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박상윤 칼럼] '공부할 맛이 나는' 시험, 잘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멋진 '평가'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30 10:04:54
조회 64 추천 0 댓글 0
														


박상윤 평론가

학생들이 제출한 서술형, 논술형 평가지를 채점하며 작년에 있었던 어떤 아주 의미있는 경험이 떠올라 펜을 들어본다. 아마도 모든 학생들은 '시험'을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정말 여러 가지의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일단 시험이 주는 압박감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험이 자기 자신, 본인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지난해 5월, 우연한 기회에 '세계 큐브대회' 현장에서 직접 구경을 해본 적이 있다. 대회장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주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신이 직접 신청한 분야에 출전하여 실력을 겨루는 방식이었다.

대회의 방식은 아주 단순했다. 자신이 평소에 손에 쥐고 연습을 해오던 '나의 큐브'를 제출하면 대회 심판진들이 무작위로 막 섞는다. 그리고 출전 선수가 시합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그렇게 섞여 있는 큐브를 상자 안에 넣어서 보이지 않는 상태로 가져다준다.

그러면 선수 본인이 상자를 개봉하고, 섞여 있는 큐브를 15초 동안 살펴본 후 큐브를 맞춘다. 그리고 그때 걸린 시간이 짧은 사람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시스템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맞추는 사람, 그보다는 조금 더 걸리는 사람 등등 실력 차이는 존재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했던 건, 어떤 관점에서 보면 누가 더 빨리 큐브를 맞추느냐를 놓고 '시험'을 보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그 대회에 참가한 모든 사람이 하나 같이 정말 즐거워하더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전광판에는 현재까지 순위가 실시간으로 보여지고 있었는데, 어떤 테이블에서 어떤 선수가 최고 기록을 깰 때마다 그 주변에 있던 선수들, 관객들 모두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쳐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이런 즐거운 '시험', 잘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멋진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아마도 내가 즐기는 것, 내가 좋아서 열심히 한 것을 놓고 나의 실력을, 그리고 나의 위치를 확인해보는 평가였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처음으로 세계 큐브대회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그 10살짜리 학생은 3×3 큐브 맞추기 종목에서 20초 중반대를, 2×2 큐브 맞추기 종목에서는 10초 초반대를 기록했다. 3×3 큐브 맞추기 1등은 6초대, 2×2 큐브 맞추기 1등은 2초 미만이었으니 그 10살짜리 학생은 각 종목의 300여명이 넘는 출전 선수들 중에 270~280위 정도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실망하지 않았다. 정말 너무나 행복한 모습이었다. 두 개 종목 모두, 대회에 나오기 전에 기록했던 본인의 최고 기록을 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유○브'라는 사이트에 올라오는 동영상을 보며 혼자 연습을 해왔는데, 정말 잘하는 사람들을 직접 눈 앞에서 보니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이런 평가를 학교에서 할 수는 없을까? 쉽게 말해 "공부할 맛이 나는 시험" 말이다. 제대로 공부해서 제대로 내 실력과 그 깊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평가제도가 만들어 진다면, 그 자체로 멋진 교육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의 평가제도는 어떠한가? 불가피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단순하게 암기한 지식을 확인하는 평가이다. 어떠한 시대의 지도를 보여주고 이 시대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 혹은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세계사 시험과 어떠한 역사적 사건을 놓고 그 사건이 일어난 시대적 배경과 원인, 국제정세,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벌어진 다양한 결과에 대한 고찰까지 하여 자신의 말로 자신의 생각을 쓰는 세계사 시험. 어떤 시험이 더 의미 있고, 멋있어 보이는가? 어떤 시험이 더 공부할 맛이 나는 시험인가? 

코끼리, 원숭이, 개, 펭귄, 물개, 그리고 새가 모여있다. 그리고 그 앞에 앉은 평가관이 말한다. 

"지금부터 평등한 선발을 위해, 모두에게 동등한 시험을 보겠다. 

자, 모두 나무 위로 올라가거라!"

우리나라의 평가제도는 우화에 나오는 이런 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런 제도이다 보니 교사들의 권위 또한 낮아진 것이 아닐까 하는 자조 섞인 생각도 함께 해본다. 

자신이 배운 것들을 종합하여, 자신의 생각을 통해 답을 써내려 가도록 하는 방식의 평가는 나아가 교사들의 실질적인 교육과정 편성권과도 연계가 이루어 질 것이다. 가르친 교사가 다르고, 배운 학생이 제각각인데 같은 형태의 평가를 본다면 교사가 가르친 내용과 그것을 배운 학생의 생각이 연결되지 않는 평가일 뿐이다.

