서는 솔루션의 다양한 기능이 만족스럽고 다른 세차플랫폼이 이런 기능을 제공하지도 않으며 수수료 또한 저렴하기에 딱히 바꿀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활용한다.
  3. 제휴 세차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예약/이용의 편리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또는 세차장의 권유를 통해 YPER 사용자 앱을 설치하게 된다.
  4. YPER앱의 가입고객이 되면 검색을 통해 다른 세차장을 이용할 수도 있고 다른 유형의 세차서비스 (셀프, 방문, 출장, 배달세차 등)를 이용할 수도 있다.
  5. 가입고객 증가로 이어지면 이 고객 Pool을 바탕으로 더 많은 제휴세차장을 확보하여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성장 시나리오는 작동할 것인가?

위에서 팀와이퍼의 성장 루프, 즉 성장으로 이어지는 멋진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멋진 것과는 별개로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가 문제다. 과연 저 시나리오가 작동 가능할 것인지 조금만 더 들어가 보자.

팀와이퍼가 핵심차별성으로 내세우는 세차장관리 솔루션을 무기로 제휴 세차장 시장에 진입하고 확장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이미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세차장 설비/시공 전문업체들이다. 길광ENE, 이건테크(셀세모), 워시존 등이 그들인데 이들 모두 장비, 설비, 소프트웨어까지 통합 제공하며 A/S를 통해 세차장 고객을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또한 제각각 IT System을 통해 효율적인 세차장 운영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이들 선도업체들과 계약/제휴관계에 있는 세차장들이 팀와이퍼의 솔루션을 도입할 것인가? 결국 팀와이퍼는 저 선도 업체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세차장들만 찾아 다녀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걱정되는 것은 플랫폼을 지향하는 팀와이퍼가 선수로 뛰려 한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선수들이 서로 시합을 통해 경쟁하도록 판을 조성하는 주최자여야 한다. 주최자가 직접 선수로 뛰게 되면 더 이상 주최가 아닌 경쟁자일 뿐이다. 당신은 경쟁자가 만든 판에 끼어 들겠는가?

그 선두업체들이 장악한 세차장을 빼고서라도 충분히 큰 시장이 있다라고 판단했다면 어쩔 수 없겠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팀와이퍼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길을 택했다.

플랫폼이 성장하는 두가지 방향

자주 쓰는 서비스, 세차?

팀와이퍼의 비전은 ‘대한민국 No.1 차량관리서비스’인데 왜 세차에 집중 하나? 문현구 대표는 본인이 세차에 집중한 이유가 차량관리 중 가장 주기가 짧은 행위이기 때문이며 사용자가 가장 자주 접속할 이유가 있기에 ‘통합 차량관리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세차를 일년에 3~4번 하기에 동의하기 힘들지만 통계적으로 그렇다니 일단 그 부분은 넘어가자. 하지만 차량관리라는 영역을 세차, 용품구매, 보험, 수리 등 기능적으로 분석하고 가장 자주 하는 ‘세차’를 장악한 후 점진적으로 용품, 수리 서비스로 확장해 나가면 ‘통합 차량관리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문현구 대표가 주목한 그 ‘자주’라는 포인트는 플랫폼에 있어 매우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용자가 자주 접속한다는 것, 즉 고객을 확실히 락인(lock-in) 시키기 위한 두가지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 자주 갈수록 이익이다

첫번째는 자주 쓰는 다양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되 그곳에서 해결해야 할 이유(이익)를 제공하는 방식이 있다. 쿠팡은 신속한 배송이라는 무기로 식품, 의류, 생활용품 등 오만가지 제품을 팔기에 자주 접속할 수밖에 없으며 배송 멤버십은 월 정액제라 자주 주문하면 사용자 이익이 커진다. 당근마켓은 오만가지 중고제품이 올라오고 거래 자체는 무료이므로 좋은 제품 빨리 잡으려면 자주 접속할 수밖에 없다. 이 첫번째 관점에서 볼 때, 와이퍼는 다양한 세차의 서비스(출장, 셀프, 배달, 손세차)를 제공하나 상호 대체재 관계에 있어 실질적으로는 세차 한가지 서비스이고 반드시 와이퍼를 통해야 이익이 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둘째 – 재미 있는 볼거리, 읽을거리가 있다

두번째는 재미다. 재밌으면 심심할때마다 앱을 들여다 본다. 그래서 콘텐츠로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커머스로 돈을 버는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오늘의 집’이다. 인테리어를 단순히 ‘행위 주기’관점에서 본다면 몇 년에 한번 하는 인테리어는 하등의 매력이 없는 비즈니스 일 수 있다. 주기 관점이 아닌 ‘재미’의 관점에서 보았기에 ‘예쁜집 자랑하기’라는 콘텐츠로 1,000만 사용자를 끌어모았으며 등록된 시공업체는 1만여곳에 달하고 거래액은 월 1000억원을 넘는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중고차 매매 사이트인 보배드림 또한 커뮤니티와 그 커뮤니티 회원들의 콘텐츠로 더 유명하다. 당근마켓은 중고물품 자체도 볼거리지만 지역내 거래라는 특성에 기반한 로컬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의 와이퍼 서비스는 재미와는 전혀 상관없이 기능에 충실할 뿐이다.



차량관리는 ‘감성의 영역’

자동차를 살 때, 과연 여러분들은 엔진의 성능과 무게, 크기와 좌석 수 같은 기능적 요소만 고려하고 선택하는가? 아닐거다. 여러분 대다수는 디자인과 스타일, 브랜드와 같이 개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감성적 요소를 많이 반영한 선택을 할 것이다.

필자는 차량관리 또한 같다고 본다. 누구는 일년에 한 두번 기계세차를 할 것이고 누구는 주기적 손세차는 물론, 고가의 광택에 실내 왁싱까지 할 것이다. 감성적이기에 개성과 스토리가 중요하고 콘텐츠로 발전할 잠재력이 매우 큰 영역이다. 마치 오늘의집이 인테리어를 콘텐츠로 다룬 것처럼.

만약 감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플랫폼을 정의하고 접근한다면 아래와 같이 콘텐츠가 중심이 되고 콘텐츠와 더욱 직접적 연관이 있는 인테리어/익스테리어 꾸미기 용품, 즉 감성 커머스가 그 뒤를 따르며 가장 마지막으로 연계되는 것이 세차, 수리, 보험 등 기능 커머스 영역이 될 것이다.



필자는 위에 보여지는 다이어그램과 같이 해야만 성공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차량관리’라는 것이 매우 감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와 같은 관점을 담은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다운로드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세차, 수리 등 차량관련 다수의 스타트업들은 차량관리를 ‘귀찮고, 비싸고, 번거로운 일’이라는 시각에서 문제를 정의하였고 이를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저렴하게 해결하고자 접근했다.

차원이 다르지 않으면 진정한 차별화는 가능하지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영역에서 새로운 차원의 Innovator는 아직 공석인 상태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대기업을 뛰쳐나온 용기, 현재까지의 와이퍼를 이끌고 성장시켜온 인내와 뚝심을 바탕으로 팀와이퍼가 대한민국 차량관리 영역에서 ‘새로운 차원의 혁신’을 만들어 낸 진정한 Innovator로 성장하길 응원한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19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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