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
SLBM 전략기지 되나… 북 신포조선소의 대변신
북한 신포조선소에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건설된 대형 잠수함 훈련센터 건설 과정.
지난해 12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이고 ‘충격적 실제행동’을 할 것임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가 다탄두 신형 액체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거나 3000t급 신형 전략잠수함에서 쏘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중 3000t급 신형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이 상대적으로 더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ICBM에 비해 미 트럼프 대통령 등을 덜 자극하면서 도발 효과를 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7월 건조 중인 신형 잠수함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그로부터 약 3개월 뒤 ‘북극성-3형’ 신형 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바지선에서 발사해 아직 본격적인 전력화에 이르진 못한 상태다. 지난해 12월에도 3000t급 신형 잠수함 진수 임박설이 제기됐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현실화하진 않고 있다. 여기엔 코로나19 사태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 진수 및 SLBM 도발은 코로나19 사태로 지연되고 있을 뿐 언젠가는 반드시 실현할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지난 4월 공개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최종 보고서는 북한의 신형 잠수함 건조 및 SLBM 도발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언론은 이 보고서의 주 내용인 북한 불법 해상활동, 해외 노동자 파견, 금융 제재 분야에서의 제재 불이행 사례 등을 주로 소개했다. 하지만 276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북 SLBM 잠수함 기지인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와 인근 잠수함 기지의 큰 변화와 활발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까지 신포조선소와 인근 지역에 대규모 잠수함 훈련센터와 신형 잠수함 수리용 셸터(엄폐시설) 등을 건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북한이 3000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포조선소의 대형 건물은 3척의 신형 잠수함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 대형 건물은 길이 194m, 폭 36m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미 정찰위성 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대형 건물 내에서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건물 안팎엔 잠수함 2척을 건조·진수할 수 있는 폭 7m의 레인(lane) 2개가 나란히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북제재위 전문가들은 건물의 규모와 신형 잠수함의 크기를 감안할 때 이 건물 안에서 3척의 잠수함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지난해 7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찰한 모습을 북 언론들이 보도함으로써 처음으로 공개됐다. 북한군 주력 잠수함인 로미오급(1800t)을 개량해 3000t에 육박하는 크기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폭 약 7m, 길이 약 80m 규모의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으며, 공정이 마무리 단계여서 관련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신형 잠수함이 북한의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폭 7m, 길이 76.8m다. 신형 잠수함이 로미오급 잠수함보다 약간 크다는 얘기다. 북한은 신형 잠수함에 3발가량의 북극성-3형 신형 SLBM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신포급(고래급) 잠수함은 2000t급으로 SLBM 1발만 탑재한다. 신형 잠수함 건조가 완료되면 대형 건물 내 레인에 얹혀져 외부로 나와 진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사진에 포착된 북한 신포조선소의 대형 잠수함 조립 건물. 3000t급 신형 잠수함 3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photo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
남포항서도 수중사출 시험용 바지선 포착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를 통해 신포조선소의 대규모 잠수함 훈련센터도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 훈련센터는 2017년 건설이 시작돼 지난해 말 완공 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포조선소 남쪽 신포반도에선 신형 잠수함 수리용 지하 셸터가 건설 중인 모습도 포착됐다. 이 셸터는 길이 92m, 폭 17m 크기로 파악됐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북한은 신형 잠수함을 미 정찰위성 등의 감시를 피해 정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SLBM 개발에 필수적인 수중사출 시험 장비 실태도 상세히 밝혔다.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 위성사진을 통해 신포조선소에서 2개, 남포항에서 1개 등 총 3개의 수중사출 시험용 바지선이 포착됐다. SLBM 시험은 보통 지상사출 시험→바지선 수중사출 시험→잠수함 수중사출 시험의 단계를 밟아 이뤄진다. 수중사출 바지선은 수중에서 SLBM을 고압으로 물 위로 밀어올린 뒤 수면 위에서 점화하는 것을 시험하는 장비다. 실제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기 직전에 꼭 해봐야 할 시험에 활용되는 장비인 셈이다. 수중사출 바지선의 전체 숫자가 공개된 것도 처음이다. 북한은 그동안 SLBM 발사시험을 신포조선소 인근에서만 실시해왔다. 그런 점에서 남포항의 수중사출 바지선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다 긴 거리의 SLBM을 시험할 경우 남포항 인근 서해의 수중사출 바지선에서 시험발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해에서 일본열도를 가로질러 쏠 경우 일본을 크게 자극하고 미국의 민감한 반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서해상에서 쏴 북한 내륙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시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신포반도에서 다양한 잠수함 지원시설 건설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북한 최대의 잠수함 기지로 신포조선소와 인접한 마양도 기지에서도 활발한 활동이 감지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2018년 5월 마양도 기지의 한 공터에선 길이 10~11m, 폭 2m 크기의 원통형 물체가 위성에 잡혔다. 전문가 패널은 이 물체가 SLBM 실린더 또는 컨테이너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 안보리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신포조선소의 지속적인 확장 움직임을 감안하면 북한은 신포조선소와 마양도 잠수함 기지 등을 묶어 대규모 SLBM 전략기지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SLBM 잠수함 건조 및 배치, SLBM 시험, 잠수함 유지 및 보수, 잠수함 요원 훈련 등을 한곳에서 하는 거대한 SLBM 잠수함 복합단지를 만드는 셈이다.
국정원도 최근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의 신형 잠수함 진수 및 SLBM 시험발사 동향을 주시하고 있음을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5월 6일 국회 정보위에서 “신포조선소에서 고래급 잠수함과 수중사출 장비가 지속 식별되고 있으며, 지난해 북한이 공개한 신형 잠수함 진수 관련 준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최근 신포조선소에서 SLBM 지상사출 시험을 실시하고 미 정찰위성 감시를 피하기 위해 설치했던 신포항의 대형 가림막(길이 100m)을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잠수함 진수 및 SLBM 발사가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한 잠수함 전문가는 “북한이 신포조선소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각종 시설을 건설하고 있음을 보여준 유엔 안보리 보고서는 북한이 ICBM과 함께 SLBM 카드도 결코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오히려 핵심 전략무기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음을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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