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한만혁 기자] 소재 기술 스타트업 CIT(Copper Innovation Technologies)가 자체 개발한 ASE(Atomic Sputtering Epitaxy) 증착 기술로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재료공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ASE 기술 관련 논문이 게재되고, 부산 최대 스타트업 경진대회 ‘B스타트업 챌린지’에서 대상을 받았다. 20억 원 규모의 브릿지 투자도 유치했다.
CIT 사업 성과는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CIT의 ASE 증착 기술은 고주파 통신 장비,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료 및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CIT는 통신 장비, 의료기기 등 여러 글로벌 기업과 실증 테스트 및 협업을 논의하고 있으며, 반도체 분야로의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CIT의 ASE 증착 기술로 생산한 PTFE 기반 FCCL(좌)과 투명 디스플레이 시제품 / 출처=CIT
구리를 단결정 구조로 접합 ‘ASE 증착 기술’
CIT는 ASE 증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SE 증착 기술은 구리와 절연체를 단결정 구조로 결합하는 일종의 분자 접합 기술이다. 별도 접착제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표면이 균일하며, 열을 가해도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이를 활용하면 5G 28GHz 이상 고주파 통신에 적합한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통신 장비에는 구리를 절연체에 증착한 필름인 연성동박적층필름(FCCL)이 들어간다. 이때 절연체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폴리이미드(PI)다. PI 기반 FCCL은 4G 이하 통신에선 우수한 성능을 낸다. 하지만 5G 이상 고주파 신호를 전송하면 신호 손실이 많이 발생하고 효율이 떨어진다. 이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이다. 고주파 신호를 전송해도 손실이 적고 빠른 속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PTFE 소재 특성상 구리와의 접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CIT는 ASE 증착 기술을 이용해 PTFE와 구리를 균일하게 접합하는데 성공했다. 정승 CIT 대표는 “자체 테스트 결과 PI 기반 FCCL 대비 신호 손실률은 약 10% 줄고, 효율은 30% 향상됐다”라며 “CIT의 PTFE 기반 FCCL을 이용하면 5G 28GHz는 물론 100GHz 이상 고주파 통신에 적합한 장비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IT는 현재 부산연구소에 양산 설비를 구축하고, 500x500mm 크기 PTFE 기반 FCCL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품질 점검 및 수율 개선에 집중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월드IT쇼 2024에서 선보인 투명 디스플레이 시제품 / 출처=CIT
CIT가 개발한 ASE 증착 기술은 고주파 통신 장비 외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료 및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ASE 증착 기술을 유리(사파이어 글라스)에 적용하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용 유리 기판에 미세 회로 구현이 가능하다. 투명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CIT는 지난 4월 월드IT쇼 2024에서 5nm 두께의 회로를 구현한 투명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만들어 시연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성과 거두는 CIT
CIT는 우수한 기술력과 다양한 활용도 덕에 국내외 관련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재료공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CIT의 ASE 증착 기술 관련 논문이 게재됐다.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는 화학, 물리학, 나노 기술, 금속 등 다양한 첨단 재료 연구 및 개발에 관한 최신 성과를 소개하는 학술지다.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높은 품질의 연구 결과만 게재하기 때문에 학계에서 높은 신뢰성과 영향력,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ASE 증착 기술 관련 논문이 게재된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 출처=CIT
지난 7월 18일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온라인판에는 ‘Hole-Carrier-Dominant Transport in 2D Single-Crystal Copper(2차원 단결정 구리에서 양공의 지배적 수송 현상)’ 논문이 실렸다. 얇게 편 2차원 구리(구리 박막)에서 전자가 아닌 양공(전자의 빈자리)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달자가 된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로 구리가 반도체 기능까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논문이다.
연구팀은 CIT의 ASE 증착 기술로 구현한 단결정 구리 박막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에는 CIT의 CTO인 정세영 부산대학교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와 이유실 연구소장이 참여했다. CIT의 ASE 증착 기술은 지난해 10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게재된 ‘무채색 구리 곡면의 자체 산화 저항’ 논문에도 소개된 바 있다.
또한 CIT는 지난 6월 부산광역시와 BNK부산은행, 부산문화방송이 공동 주최한 ‘B스타트업 챌린지’에서 대상을 받았다. 올해 6회를 맞이한 B스타트업 챌린지는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역 내 투자 활성화를 도모하는 부산 대표 창업 투자 경진대회다. 지금까지 25개 수상 기업을 배출하고 총 240억 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B스타트업 챌린지는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지닌 스타트업 5곳을 선정해 총 3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와 부산은행 썸(SUM)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지원, 슬러시드 및 플라이 아시아 행사 연계, 부산시 기술창업 육성 지원 등 다양한 후속 지원과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한다. CIT는 B스타트업 챌린지에서 212개 스타트업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이를 통해 1억 3000만 원의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제6회 B스타트업 챌린지 시상식 / 출처=CIT
CIT는 지난 6월 20억 원 규모 브릿지 투자도 유치했다. 2023년 10월 부산대기술지주, 기술보증기금, 미래과학기술지주, 스마트스터디벤처스로부터 11억 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한지 8개월 만이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이 새롭게 참여했으며, 미래과학기술지주, 스마트스터디벤처스가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정승 대표는 “시드 투자 라운드 이후 8개월 만에 기업 가치가 250% 이상 향상됐다”라며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설립 15개월 만에 누적 투자 유치 31억 원을 달성했다”라고 전했다. CIT는 지난해 10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프로그램에도 선정되어 최대 7억 원의 연구 개발 자금, 사업 연계 지원, 해외 마케팅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CIT의 사업 성과는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CIT는 하버드 메디컬스쿨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생체인식 및 의료분야 소재 관련 공동 연구에 대한 MOU를 체결했으며,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기기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에 참여해 유럽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기업,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 등과 구체적인 협업을 논의했다. CIT는 오는 202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에도 참가해 ASE 증착 기술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MWC 2024에서 ASE 증착 기술을 소개하는 정승 대표 / 출처=CIT
정승 대표는 “현재 초고속 통신용 FCCL 소재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조만간 반도체 분야까지 확장할 것”이라며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용 유리 증착, 산화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분야 확장을 위해 글로벌 리더들과의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추가 성과가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라며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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