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적용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운전자들은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를 의무화해야 한다. 신호 없는 횡단보도를 지나거나 우회전할 때는 보행자가 선행할 수 있도록 일시 정지해야 하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한다.
한 달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단속이 시행될 이번 규칙을 두고, 차량 흐름이나 실효성을 따지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안전 운전이 몸에 밴 사람만이 제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모두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글 김현일 에디터
신호 없는 횡단보도 사고
위치가 애매하다는 조사관
유튜브 한문철TV에 올라온 영상에 의하면, 제보자의 77세 노모는 지난달 20일경 제주도의 한 고원식 횡단보도를 건너던 도중 택시와 충돌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멈추지 않고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사례이기에 12대 중과실 사고에 해당하여 형사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택시 측의 항의가 있었는지, 담당 조사관은 사고 발생 위치가 정확히 횡단보도 위인지 판단이 어렵다며 이를 국과수에 의뢰했다. 결국 국과수에서는 사고 시점 기준 피해자의 위치가 횡단보도가 아니라는 결과를 고지했는데, 이 같은 사실이 인정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사고 정황 판단보다
구역 나누기가 우선?
엄밀히 따지면 고원식 횡단보도에서 오르막경사부는 횡단보도부와 구별되며, 보행자가 수평으로 횡단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있으므로 사고 발생 지점이 횡단보도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해당 사고는 택시 기사의 전방 주시 태만이 너무나도 명백한 상황이며,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 기준이 보행자 편의를 위해 30km/h 이하로 속도를 제한하는 도로임을 고려하면 노면을 붉게 칠한 구역에서의 사고를 횡단보도 사고로 인정해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를 보고 한문철 변호사는, 대각선 횡단보도의 빈 공간도 횡단보도로 인정하기 때문에 고원식 횡단보도 구역에 대한 기소 의견을 검찰로 송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고원식 횡단보도가 정식으로 도입된 이래로 관련 판례가 없으므로,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되는 시기에 새로운 판결을 만드는 의의가 있다고도 전했다.
“사람 있으면 일단 정지하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한편, 이번 사고를 본 네티즌들은, “국과수 판단은 발 위치이지 횡단보도 사고 여부는 아니죠”,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 저렇게 지나가는 건 살인 미수”, “부디 어머님의 빠른 쾌차를 바랍니다”, “기사는 무조건 처벌해야 하고, 저런 큰 도로에 신호등 설치하지 않은 관할 지자체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위 사고에서 충돌 지점은 횡단보도부와 단 한 발짝 차이다. 더불어, 인근 식당 CCTV 화면을 보면, 택시 기사는 교차로 진입 약 30m 전부터 사고 직전까지 감속을 전혀 하지 않았다. 도로교통법 개정의 궁극적인 이유가 사고 예방이라면, 대상이 보행자이든 운전자이든 원인 제공에 대한 엄격한 판단 잣대가 필요해 보인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