그러므로 교사에게 배운 내용들을 바탕으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말로, 자신의 글로 표현하는 평가를 해야 교사가 실질적인 교육과정 편성의 권한과 평가의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권한을 가질 때, 교권이 확립될 수 있는 것이다. 만들어진 교육과정을 그저 잘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면 사교육 강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교사'는 말 그대로 교육의 전문가여야 하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는 능력과 그렇게 가르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공부할 맛이 나는' 평가에 임할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박상윤 칼럼] 미국에서도 한다는데, 우리는 보도도 하지 않는 정말 중요한 교육▶ [박상윤 칼럼] '학생인권' 타령 그만하고, 이제는 잘못을 인정하라▶ [박상윤 칼럼]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통과 환영!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박상윤 칼럼] 학교 밖 교육을 선택하는 아이들, 다시 학교로 돌아오도록 '공교육 걱정 없는 세상' 만들어야▶ [박상윤 칼럼] 역사교육은 사실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홍후조 칼럼] 지능혁명시대,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오픈 마인드로 이성을 만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2/02 - -
4241 이재명, '원구성' 압박…추경호 "그러니 李 1인 체제 정당"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15 0
4240 與, 민주·조국 겨냥 "1호 법안들이 하나 같이 민생 뒷전" [1]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81 0
4239 호주 美총영사관에 '붉은 페인트 테러'...친팔레스타인 단체 소행으로 추정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20 0
4238 '고속도로 100km 음주운전' 경찰관, 1심서 1800만원 벌금 선고 [1]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74 0
4237 尹대통령, 시에라리온 대통령과 정상회담...양국 MOU 체결 [1]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49 0
4236 부산 식자재마트서 휴대용 부탄가스 폭발...차량 10여대 불타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29 0
4235 與의원 108명 결의문 채택… "입법독재·정쟁 맞서 결연한 자세로 임할 것"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07 0
4234 與 '1호 법안'으로 31개 민생 법안 담아…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등 [1]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28 0
4233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맞아 내주 교통관리...서울 도심지 우회 등 교통불편 예상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95 0
4232 항암제 택시에 두고 내린 말기 암환자, 경찰 도움으로 되찾아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08 0
4231 흉기 가지고 초등학교 들어가 운동장 배회하던 30대...경찰, 강제입원 조치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04 0
4230 트럼프, '성 추문 입막음 돈' 등 34개 혐의 모두 유죄...美 대선 최대 변수 될까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06 0
4229 오픈AI "러·중·이란, 챗GPT로 여론조작 활동 시도"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03 0
4228 尹 대통령, 與 워크숍 찾아 "뼈가 빠지게 뛰겠다…똘똘 뭉쳐 나라 지키자"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94 0
4227 尹대통령 지지율, 현정부 출범 후 최저치 21%...국민의힘 1%p ↑ 30%·민주당 2% ↓ 29%[갤럽]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95 0
4226 北,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서 GPS 전파 교란 공격 지속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73 0
4225 [이 시각 세계] 오사카 주재 中 총영사, '대만 총통 취임식 참석' 日 의원들에게 항의 外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99 0
4224 [조우석 칼럼] 누가 대한민국 군대를 흔드는가? [44]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3089 14
4223 소포 내용물 '사진'으로 미리 확인가능 [7]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2417 2
4222 경기도, 안전한국훈련 실시로 재난대응 역량 강화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99 0
4221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 이행약정(MOU)체결, 본격 이행돌입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97 0
4220 무협, 1억 인구 베트남 프리미엄 소비시장 공략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07 0
4219 강남구, 그린 페스티벌 개최...탄소중립 미래 위해 민·관·학 뭉쳤다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92 0
4218 중랑구, 자치구 최대 규모 서울형 키즈카페 개관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00 0
4217 브라질 룰라 대통령, 이스라엘 대사 해임 및 후임 미지정 결정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95 0
4216 뉴욕 증시 하락세 지속, 기업 실적 부진에 투자심리 악화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99 0
4215 민주, 광주·전남 국회의원 18명 상임위 내정…문체위 민형배 등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09 0
4214 22대 국회 1호 법안…민주당, '채상병특검법'·조국혁신당 '한동훈특검법'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17 0
4213 尹 대통령,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 추진…"달 탐사선 착륙, 화성에 태극기 꽂을 것"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83 0
4212 올트먼 오픈AI CEO, 리더십 시험대 오르나...주요 인사 잇따라 퇴사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02 0
4211 [속보]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 추진…"우주항공 100조원 투자" [1]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66 0
4210 '감히 날 험담해' 후배 초등생에 집단폭행 등 가혹행위 가한 10대 4명 실형 [18]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143 16
4209 추경호 "화두는 단합…뭉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99 0
4208 황우여, 의원 워크숍서 "108석 큰 숫자…국민과 함께하면 굳건"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97 0
4207 부산 초교 급식실서 불...점심 급식 제공 차질로 전교생 하교조치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12 0
4206 툭 하면 '탄핵카드' 꺼내는 민주..."방통위원장 탄핵 할수도" [1]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41 0
4205 출소 9개월만에 또...친구에게 흉기 휘두른 40대, 항소심서도 징역 8년형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97 0
4204 의대 증원과 자율전공 확대에 대학입시 '안갯속'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4 0
4203 나경원, 野 지도부 탄핵언급에 "같은 잣대면 文은 온전했겠나…어리석은 모습" [1]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00 0
4202 [속보] '보복기소' 안동완 검사 탄핵 기각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80 0
4201 與원외위원장들 "지구당 부활해야"…한동훈 "정치개혁 반드시 실천해야"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6 0
4200 내년 의대 신입생, 전년 대비 1497명 증가한 4610명 선발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87 0
4199 법원, 송영길 보석 허가...163일만 석방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4 0
4198 與, 22대 국회 맞이 1박2일 의원 워크숍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6 0
4197 한총리 "산림 탄소흡수원 기능 강화해 글로벌 온실가스 문제 완화 기여"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2 0
4196 [속보] 법원, '돈봉투 의혹' 송영길 보석 허가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59 0
4195 군기 훈련 중 숨진 훈련병, 전남 나주에서 영결식 엄수 [28]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344 16
4194 22대 국회 오늘 개원…거야 폭거-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핑퐁' 이어갈 듯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58 0
4193 [홍후조 칼럼] 지능혁명시대,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83 0
[박상윤 칼럼] '공부할 맛이 나는' 시험, 잘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멋진 '평가'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4 0
뉴스 '트렁크' 감독 "불편하고 어두운 멜로…호불호는 갈리겠죠" 디시트렌드 12.0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