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이 사람의 애니메이션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그의 애니메이션은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미래소년 코난>,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붉은 돼지>, <고양이의 보은> 등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이다.
1941년생이니 이제 올해로 83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013년
<바람이 분다>를 끝으로 애니 영화 제작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는데 10년만에 은퇴를 철회하고 들고 나온 작품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1937년 출간된 요시노 겐자부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제목은 같지만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군용기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공장장이었던 아버지와 유복한 가정 환경, 전쟁으로 화염에 휩싸인 도쿄 등의 풍경은 그가 직접 겪은 기억과
허구를 교묘하게 믹스해 만든 것들이다.
어쩌면 감독 스스로의 독백인지도 모른다.
은퇴를 선언했던 그가 왜 다시 복귀했는지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하필
10년만에 들고 나온 복귀작의 제목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는 것이, 이제 세상과의 작별을 앞둔 나이의 그가 젊은이들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일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그의 작품을 안달하게 만들었다. 작년 10월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개봉관이 몇 되지 않아 보지 못하다가
며칠 전 넷플릭스에 올라와 드디어 볼 수 있게 됐다.
소설을 따온 거지만 그의 창작에 가깝다.
영화는 두 번에 나눠서 봤다. 잔뜩 기대하고 봤는데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도 며칠 뒤
나머지 부분을 감상했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난해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맥을 찾지 못했다. 영화적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모호한 영화적 상징과 각종 은유들을 해석해낼 수 없었다. 내로라 하는 모 영화평론가의 리뷰 글을 보면 찬양 일색인데 난 왜 캐치해 내지 못한 걸까?
줄거리는 이렇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무렵,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1세 소년
마히토는 화재로 어머니를 잃는다. 그로부터 1년 후, 마히토는 아버지 쇼이치와 도쿄를 떠나 어머니의 고향에 있는 저택으로 이사를 간다. 새엄마로 등장하는 사람은 마히토의 ‘이모’다. 일본에서나 가능한 근친결혼인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새 엄마 나츠코에 대한 거리감으로 힘들어하던 마히토 앞에 정체불명의 왜가리 한 마리가 나타난다. 같이 거주하는 일곱 할멈으로부터 왜가리가 살고 있는 탑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고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춘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일곱 할멈 중 한 명과 함께 탑으로 향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신비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처럼 초현실적인 구조가 등장한다.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이상한 세계로 갔듯이 마히토는 왜가리를 쫓아 초현실 세계로 들어간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동안 그가 만들어온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인물들과 풍경, 스토리가
오마주처럼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이건 어디서 봤고, 저건
어디서 봤는데… 짬뽕처럼 이 장면, 저 장면 섞이다 보니
도대체 감독이 주려고 했던 메시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난수표마냥 조합해야 하는 것일까?
마지막 작품이라기엔 너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영화 막판에 초현실 세계에서
큰할아버지라는 사람을 만나는데 마히토에게 악의에 물들지 않은 돌 하나를 손에 쥐어주면서 이걸로 너만의 탑을 쌓으라고, 풍요롭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 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일까? 그냥 자기 작품을 되돌아보면서 읊은 독백이 아닐까?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메시지 하나 던지려고 10년 동안 절필했던 그림을 다시 그린 것인가? 아리송하다. 입이 떡 벌어지게 보면서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던,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고주택의 디테일한 고증 퀄리티가 메시지 찾느라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못내 아쉽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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